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 가짜 인생
[경일춘추] 가짜 인생
  • 경남일보
  • 승인 2019.07.1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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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작가)
윤위식
윤위식

지난 해 보다 보이스피싱의 피해 건수는 줄었지만 피해액수가 늘었다니 그들의 수법이 고도로 지능화 됐다고 봐야 한다.

몇 해 전만 해도 촌로들의 피땀에 젖은 값진 돈이지만 그 액수가 그리 크지 않았고 삶이 절박한 이들에게 대출을 돕겠다며 요구한 돈이라서 이 또한 많은 액수가 아니었는데 지금은 대물만을 낚으려한다.

이들이 모두 실무자나 실권자의 직함을 사칭하는 가짜인간으로 살아가는 가짜인생이다. 더 놀랄 것은 성형외과 간판을 버젓이 내걸고 영업을 하는 가짜 의사까지 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하기야 글로서 말하는 문인들 속에도 가짜가 끼어든다. 단 한 줄의 인용도 출처를 밝히지 않아 표절시비로 구설수에 올라도 낮 뜨거운 일인데 남의 글을 그대로 옮겨다 이름을 붙여 문학지나 신문에다 실어놓고 문인행세를 폼 나게 하는 이도 있다. 원작자의 입이 열리는 날에는 지인들로부터는 냉혹한 경멸을, 사회로부터는 처절한 멸시를 받을 수 있는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가짜인생이다.

샤머니즘의 영역이기도 한 영(靈)의 세계를 넘나들며 영과 세인의 중간에서 전령사의 역할을 하는 역술인들도 무슨 동자 무슨 보살 등 실존성도 확실치 않은 이름을 붙여 행세를 하고 있어 가짜인생 같기도 하지만 반증제시를 못하니까 심령의 영력으로 묵인에서 용인으로 이어 학술의 한 영역으로 수용하고 있다.

주역이나 민속신앙과는 축을 달리해도 용인되고 있지만 간간이 대가의 정도가 지나쳐 옥살이를 하는 이도 있다. 뿐만 아니라 신앙심의 구체화나 실존적 사실에 입각한 신앙의 영역에서도 성직이라는 이름을 내세운 가짜 인생도 많다.

숭배의 대상을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삼아 부당한 이득을 챙기는 이를 두고 하는 말이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른 물질문화가 정신문화의 변화까지를 왜곡시키면서 변질로서 파생된 극히 일부라고만 할 수 없을 만큼 번져가고 있다.

그러나 일방적인 질타만을 할 수 없는 것은, 이를 따르며 구하고 얻고자 하는 이들도 가짜인생의 오명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의 수용은 이상을 바탕으로 한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 진위가 충돌하면 이상이 붕괴되어 혼란을 불러온다.

잡초가 모질고 번식력이 더 강하다. 피는 벼와 생김새를 같이하여 가짜 벼로 자란다. 구별이 어려워서 피사리를 못하면 벼농사를 망친다. 만연하고 있는 가짜뉴스, 이를 만들어내는 그들 또한 가짜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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