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도전] 진주여고 동문합창단 일신코러스
[행복한 도전] 진주여고 동문합창단 일신코러스
  • 임명진
  • 승인 2019.07.17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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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창에 빠진 여고동창생
평균 70대 지역 최고령 실버합창단
나이잊은 선·후배들 힐링 화음
이웃위한 재능봉사활동도 계획

 

지난 화요일 진주시 신안동의 모 회관 2층의 문을 열자 피아노 반주 소리와 함께 왁자지껄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노래를 부르다 어디선가 엇박자가 난 모양이다.

“자, 다시 한번 곡을 불러 볼까요.”

최영준(47)지휘자의 말과 함께 단원들의 노래가 반주에 맞춰 시작됐다. 하지만 몇 소절 지나지 않아 다시 엇박자가 났다. 반복되는 연습에 지칠 법도 하건만 단원들의 표정에는 피곤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다.

연습실에는 40여 명의 머리 희끗한 여성들이 지휘에 맞춰 열심히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들은 진주시에 거주하는 진주여자고등학교 동문들로 구성된 합창단 ‘일신코러스’의 단원들이다.

1925년에 설립된 진주여고는 올해로 94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지금껏 배출한 졸업생의 수만 전국에 3만여 명이 넘는 명문여고로 이름이 높다.

일신코러스는 진주여고의 옛 이름을 딴 ‘일신’에 합창을 뜻하는 ‘코러스’를 붙였다. 그동안 꾸준한 연습으로 실력을 키워왔다. 이렇게 화음을 맞춰 온지도 벌써 22년째다.

단원 가운데 음악을 제대로 전공한 이는 한명도 없지만 열정과 연륜에서 묻어나오는 이들의 화음은 잔잔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해 보였다.

평균 연령대가 70대에 달하는 진주지역에서 가장 연령대가 높은 실버합창단에 속하지만 동문들로만 구성돼 있는 터라 연습이 있는 날은 늘 화기애애하다. 일신코러스의 강점은 바로 이런 끈끈한 정에 있다.

가장 고참인 조묘(84) 단원과 탁옥자(84) 단원은 진주여고 26회 졸업생이다. 일신코러스 창단 멤버이면서 지금까지 빼놓지 않고 함께 해오고 있다.

단원들 중 가장 막내가 50기(60세)인 것을 감안하면 최고참과는 딸 뻘 나이인 20년의 차이를 훌쩍 넘긴다. 그래도 일신코러스는 세대 차이를 느낄 수가 없다. 말 그대로 선·후배 간에 함께 모여 아름다운 화음을 뽐내며 즐겁게 웃고 노래하는 합창단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경희(36회·73)단장은 “우리 단원 분들은 다 복이 많은 분들 같아요. 이 나이에 이렇게 노래하고 합창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거든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단원들은 음역의 높낮이에 따라 소프라노, 메조, 알토 등 3파트로 나뉘는데 곡에 따라 비중이 달라지기도 한다. 실버합창단이라서 트로트나 성인가요가 주를 이룰 것이라는 생각과 달리 일신코러스는 가곡을 좋아한다.

가곡 ‘보리밭’을 가장 좋아한다는 창단멤버 조묘 단원(84)은 “이렇게 단원들과 모여서 노래를 하고 있으면 동심으로 돌아가 젊어지는 기분이라서 내가 할머니라는 것도 잊어버린다”며 “이제는 화요일만 기다려진다”는 합창단에 대한 애정을 듬뿍 드러냈다.

 


친구인 탁옥자(84) 단원은 조묘 단원을 따라 합창단의 창단부터 같이 해오고 있다.

그 역시 연습이 있는 매주 화요일이 즐겁다. 탁 씨는 “노래를 잘 못하지만 그래도 20년 넘게 같이 하니 늘 기다려진다”면서 “합창이라는 것은 서로가 배려해야 하는데, 다른 이들의 소리를 들어가며 즐겁게 하고 있다. 젊어지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합창단은 창단 직후부터 매년 지역에서 열리는 다양한 행사와 무대에 오르며 노익장을 과시해 왔다. 모교의 축제나 행사 때는 물론 어려운 이웃을 위한 합창단 재능기부 활동도 빠지지 않고 펼쳐왔다.

특별히 창단 20주년을 맞아서는 경남도문화예술회관에서 수많은 동문들과 지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20주년 기념공연을 가졌다.

