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자주 길을 잃는다
낯선 교차로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이정표가 보인다
껌벅이는 내비게이션 켜고 새로운 길을 간다
-유정자(시인)
지나온 삶과 남은 생애를 묘파해내는 감성이 탁월하다. 벚꽃이 절정이던 지난 4월 초, 진해를 배경으로 한 TV프로에서 노트북을 들고 버스에 오른 시인과 리포터와의 만남을 본 적 있다. 일흔에 대학을 들어가 시인으로 등단한 그녀는 현재 일흔여덟의 나이로, 필자와도 깊은 인연이 있기에 문학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뜨거운지 누구보다도 잘 안다.
시인에게는 열서너 살의 각별히 아끼는 손자가 있다. 인터폰의 버튼 등을 사용하여 MUSIC 악보를 기막히게 그려준 모양이다. 음계를 짚어본 시인은 단번에 찬송의 한 음절임을 읽어내며 천성을 향한 자의 영혼 지침서이자 진정한 이정표로 인지하게 된다. 그렇다면 아이의 눈이 때로는 어른보다 더 밝을 때가 있는 법. ‘하늘가는 밝은 길이 내 앞에 있으니….’ 수차례 불러보았을 민수 할머니, 유정자 시인! 도착지까지 길 잃지 않기를.
/시와경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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