[객원칼럼]진주 원도심이 정말 살아날까?
[객원칼럼]진주 원도심이 정말 살아날까?
  • 경남일보
  • 승인 2019.05.2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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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진 (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진주시는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전통시장 및 상점가 지원사업 공모에서 4개 사업이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 간 도시재생 뉴딜사업 공모에 두 번이나 고배를 마셔 여론의 비판을 받았던 시로서는 그나마 안도의 숨을 쉬게 되었다. 이는 특히 낙후와 공동화를 거듭하면서 생계의 위협마저 느껴, 위기감과 좌절감에 빠져 있던 원도심 사람들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행복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진주시가 제출한 사업내용에 따르면 중앙시장, 장대시장, 청과상점가, 로데오거리 그리고 중앙지하상가 등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에 따라 재생과 활성화의 길을 걷게 된다. 이들 시장들은 그 동안 인접하거나 인근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간의 연계성이 부족하여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였다. 중앙지하상가의 경우만 보더라도 좁은 출입 계단을 제외하고는 지상의 도시 공간과는 전혀 관계성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대도시와는 달리 중소도시인 진주 시민들이 굳이 지하 공간까지 찾아가서 쇼핑을 즐길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외부의 연결 에스컬레이터와 시민 휴게 공간 등의 설치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것으로 보인다.

그 간의 원도심 상권 활성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된 것은 승용차에 대한 편의 부족이었다. 구도심은 승용차 이용이 많지 않던 시절에 생긴 도시이다. 이 때문에 도로가 협소하고, 자동차 시설이 부족 할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사람들은 당연히 주차가 편리한 대형마트나 백화점을 이용하기가 십상이다. 오늘날 우리들은 승용차 이용의 편리와 증가에 힘입어 조그만 물건이나 커피 한 잔을 사러가더라도 걸어서 가지 않는다. 그래서 아무리 전통시장을 사랑하고 애용해 달라고 홍보해도 선뜻 이용하는 사람이 적을 수밖에 없다. 이번 사업을 통해 진주시는 부족한 주차장을 대폭 확충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 그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이번 사업에서 눈에 띠는 것은 향토 색깔을 가진 다양한 테마거리와 상가의 조성이다. 우리는 그간 진주가 천년 역사의 고장이라 자랑해 왔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의 수탈을 거치면서 진주성을 비롯한 도시 전통 공간이 많은 변화를 겪었다. 거기에다 6·25전쟁 중에는 폭격으로 도시가 거의 초토화 되다시피 했다. 전쟁 후에 진주는 전통적 토대가 아닌 바둑판 형태의 새로운 도로망과 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이로서 최소한 도시 및 건축적 측면에서는 역사가 없는 천년 도시로 남게 되었다. 이에 대한 반성적 의미에서 이번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에서 진주장을 재현함으로서 그 전통과 역사적 성격을 이어가는 상업지역으로 재생하는 것은 큰 의의가 있어 보인다.

다른 한편으로 원도심은 새로 생긴 다른 도시 지역에 비해 상대적인 박탈감도 컸다. 특히 최근에는 최첨단 현대도시인 혁신도시가 들어섰고, 대학도시인 가좌지구가 교통복합도시의 기능마저 가져 갈 예정이어서 그 상실감은 깊어져갔다. 이런 와중에 천년의 품격을 지향하는 이번 원도심 상권 활성화 공모 당선은 과거의 영광과 자존심을 찾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희망이 큰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제한된 예산 내에서 너무 많은 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뭐 하나라도 제대로 되는 것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단기적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원도심이 제대로 살아나려면 다른 곳보다 더 경쟁력 있어야만 한다. 그러기 때문에 원도심 활성화 및 재생은 단순하게 많은 테마거리를 만들고 시설을 추가하는 데에 그쳐서는 안 될 것 같다. 이에 더하여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행정, 사회, 경제, 문화 등의 복합적 차원에서 그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보는 것도 바람직해 보인다.
 
최만진 (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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