단원들은 합창단을 통해 열정을 불태울 수 있어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직 현역사업가로 활약하고 있는 이영선(36회·73) 단원은 여고시절 부터 노래를 잘했다. 이씨는 “여고시절에도 합창단 활동을 했는데, 지금 이렇게 선후배들과 같이 하니 너무 좋다.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진주여고는 오랜 역사만큼 총동창회에는 다양한 모임이 결성돼 활동하고 있다. 밴드와 산악팀 등 7개의 모임이 있는데 그 중 일신코러스가 회원수가 47명으로 가장 규모가 크다.

많은 단원이 모여 있는 만큼 남다른 사연도 있었다. 김계선(41회·67) 단원은 일신 밴드를 창단한 주역이다. 밴드에서 베이스기타와 색소폰을 담당하고 있는데 합창단인 일신코러스에 대한 애정 또한 남다르다.

김씨는 “몇 년 전 돌아가신 친정어머니가 진주여고 20회 졸업생이세요. 노래를 참 잘하셨어요. 합창단에서 같이 활동을 했는데, 어머니는 메조, 저는 알토 파트를 맡았어요. 저한테는 어머니와 추억이 서린 곳”이라고 했다.


합창단에서 웃음을 책임지는 반장, 이춘덕(36회·72)씨는 “나이가 들어 은퇴를 하고 아무런 소속감도 없고 그저 할머니로 전락한 기분이었는데, 여기 와서는 소속감도 생기고 힘이 절로 나는 기분”이라고 웃으며 자랑했다.

다른 단원들의 만족감도 높았다. 아들이 귀해서 부모님이 남자이름처럼 이름을 지었다는 최용수(43회·65)씨도 “선후배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다 보면 생활이 즐거워지고 저절로 힐링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합창단의 얼굴을 맡고 있는 이영형(45회·63)씨와 김승희(45회·63)씨는 가입 2년차이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한다. 김 씨는 “선배들이 계시니 후배들이 겸손해지고, 선배들은 후배를 챙겨주시고 마치 하나의 맛있는 비빔밥처럼 조화가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씨는 “진주여고는 사춘기 시절 인생의 추억이 담겨 있는 곳이고, 동문은 바꿀 수 없는 뿌리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동문들이 음악이 주는 즐거움을 만끽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의 곁에서 8년째 함께하고 있는 피아노 반주자 김선영(45)씨는 최준영 지휘자와 부부다. 김씨는 “진주여고 출신은 아니지만 진주여고 출신의 시어머니를 두고 있는데, 그동안 함께하면서 왜 진주여고가 명문인지를 확실히 느꼈다. 전통과 열정, 나이가 있으신 데도 선후배간에 깍듯하게 예의를 지키시고 연습도 정말 진지하게 하신다”고 말했다.

일신코러스는 올해 10월에 있을 산청 항노화 실버합창대회를 목표로 연습을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지역사회에서의 재능기부에도 적극 동참할 계획이다.

20년의 세월이 훌쩍 지나 이제는 서로가 마치 가족같이 느껴진다는 단원들. 선후배가 서로 함께 어울려 노래로 웃음꽃을 피우고 즐겁게 제2의 열정을 불태우는 그들의 노래인생이 참으로 행복해 보였다.

임명진기자 sunpower@gnnews.co.kr

[인터뷰] 일신코러스 최영준 지휘자
“열정만큼은 남부럽지 않죠. 정말 최고랍니다”


합창단의 지휘를 맡고 있는 최영준(47)지휘자는 일신코러스 단원들의 열정을 치켜세웠다.

지휘자로서 지역에서 다양한 지휘경력을 쌓는 등 꾸준한 활동을 펼쳐 왔지만 실버합창단 지휘는 일신코러스가 처음이었다.

최씨는 “사실 저희 어머님이 진주여고 출신이라서 우연찮은 계기로 맡게 되었습니다. 실버합창단 지휘는 처음이었는데 때로는 아들처럼 늘 긴장하며 8년째 지휘를 하고 있다”고 웃음 지었다.

단원들의 열정과 노력에 그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최씨는 “다른 합창단을 보면 간혹 음악전공자도 있긴 하지만, 여기는 노래를 처음 하는 아마츄어 분들이다. 그런데도 확실히 다른 면이 많다”면서 “서로 배려하고 밀어주고 끌어주는 이분들의 열정과 노력만큼은 정말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10월에 있을 산청 항노화 실버합창대회 참가를 앞두고 ‘내 사랑 산청’이라는 노래와 ‘옹헤야’ 등의 노래를 중점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는 대회 출전도 많이 할 계획이라고 했다.

최씨는 “지휘자로써 단원들이 음악에 더 재미를 느끼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면서 “더 열심히 해서 이분들에게 힐링이 되는 합창단이 될수 있도록 더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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