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약자 주차구역 '배려' 없는 막무가내 주차
교통약자 주차구역 '배려' 없는 막무가내 주차
  • 백지영
  • 승인 2019.07.10 1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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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여성 배려한 주차공간 일반차량 버젓이 주차
법적 근거없어 실효성 떨어져…도내는 통영만 조례 제정
임산부·여성·경차 운전자의 편의를 위해 조성된 특정 주차구역들이 법적 의무 공간이 아닌 ‘배려’ 대상인 탓에 큰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10일 경남도와 진주시 등에 따르면 상당수의 도내 공공기관과 공중이용시설 등은 주차장 내에 임산부 전용 주차 구역, 여성 우선 주차 공간, 경차 주차구역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주차 구역은 관련 법령에 따라 주차대수의 일정 비율 이상 설치돼야 하고 일반 차량 주차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장애인 전용 주차장이나 전기차 충전 구역과는 달리 근거 법률이 없다.

주차장 운영 주체가 교통 약자 등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설치한 곳이다 보니 아무런 제재를 할 수 없다.

장애인 전용 주차장의 경우 지속적인 홍보와 관련 법률에 따른 처벌로 진주시 기준 과태료 부과 건수가 월 450건에서 190건 수준으로 떨어진 것과 대조된다.

임산부·여성·경차 주차공간에 차를 대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일부 운전자들은 해당 주차 공간에 큰 거리낌 없이 주차하고 있다. 대부분 ‘주차 공간이 없어서’나 ‘급한데 출입구 가까이 있어서’를 이유로 댄다.

실제 진주시 소재 한 공공기관을 찾아 주차장을 살펴본 결과 경차 주차구역에 주차된 차 절반가량은 일반 차량이었다. 커다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주차선을 가운데 두고 들어서 두 자리를 차지한 경우도 있었다.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의 경우 모든 칸을 ‘임산부 배려차량 표시’를 부착하지 않은 일반 차량이 차지하고 있었다.

최근 건강보험공단 진주·산청지사를 방문한 A씨는 “민원인 주차장 임산부 주차코너에 남자분이 주차를 해 의아하게 생각하고 안에 들어가 보니 직원이었다. 자리에서 당당히 업무를 보고 있어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진주시의 경우 보건소에서 유효기간을 기재한 ‘임산부 배려차량 표시’를 배부하고 있다. 보건소 관계자는 “방문 시 철분제 지급 등 각종 혜택이 있기에 대부분의 임산부가 방문한다”며 “자가운전을 하는 임산부는 대개 차량용 표시를 수령해 가기 때문에 해당 표시가 부착되지 않은 차량은 임산부 차량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법적 근거가 없으니 이러한 특정 주차 구역에 일반 차량이 주차했다는 신고가 들어와도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없다. 지자체는 관할 구역 내 설치된 배려 주차 구역의 전체 면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진주시 관계자는 “경차의 경우 주차 구역이 일반 구획보다 작다 보니 일반 차량 주차 시 주차선을 넘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주차 구획에 안 맞으니 차를 옮겨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면서도 “이동 요청을 했는데 차주가 연락이 안 되거나 차 빼기를 거부할 경우 아무런 조처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일반차량 주차구역과 구획이 크게 다르지 않은 임산부 전용과 여성 우선 주차구역의 경우 이러한 ‘이동 요청’조차 불가능하다.

경남도에서는 통영시가 유일하게 공공건물 내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 설치를 의무화하는 조례를 제정해 오는 8월부터 시행에 나서지만 상위법이 없는 탓에 과태료 부과는 불가능하다. 위반 차량에 대해서는 ‘다른 장소로 이동 주차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게 전부다.

통영시 관계자는 “조례 시행 후 임산부전용 주차구역에 주차한 일반 차량에 민원이 제기된다면 차량에 놓인 연락처로 전화해 차를 빼도록 할 방침”이라며 “차주 번호가 없으면 주차장이 설치된 건물에 안내방송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내에서 주차장 관련 실무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제재 규정이 없는 탓에 교통 약자들을 배려하는 방향으로 시민 의식이 개선되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진주시 한 공공기관에 설치된 경차 전용 주차구역에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이 버젓이 주차돼있다. 주차선을 가운데에 두고 두 칸을 차지한 차량도 있지만 제재 법률이 없는 탓에 과태료 부과 대상이 아니다. 맞은 편에 비어 있는 장애인 전용 주차장과 대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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