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 까막눈 울 엄마
[경일춘추] 까막눈 울 엄마
  • 경남일보
  • 승인 2019.06.2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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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순(수필가)
임정순
임정순

 

내가 어릴 적에는 어머니가 하늘처럼 높고 태산처럼 커 보일 때가 있었다. 강인하던 그분도 세월 앞에는 장사 없다는 말이 실감날 때도 있다.

여기저기 뼈마디마디 마다 아프다고 고통을 호소하시며 매일같이 동네 의원에 드나드는 걸 보니 한편으론 안쓰럽기도 하다.

그러다가도 유일하게 환하게 웃을 때가 있다. 어린 손자의 글 읽는 모습을 기특하게 바라보실 때다. 나는 어머니가 기특해 하는 이유를 안다.

어머니의 그 모습이 서러움과 아픔이 되어 내 가슴을 여민다. 1960년대만 해도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었다. 그 시절 아들은 교육을 받게 했고 여자는 시집만 잘 가면 된다고 했던 때다. 여자아이는 학교 교육은 언감생심 꿈도 못 꾸는 시절, 배우고 싶고 가고 싶고 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었다며 한탄조로 푸념 할 때가 생각난다. 어머니는 글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셨다. 그래서 아이들의 글 읽는 모습이 좋은 것이다.

어느 날 버스 정류장에서 할머니가 “기사 양반 이 버스 어디 가느냐”고 물으니 기사는 뭐라고 퉁명스럽게 한마디하고 휑하니 가버렸다.

아마 할머니는 글을 모르시는 것 같았다. ‘참, 어머니도 글을 모르시지?’ 우리 어머니도 젊은 사람한테 저런 면박을 받고 있지 않을까 괜스레 걱정도 됐다. 어머니는 얼마나 불편 하셨을까? 그러나 정작 본인은 “불편함도 어려움도 없다”며 “내 이름 석 자 쓰면 되지” 하시며 겸연쩍게 웃으셨다.

요즘 차 안이나 정류장에서 학생들의 대화를 들을 때가 있다. 하지만 그들이 재잘거리며 하는 말들을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다.

매스컴에서 나오는 말을 따라 우리말과 외국어, 비속어를 섞어서 아무 거리낌 없이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런 현상은 젊은 세대들 대화 속에 하나의 유행처럼 자연스럽게 파고들었다. 오히려 이들은 그런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면 시대 흐름에 뒤떨어지는 것으로 여긴다.

우리 젊은 세대들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돼 있는 훈민정음의 위대함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사대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글을 몰라 천대 받고 멸시 당하던 백성들을 위해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이 지금의 우리세대를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굳이 외국어를 섞어 써야 만이 지적으로 보이는 것일까? 이런 비속어들이 난무하는 현실 속에 고귀한 우리 한글이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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