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취월장 진주경제[10] 호암 이병철의 기업가정신(1)
일취월장 진주경제[10] 호암 이병철의 기업가정신(1)
  • 정희성
  • 승인 2019.08.0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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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
경남일보, 진주경제발전추진위원회, 경상대 기업가추진단 공동기획
 
 


“반도체는 삼성만을 위한 사업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꿈이다. 내 이름 석 자는 잊혀져도 내 꿈만은 기억될 수 있었으면…”

기흥 3라인 착공식에 참석한 호암이 이건희 부회장에게 반도체 사업을 계속할 것을 당부하며 한 말이다. 반도체 사업의 누적 적자로 모두가 절망에 빠져 있던 무렵, 호암은 그 어둠 속에서 무엇을 본 것일까?

삼성의 반도체 산업 진출은 한국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와 호암의 기술에 대한 열정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호암은 평소 ‘기술을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신념을 잊어본 적이 없다. 기술보국이라는 경영철학은 그를 평생 따라다녔다.


1980년대 당시 한국은 전자제품 개발에 필수적인 반도체 칩을 생산하지 못하는 나라였다. 그러나 73세의 나이에 반도체 불모지에서, 호암은 모두가 반대하는 일에 뛰어든다. 미국과 일본이 이끌어가던 반도체 사업에 도전장을 내민 호암은 어떤 미래를 꿈꾸었던 것일까?

호암은 자서전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다.
 
 

기업에 대한 나의 신념은 기업이 없이는 나라도 없고 또한 나라 없이는 기업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기업은 나라를 뒷받침하고 고용 증대와 납세 활동을 통해 나라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1981년 취임사에서 기업가들이야말로 새로운 일자리와 부와 기회를 창조해내는 이 시대의 영웅들이라고 기업가들의 역할을 찬양한 바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이나 기업가가 역사상 평가 받은 예가 없다.

앞으로 21세기를 향해 ‘삼성’은 더욱 큰 발전을 하리라고 확신하지만, 여기에서 긴요한 것은 왕성한 도전정신과 끊임없는 노력정신에 의해 모든 분야에서 계속 선구적으로 신기원을 열어가야 하는 것이다. 반도체 사업의 진출은 그러한 생각의 한 일단이다. 막대한 설비투자가 필요하고 기술혁신의 주기가 매우 짧은 반도체 생산에는 많은 위험이 뒤따른다. 그러나 그 위험을 뛰어넘어 성공을 쟁취해야만 삼성의 내일은 열린다고 나는 확신한다.

이것은 73세에의 큰 결단이었지만, 여기에 이르기까지에는 상당한 경위가 있었다. 1982년, 21년 만의 미국 방문에서 우리는 지금 전환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미국의 정치경제나 군사, 사회사정 등에 관해서 신문이나 잡지를 통해 매일같이 너무도 잘 알고 있다고 항상 자부했었다.그러나 막상 미국에 가보고는 놀랐다. 수출이 생명선인 한국경제이지만 이미 경공업 제품은 후진국의 맹추격에 쫓기고, 중화학 제품은 조선이나 제철 등의 일부를 제외하면 선진제품과 경쟁이 안되어, 수출의 양적 증가는 가능하더라도 순가득액의 증가는 기대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제 첨단기술산업을 개척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고 판단했다. 또 우리 주변의 모든 분야에서 자동화, 다기능화, 소형화가 급속히 추진되고, 여기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반도체 비중이 점차 커져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피나는 반도체 개발 전쟁에 참여해야만 한다. 반도체 자체는 제철이나 쌀과 같아서 반도체 없는 나라는 고등기술의 발전이 있을 수 없다. 언제나 ‘삼성’은 새 산업을 선택할 때는 항상 그 기준을 명확했다. 국가적 필요성이 무엇이냐, 국민의 이해가 어떻게 되느냐, 또한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느냐 등이 그것이다.

이 기준에 견주어 현 단계의 국가적 과제는 ‘산업의 쌀’이며, 21세기를 개척할 산업혁신의 핵인 반도체를 개발하는 것이라고 결론내렸다. 그러나 난제는 워낙 크고 많다. 과연 한국이 미국, 일본의 기술수준을 추격할 수 있을까. 막대한 투자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까. 혁신의 속도가 워낙 빨라 제품의 사이클은 기껏해야 2~3년인데, 그 리스크를 감당해낼 수 있을까. 미·일 양국이 점유한 세계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어 경쟁에 이길 수 있을까. 고도의 기술두뇌와 기술인력의 확보와 훈련은 가능할까. 생각하면 할수록 난제는 산적해 있다. 그러나 누군가가 만난(萬難)을 무릅쓰고 반드시 성취해야 할 프로젝트이다. 내나이 73세, 비록 인생의 만기이지만 이나라의 백년대계를 위해서 어렵더라도 전력투구를 해야 할 때 가 왔다.

