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인생
100세 인생
  • 경남일보
  • 승인 2019.08.0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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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위식(한국문인협회 수필분과위원)
윤위식
윤위식

인명이 재천이라 죽는 것도 하늘의 뜻이기에 인력으로 못 하니까 그저 건강하게 살다가 적당한 나이에 자는 잠에 깨어나지 않으면 하는 것이 노인들의 마지막 바람이지만 육십은 청춘이고 칠십이 한창때며 팔구십이 예사라서 노인들이 생각해도 기가 차는 노릇이라 안 죽어서 탈이라며 스스로를 타박해도 100세 시대를 살고 있다.

사람들이 말끝마다 죽겠다는 소리는 달고 산다. ‘성질나서 죽겠다’ ‘바빠서 죽겠다’ ‘시끄러워 죽겠다’ ‘기가차서 죽겠다’ 심지어는 ‘좋아서 죽겠다’고 해대서 옳다구나 이제는 죽겠지 하고 기다리던 저승사자가 지례 죽을 판이다. 죽겠다면서 팔팔하기만 하니 데려가기는 걸렀고 저승사자도 포기해버린 것 같다. 게다가 배짱도 대단하다. 저승사자가 찾아와도 쓸 만해서 못가고, 할 일이 많아서 못가고, 자존심 상해서 못 간다고 전하기나 하라면서 재촉도 말라하니 이 얼마나 배포 있는 소리인가. 한 마디로 노하우가 있으니 살아온 세월을 물로 보지 말라는 거다.

사실은 할 일도 없고 쓸데도 없으면서 염라대왕까지 우습게보고 때가 되면 알아서 가겠다는 배짱까지 부리는 판에 저승사자쯤이야 마당쇠로 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어디 그 뿐인가 ‘내 나이가 어때서’ 라며 스트레스 받게 군소리 말라면서 무시하고 막나간다. 다부지기도 하여 사랑하기에 딱 좋은 나이란다. 이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인가. 필자 나이도 고회를 넘었으니까 하는 말이지만 ‘아깝다, 아깝다’ 하면서 지금 가면 딱 좋은 나이고 호상이다.

그런데 아닌 게 아니라 할 일이 많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은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라며 가셨는데 우리는 버릴 것을 아직도 못 버리고 있어서다. 무엇을 버려야 홀가분해질 것인가도 잘 알고 있다.

또 하나는 젊은이들에게 이를 말을 아직도 못하고 있다. 가장 바른 길이 어디에 있는가를 꼭 일러줘야 한다. 휴정은 훗날 따르는 이를 염려하여 눈 덮인 벌판이라도 함부로 걷지 말라고 했다. 남은 자들이 꼭 같은 길을 따르면 또 힘들어 할 거니까 미리 일러주면 얼마나 수월해 질까를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주고 또 줘도 축나지 않는 것도 알면서 입을 다물어버리면 남은 자들도 따라서 인색해져서 삭막해진다. 유럽 속담에 노인이 한 사람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고 했다. 건강할 때에 버리고 부지런히 알려주고 서둘러서 일러 줘야한다. 세월은 인정머리가 없어서 시간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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