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포럼] 나가사키는 오늘도 비가 내렸다
[경일포럼] 나가사키는 오늘도 비가 내렸다
  • 경남일보
  • 승인 2019.08.0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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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희복 (진주교대 교수)
나가사키 하면 젊은 사람들 사이에 짬뽕과 카스텔라, 또 노면전차 등의 낱말을 떠올리고 있겠지만, 우리가 정작으로 기억해야 할 일은 여기에서 일어난 원폭 투하 사건이다.

대중가요 ‘나가사키는 오늘도 비가 내렸다’ 라는 노래가 있다. 리더싱어 우치야마다 히로시(內山田洋)와 쿨 파이브가 1969년에 처음 불렀으니까, 이제 정확히 반세기가 된 노래다. 이 노래의 내용은 1945년 8월 9일의 나가사키 원폭 때 애인, 아니면 아내를 잃은 한 남자가 그녀의 죽음을 애도하지만 하늘도 슬픔을 아는지 이 날은 늘 비가 내린다는 것이다. 보낸 사람에 대한, 남은 사람의 철천지의 슬픔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엔카와 블루스의 멜로디 구성이 적당히 혼합된 이 노래는 한편으로 흐느적거리는 것 같고, 또 한편으로는 흐느끼는 것 같이 처연한 느낌을 준다.

이 노래는 동아시아 권역의 명곡 중의 명곡이다. 우리나라 가수 이성애와 김연자도 일본어로 불렀다. 또 중국의 개혁개방을 정서적으로 주도한 대만 출신의 여가수 덩리쥔(鄧麗君)도 일본어와 중국어로 각각 부르기도 했다. 그녀는 평생토록 중국 대륙에 간 적이 없었지만 비교적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어도 십 수 억 중국 인민의 마음에 살아있는 서정 가요의 여왕이다. 중국어 번안곡의 제목은 ‘눈물의 가랑비(淚的小雨)’이다.

이런 저런 사정을 볼 때 이 노래야말로 반전반핵을 표방한 진정한 대중가요가 아닐 수 없다. 동아시아인들의 심금을 울린 우리 시대의 명곡이다. 노래가 만들어진 때가 이제 반세기가 되었는데 아직도 동아시아는 평화롭지 못하다. 한반도와 주변국 국가 원수들이 부지런히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것 같은데, 잘 알 수가 없다.

과거가 히스토리라면, 미래는 미스터리다. 과거의 사실은 기정사실이기 때문에 움직일 수도 바꿀 수도 없다. 하지만 미래는 여전히 안개 속과 같다. 안개, 즉 미스트(mist)에 휩싸인 것처럼 모호하기 특히 때문에 이른바 ‘미스터리’란 말이 생겼다. 안개처럼 모호한 미래. 더욱이 한반도의 운명을 결정 지울 북핵의 문제는 시계 제로의 상태이다. 반면에, 현재는 선물이다. (이 두 낱말은 영어로 철자가 같다.) 우리에게 현재가 주어진 좋은 기회이기 때문에 선물인 것이다.

나가이 다카시(永井隆, 1908~1951)는 나가사키 원폭 때 애인이거나, 혹은 아내를 잃은 수많은 사내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는 의사로서 피폭자였다. 그는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지만, 아내는 원폭에 의해 살점이 산산조각 흩어져 앙상한 뼈만 남았었다.

그의 두 아들은 장모와 함께 도심(폭심)으로부터 멀찍이 피해 있어서 겨우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는 피폭 후 6년에 걸쳐 많은 저술을 남겼다. 그의 십 수 권의 책은 의학, 기록, 문필 분야에서 동시대의 가치를 지금까지 한껏 빛내고 있다. 그는 가톨릭 신자로서 바다 건너의 한국전쟁도 종식되기를 기도하면서 선종하였다. 두 아들에게 남긴 그의 어록은 지금 우리의 가슴을 치게 한다. ‘두 아들아, 비록 마지막까지 남더라도, 또 어떤 비난이나 폭력을 받더라도, 우리는 전쟁을 절대로 반대하오 라는 소리를 단호히 외쳐라.’ 그는 반전과 평화와 사랑의 아이콘이었다. 살아생전에도, 또 죽은 후에도, 그는 나가사키의 영웅이었다.

내가 외국으로 가는 바람에 한 달 앞서 미리 보낸 이 글의 원고는, 나가사키 원폭 투하일인 8월 9일 즈음, 종이 위에 실릴 것 같다. 나는 이 날에 노랫말을 프랑스 파리에서도, 새겨볼 것이다. 당신 혼자에게 건 사랑이여. 사랑의 말을 믿었었지. 찾으려고 또 찾으려고 나 홀로 혼자 헤매면, 걸어가 봐도 애끊는 돌 보도블록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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