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지감수성’과 부모교육
‘성인지감수성’과 부모교육
  • 경남일보
  • 승인 2019.09.1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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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혜 (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엊그제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3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되어 그는 간음·추행으로 감옥살이를 하게 되었다. 대법원의 판단근거는 ‘성인지감수성’판례에 따랐다고 한다. 세간을 놀라게 한 이 사건은 처음부터 주목을 받았는데, 1심 무죄에서 2심 유죄, 그리고 대법원 형 확정까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사건이었다.

‘성인지감수성’이란 일반인에게는 아직 많이 생소한 말이다. 이것은 젠더 감수성(Gender Sensitivity)이란 뜻으로 성별 차이에 따른 불평등 상황을 인식하고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하는 감수성을 말한다. 1990년대 중반, 주로 서구사회에서 성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각종 정책의 주요 근거와 기준으로 제시된 개념으로, 우리나라에도 최근 여러 정책에서 적용하고 있는 개념이다. 특히 가부장제가 지속된 한국 사회는 젠더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일부에서는 현재 우리사회는 여성평등이 아니라 여성상위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표현들을 하는 사람들은 바로 ‘성인지감수성’에 대한 이해부족 때문이다. ‘성인지감수성’이란 여성이든 남성이든 한 성이 성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으면 안된다는 의미인데, 통상 우리사회에서는 가부장제 사회의 여파로 대부분 여성이 약자이기 때문에 여성에게 많이 적용되어왔다. 올해 발표된 유리 천장 지수(직장 내 여성이 동등한 대우를 받을 기회를 평가하는 지표)에서 한국은 100점 만점 가운데 25점을 받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를 기록 했다. 우리사회에서 여성의 차별적 위치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성인지감수성’은 만약 남성이 차별을 당한다면 남성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개념이다. 최근 ‘경남 청소년 노동실태조사’가 경남 도의회에서 보고되었는데, 도내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1~3학년 등 총 131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 가운데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부당대우를 경험한 청소년이 43.9%로서 주로 욕설이나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는 것으로 나왔다. 또 부당한 대우 경험이 있는 학생 중 1/4정도는 성희롱이나 성폭력 등 성적 피해를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은 손님으로부터 피해가 12.2%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사업주 7.5%, 상사나 선배 4.8% 순으로 피해를 받았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부당한 대우를 당하고도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54.4%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계속 일했다’고 답변하여 노동현장 내에서 청소년 인권이 심각함을 보여주었다.

전 충남지사 성폭력사건이나 경남 청소년 아르바이트생 성희롱·성폭력 사건의 시사점은 무엇일까? 우리사회는 무엇을 어떻게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인가?

이쯤에서 우리는 부모의 ‘성인지감수성’은 어느 정도일까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하겠다. 부모는 자녀를 키우면서 자녀의 가치관에 일생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강력한 존재이다. 부모의 가치관, 신념은 자녀양육을 통해 고스란히 자녀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가 ‘성인지감수성’을 가지고 있다면 자연히 자녀들도 ‘성인지감수성’을 가지게 된다. 부모가 자녀에게 남자든 여자든 인간으로서의 배려와 존중을 가르치고 솔선수범해야 하는 이유이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의 특징도 성별에 따른 차이 이전에 인간으로서 어떤 성격이나 소질을 가지고 있는지 라는 측면에서 그 아이를 키워주어야 할 것이다. 남자니까 의사, 여자니까 간호사, 라는 획일적이고 성차별적인 사고는 개선해야 한다. ‘여자는 의사, 남자는 간호사’라는 공식도 얼마든지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인지감수성’이 부모교육에서부터 시작되어 우리사회가 모두 성숙된 ‘성인지감수성’안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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