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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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9.06.2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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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소설가 김지연과 진주 논개(2)

진주 출신 작가의 상상 덧붙여
신문연재로 처음 쓴 ‘소설 논개’
기존 ‘논개’ 이야기와 결 달라
20여년 지나서야 단행본 출간
김지연의 장편 ‘소설 논개’는 기존의 소설과는 다르다. 논개를 소재로 하는 소설이 대개 출생지에서, 기생인가 아닌가에서, 논개가 사랑하는 사람에서 서로 다르게 설정이 되어 있기 때문에 그러한데 김지연은 기존의 소설들과는 다른 각도에서 쓰고 있음을 눈여겨 볼 수 있다.

김지연의 ‘소설 논개’는 1997년 1월부터 1998년 12월까지 2년간 부산 국제신문에 연재했던 장편소설이다. 당시 연재중의 인기도가 높아 1년 계약기간이 2년으로 연장되었다. 연재가 끝나고 단행본으로 출간하려면 독자를 의식하여 수정과 퇴고를 거쳐야 하지만 그 과정이 수월한 것이 아니다. 우선 매회 잘라 놓은 연재 원고를 워드작업하여 다시 퇴고로 들어가야 하는데 그럴 시간의 여유가 좀체 주어지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럭 저럭 연재가 끝난 후 20여년이 지난 이제야 상, 중, 하 3권으로 출간하게 된 것이다. ‘작가의 말’을 들어보자. “이 작품을 집필하기 전에 이미 나와 있는 기존의 논개 관련 작품을 섭렵하고 논개와 괸계 있는 지역인 진주와 장수 등 현장을 찾아 종합취재에 나섰다. 관계 작품으로는 월탄 박종화 선생의 장편 ‘임진왜란’ 속의 논개편과 정비석 선생의 ‘명기열전’ 속의 논개, 그리고 전병순 선생의 ‘논개’ 작품을 읽었다. 공통점은 논개가 촉석루에서 승전한 왜군들과 춤을 추다가 그중 왜장을 유혹하여 의암에서 함께 강물에 투신하였다는 부분뿐이었다. 기타 논개의 출신과 성정과정, 은애한 이성의 대상이며 사건 등의 내용은 각각 동일하지 않았다.”

김지연 소설가는 역사적인 기록을 찾아보았다. 결론으로 논개에 관계되는 기록은 유몽인이 쓴 ‘어우야담’이 기본이고 그로부터 100년후 ‘호남절의록’에 논개 기록이 등장함을 알게 되었다. 이로부터 지역에 따라 논개의 정체성이 서로 엇갈리게 되었음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진주 출신 김지연 작가는 유몽인의 초기 기록에 힘을 주어 남강에서의 의기 논개에 방점을 치고 상상의 나래를 펴어 역사적 사건들을 연계하여 구성의 긴밀도를 높여나간 것이다.

작가의 말 끝은 이렇게 기록한다.“천형의 형벌이듯 글 귀신 붙잡고 살아온 삶 50년, 마치 이때를 기다려 20년을 파묻어 두었다가 꺼낸 것처럼 흙도 제대로 털지 못하고 세상에 내놓는다. 완벽하지 못해 회한투성이인 인생처럼, 독자들의 일독을 권한다.”

‘소설 논개’의 초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선조 18년 을유년. 진주목 변방의 도동 마을 선학산 끝자락에 20여호의 초가가 옹기종기 돌무덤처럼 모여 있다. 선녀와 학이 노닌다는 선학산이 후면으로 바람을 막고 전면은 널따란 들판이 하염없이 펼쳐져 농경작이 주업인 마을이다.

때는 춘삼월.

잿빛 초가집들을 덮을 듯 매화꽃과 살구꽃이 화사한 색깔로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꽃무리 사이로 벌과 나비가 윙윙거렸다. 선학산 중턱의 야생 벚꽃과 쌀밥꽃도 만개하여 산도 마을도 온통 환했다. 산에서 잘라 엮어둘러친 싸릿대 울타리도 봄물을 머금어 파릇파릇 움이 솟아 있고 양지쪽 뜰과 장독대 부근에는 땡깔풀과 작약이 푸르고 붉은 색깔로 소담스럽게 자라고 있었다. 옹달샘 옆의 앵두꽃은 이미 만개하여 꽃잎이 눈처럼 흩날리고 있고 헛간 옆의 개복숭아는 이제 꽃망울을 터뜨리며 발름거렸다. 노랗게 부서져 내리는 햇살은 따습고 부드러웠다.

고샅 막바지의 막딸네 집 흙담장 아래에 열 살 남짓으로 뵈는 여자아이 셋이 거적때기 위에 나란히 쭈그리고 앉아 이 잡기를 하고 있었다. 소꿉놀이를 하다 지겨웠던지 돌과 사금파리로 예쁘게 지은 집들을 허물어 놓고 하품을 해대며 서로의 머리를 뒤적여 서캐며 이를 잡아내어 손톱으로 터뜨려 죽이곤 한다.“ 이를 잡는 일을 오늘날 어린이들은 잘 모를 것이다. 세 사람 소녀들이 모여 머리와 옷 속에 있는 것들을 일망타진하고 있는 장면이다. 이 중에 논개가 있다. 세 아이 중에 가장 어른스럽고 아는 게 많다. 선학산 아래 도동골의 자연과 벚꽃 등의 온갖 꽃들이 등장하는 배경은 아름답기 그지 없다. 자연이 극치로 아름답고 필 것 다 피고 익을 것 다 익는 마을은 논개가 자란 마을이다. 거기 무슨 애환이 있을까?

논개는 영특한 아이로 등장한다. “논개 니는 우째 그리 만물박사고. 나는 쎄가 이 알이라는 거는 오늘 첨 알았다. 에난지는 모르지만.” “나도 누가 가르쳐 준 거 아니고 이치가 그런 거 같아선데. 내 생각이 맞는지 틀린지 나도 잘 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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