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말 엿보기[13] 한가위를 보내고
토박이말 엿보기[13] 한가위를 보내고
  • 경남일보
  • 승인 2019.09.1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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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겨레 큰 기림날 가운데 하나인 한가위를 앞뒤로 나흘을 이어서 쉬었습니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들과 “한가위는 잘 쇠셨는지요?”라는 말을 주고받았습니다. 하지만 ‘추석’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들이 많고 인사도 “00한 추석 되세요”라는 인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 저로서는 많이 아쉽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추석’과 ‘한가위’의 말밑(어원)과 주고받는 인사와 아랑곳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추석’이란 한자말을 많이 쓰지만 한자의 뜻을 풀이해 보면 ‘가을 추’ ‘저녁 석’으로 ‘가을 저녁’이란 뜻입니다. 이 말은 5세기 송나라 학자 배인의 ‘사기집해(史記集解)’에 나온 ‘추석월(秋夕月)’이란 말에서 비롯되었다는 풀이가 있습니다. 여기서 ‘추석월’의 뜻은 ‘천자가 가을 저녁에 달에게 제사를 드린다’는 뜻이었으니 우리가 기리는 한가위 날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 사람들조차 ‘중추절’이란이 말을 쓰지 ‘추석’은 거의 쓰지 않는다는 말도 있습니다.

그에 견주면 ‘한가위’는 뜻과 비롯함이 똑똑한 토박이말입니다. ‘한가위’는 ‘크다’는 뜻의 ‘한’과 ‘가운데’라는 뜻의 ‘가위’라는 말을 더한 것으로 ‘음력 8월 한가운데에 있는 큰 날’이라는 뜻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가위’라는 말은 신라 때부터 써 온 말임을 ‘삼국사기’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신라 유리왕 9년에 나라 안 부녀자들을 두 편으로 갈라 음력 7월 열엿새 날부터 8월 보름까지 길쌈을 짜게 하였다. 그리곤 짠 베로 승부를 가름하고, 진편에서 술과 음식을 차리고 이 날 달 밝은 밤에 길쌈을 한 부녀자들이 밤새도록 ‘강강술래’와 ‘회소곡’을 부르며, 춤을 추고 흥겹게 놀았다. 이것을 그 때 말로 ‘가배→가위라고 하였다”

위와 같은 글과 여러 가지 풀이를 모아보면 한가위를 ‘가위’, ‘가윗날’, ‘가배절’, ‘가붓날’이라고도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추석(秋夕)’이라는 말보다는 신라 때부터 오랫동안 써 온 토박이말 ‘한가위’를 더 많이 쓰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덧붙여 ‘한가위’ 때 “풍성한 또는 풍요로운 추석 명절 되시기 바랍니다.”라고 쓴 펼침막을 여러 곳에서 보았습니다. ‘추석’한테 하는 말인지 누구한테 하는 말인지 모를 말입니다. 우리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이미 ‘한가위’는 참 좋은 때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가위다운 한가위 보내시길 비손합니다” 또는 “넉넉함이 있는 즐거운 한가위 보내시길 바랍니다”라든지 그냥 “한가위 즐겁게 쇠기기 바랍니다” 라고 해 보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새해에 다시 돌아오는 한가위 때는 이런 말을 많이 들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창수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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