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후 증후군
명절 후 증후군
  • 경남일보
  • 승인 2019.09.1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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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모(전 경남일보 국장)
정재모
정재모

오래 전 직장 선배 한 분에게서 ‘대사성 어지럼증’이란 말을 얻어들었다. 제사나 잔치 같은 집안일이 다가오면 참이든 거짓으로든 지레 머리가 어질어질해진다는 주부들의 호소를 두고 하는 우스개였다. 명절 밑에 도지면 일러 ‘명절성 어지럼증’일 것이다. 차만 탔다 하면 소피가 급해지는 ‘승차성 용뇨증’, 사랑에 빠진 청춘을 놀려먹던 ‘단일대상 집착증’ 같은 패러디 조어를 주고받으며 킥킥거리던 초년 편집기자 시절의 얘기다.

말장난으로만 알았던 우스개 증세가 나중에 정말 의학·사회적 화제가 되는 현실을 보았다. 90년대 중후반 명절증후군이란 신종 신드롬이 나타난 거다. 신종이라기보다는 양성평등 의식이 싹튼 그즈음 비로소 사회적 관심을 받은 증세였다. 매스컴들은 명절이 다가오면 으레 명절증후군에 지면을 할애했다. 특집, 칼럼, 기고 같은 형식으로 다투어 관련 정보를 취급했다. 몇 년 전의 메르스 같은 치명적 신드롬은 아니지만 적잖이 심각했던 거다. 요즘도 그런 기사는 가끔 눈에 띈다.

명절증후군은 가사 부담에 중압감을 받는 주부들의 심리적 육체적 병증을 말한다. 두통 소화불량 같은 신체적 이상과 피로감 우울함 따위의 정신적 증상이 대표적이다. 귀성 전후에 발생하는 가족 간의 말다툼, 시댁과 친정의 차별 같은 걸로 인한 스트레스가 요인이다. 요새는 주부를 넘어 남편, 미취업자, 미혼자, 시어머니에게까지 이환 범위가 넓어졌다. 그런 부정적 측면도 있는 명절을 또 한 번 치렀다.

누구나 연휴 다음날은 참 출근하기 싫다. 업무는 손에 잡히지 않고 낯설다. 쉬면서 새 기운을 많이 충전했을 법도 한데 심신의 피로는 되레 더한 것만 같다. 게다가 명절 음식에 잔뜩 부대낀 위도 편하지 않다. 이른바 명절 후 증후군이다.

명절 연휴나 여름휴가 끝은 언제나 이렇다. 연휴를 갖는 건 일과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심신에 쌓인 피로를 털어내고 활력을 충전하자는 뜻일 거다. 그런데 실컷 쉬고 난 뒤에 다시 증후군이라니,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오늘이 바로 이 증세가 직장들을 한바탕 휩쓸고 있을 연휴 뒤 첫날이다. 명절 후 증후군은 생활 리듬이 잠시 흐트러진 데서 오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한다.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란 얘기다. 다만 하루 정도로 깨끗이 치유하고 정상 생활 흐름새를 되찾는 게 중요하다. 우선 오늘 하루 햇볕을 많이 쬐고, 오늘밤부터 자신의 수면 패턴부터 회복하라고 의사들은 충고한다. 느긋하던 명절 기분 훌훌 떨치고 일상에 힘차게 복귀하는 것! 건강한 생활인에게서 보는 또 하나의 아름다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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