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 만세운동 기록 ‘내방가사’ 분실
김해시, 만세운동 기록 ‘내방가사’ 분실
  • 박준언
  • 승인 2019.06.03 1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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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후손, 2005년 시에 기증
지역 독립운동 유산…행방묘연
기증자 “원본 찾아내라” 항의
기미년(己未年) 김해지역 3.1운동의 생생한 기록이 담긴 희귀자료 ‘내방가사’가 김해시의 관리부실로 사라지자 결국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자료는 김해 3.1만세운동을 주동한 인물의 후손이 지난 2005년 김해시에 기증한 것으로 지역 독립운동을 살필 수 있는 소중한 유산이지만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김해시는 1919년 장유 만세운동을 이끈 김승태 선생의 어머니 조순남 여사가 남긴 내방가사 ‘김승태 만세운동가’(혹은 자식소회가) 원본을 찾기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3일 밝혔다. 분실된 자료는 조 여사가 내방가사란 장르를 빌어 장유 만세운동과 아들의 재판과정을 기자보다 더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분실 사실은 자료를 기증한 후손 측이 지난해 김해시에 확인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시는 후손 측의 민원 제기에 따라 시 전체 보유기록물을 일제 조사하고 유관기관에도 방문하는 등 백방으로 수소문 했지만 찾지 못하자 결국 민원 제기 1년여 만에 뒤늦게 수사를 의뢰했다.

기증 자료 분실 사실을 알게 된 김승태 선생의 손자 김융일(77) 씨 측은 김해시에 강하게 항의하며 원본을 찾아낼 것을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그러나 시는 조사 과정에서 2005년 당시 후손이 부시장에게 사료를 전달하는 과정을 찍은 사진은 확보했지만 공개는 하지 않고 있다.

김 씨 측은 김해시의 태도를 지켜본 후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올릴 계획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에는 김 씨 자녀가 시청 홈페이지 ‘시장에게 바란다’에 ‘김해시청은 기증받은 문화재를 분실로 관리합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자녀는 “할머니는 그 책이 일제에 발각돼 고초를 겪을까 봐 제목도 바꾸고. 조카 집에 맡기는 등 온갖 노력을 다해서 보관해왔는데 김해시는 너무나 쉽게 분실했다”며 “제대로 관리·보관 못할 거면 당장 찾아서 가족에 돌려달라. 찾기 위해서 자손들 모두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내방가사는 원래 두루마리 형식이지만, 분실된 자료는 37쪽 정도 분량의 소책자로 돼 있다.

조 여사는 일제 감시를 피해 책을 친정 종질녀에게 맡겨 몰래 보관해왔다.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장유에서 있었던 만세운동의 역사적 가치를 후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려고 했다.

다행히 김 씨 등은 기증 전 자료를 모두 사진으로 촬영해둬 책 내용은 온전하게 전해진다.

박준언기자

 
김해 장유지역 3.1만세운동 기록 내방가사 사본. /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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