삼성반도체 현황
◇VLSI사업 투자 공식 선언=1983년 3월 15일 삼성은 VLSI사업에 투자한다는 것을 국내외에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호암이 도쿄선언 이후 지난 1988년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삼성은 33년 만인 2017년 인텔을 제치고 반도체 분야 글로벌 1위에 올랐다. 그리고 그의 손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오는 2030년 비메모리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에 오르기 위해 133조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시총은 2017년 11월 10일 현재 561조 8000억원이다.전체 상장사 시총의 29.5%를 차지 하고 있다. 자산 상위 10대 그룹(공정거래위원회의 2017년 기업집단 지정 기준) 계열 상장사의 시총은 2017년 11월 10일 기준 1005조 2000억원으로 전체 시총(1905조 2000억원)의 52.8%를 차지했다.

일본에 대한 호암의 감정은 투 톤이었다. 가난한 나라의 사업가로서 일본의 앞선 기술과 자본을 동경하면서도, 언젠가 보란 듯이 일본을 꼭 추월하고 말겠다고 다짐했다. 전자 및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후 호암이 임원들에게 늘상 하던 말은 “일본은 하는데 우리는 왜 못하나?” 혹은 “도대체 일본을 이기지 못할 이유가 뭐고?”였다. 호암은 사업보국(事業報國), 인재제일(人材第一), 합리추구(合理追求)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불모의 한국경제가 오늘에 이르기까지 발전해 오는데 선도적 역할을 했다.

호암의 경영철학중 첫 번째에 해당하는 사업보국은 기업을 통해 국가와 사회에, 더 나아가서는 인류에 공헌하고 봉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호암은 기업의 존립 기반은 국가이며, 따라서 기업은 국가 발전에 공헌해야 하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호암은 국리민복(國利民福)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을 일으키고 발전시키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이를 실천해 온 것이다.

인재제일은 인간을 존중하고 개인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이로 하여금 개인과 사회의 발전에 원동력이 되게 한다는 정신이다. 호암은 일찍부터 ‘기업은 사람이다’라는 말을 강조해왔다. 즉 뛰어난 경영이념과 철학은 그것을 실천으로 뒷받침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호암이 인재제일을 사업보국 다음의 경영철학으로 삼은 까닭은 거기에 있다.

합리추구는 사업보국과 인재제일의 정신을 뒷받침하는 개념이다. 호암은 사업보국과 인재제일의 뜻이 아무리 훌륭하다 하더라도 그것이 합리성의 바탕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본질마저도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으며 이에 모든 경영활동은 이치에 합당한, 즉 합리를 추구해야 함을 강조했다.

호암은 삼성상회를 설립한 후, 일본 와세다대학 유학시절 만났던 친구를 지배인으로 채용했다. 그는 은행의 융자나 대량의 자재구입과 수주 등 극히 일부의 중요한 문제를 제외하고 어음 발행이나 인감의 관리 등에 이르기까지 경영일체를 지배인에게 맡겼다.

“나는 경상적인 사업의 사소한 일은 알려고도 하지 않고, 알지도 못한다. 다만 ‘의인물용(疑人勿用), 용인물의(用人物疑)’로 유위(有爲)한 인재를 찾아서 그에게 모든 것을 맡겨왔을 따름이다. 의심이 가거든 사람을 고용말라. 의심하면서 사람을 부리면 그 사람의 장점을 살릴 수 없다. 그리고 고용된 사람도 결코 제역량을 발휘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을 채용할 때는 신중을 기하라. 그리고 일단 채용했으면 대담하게 일을 맡겨라. 인재제일(人材第一)은 나의 신조이며, 인사정책은 언제나 삼성의 경영정책 중에서 최우선의 위치를 차지한다”

호암이 삼성상회의 출발과 함께 터득하고 실천했던 이같이 사람을 쓰는 원칙은 그의 경영철학에서 굵은 기둥의 하나가 되었다.

정리=정희성기자



‘일-취-월-장 진주경제’ 프로젝트는 경남일보, 진주경제발전추진위원회(위원장 정인철), 경상대학교 기업가정신추진단(단장 정대율 교수)이 공동으로 진주지역 출신 기업가들의 혁신적인 기업가정신 뿌리를 탐색하고 정립해서 위기의 한국경제-진주경제의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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