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지물과 무용지용의 유연한 사고
무용지물과 무용지용의 유연한 사고
  • 경남일보
  • 승인 2019.08.0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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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훈 한국방송대학교 외래교수

 

세상 만물은 그 쓰임이 다 있음을 알아야 한다. 우리의 교육은 ‘옳다’와 ‘그르다’에서 시작, ‘맞다’와 ‘틀리다’를 거쳐 ‘흑백논리’의 사고와 판단을 가르친다. 쓸모 있는 것과 쓸모없는 것을 이분법적으로 가려내고 후자는 가차 없이 버린다.

“사람들은 유용(有用)의 용(用)만 알 뿐 무용(無用)의 용(用)은 모른다(人皆知有用之用而 莫知無用之用也)”는 ‘장자’의 말을 깊이 되새겨야 한다. 쓸모없는 것이라 생각했던 무용지물(無用之物)의 ‘용(用)’이 실제로는 ‘쓸모가 있다(無用之用)’는 것이다.

중등 교육에서 논술과목이 있지만, 다각적인 관점으로 깊은 사고과정을 거쳐 스스로의 언어로 녹여내기 보다는 모범답안을 기준으로 기계적 사고와 기술적 쓰기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논술답지들이 비슷하여 독창적인 글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교육이 인간의 타고난 창의력을 규격화 시켜버려 창조력을 제거하고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 수준에서 해오던 다른 나라의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베끼는’ 것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것을 ‘먼저’ 개발하고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위치에 와있다.

정보통신 기술(IT) 강국이라는 말의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원천 기술들을 외국에서 들여와 국내에서 제품화 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 이면에 우리나라 반도체의 원재료나 핵심기술을 일본이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개발비용과 효과라는 측면에서 이유가 있었겠지만 일본과의 역사적 관계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있었더라면 진작부터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원재료 수입의 다변화를 준비하였을 것이다.

비용효과만을 추구하는 일면적 관점에서 ‘무용(無用)’의 것까지 바라볼 수 있는 다면적 시야를 가졌어야 했다. 교육에서 출발해야 한다. 우리나라 역사와 세계사 교육을 체계적으로 시켜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인문학적인 사고의 유연성을 가르쳐야 한다. 흑과 백 가운데에 회색지대가 있으며, 맞고 틀리는 것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무용지물(無用之物)’로 단정 짓는 이분법적 교육이 아니라 ‘무용지용(無用之用)’의 유연한 ‘용(用)’의 사고와 지혜를 제대로 가르쳐야 21세기 인공지능 사회에서 우리의 희망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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