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 플러스[228] 함양 창암산
명산 플러스[228] 함양 창암산
  • 최창민
  • 승인 2019.09.26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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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암산의 이름을 있게한 창바위. 정상에서 마천방향 10분 거리에 있다.
지리산 북쪽에 위치한 창암산(槍岩山ㆍ923m)은 삼정산·와불산과 함께 지리산 조망이 좋은 산으로 꼽힌다.

지리산 주릉에서 발원한 칠선계곡과 한신계곡(백무동) 두 물줄기가 하부에 이르러 창암산과 맞닥뜨리는데 이 산으로 인해 곧바로 흐르지 못하고 휘돌아 흐른 뒤 임천에서 합류한다.

창바위산 이라고도 부르는데 정상부근에 날카로운 창(槍)을 닮은 일명 창바위가 있기 때문이다. 산행에서 주의 할 점은 수목과 밀림이 많고 등산로가 선명치 않아 반드시 산행리본(시그널)을 보고 따를 것을 권한다. 길이 아니라고 생각되면 지체 없이 돌아 나와 지도나 gps를 활용해 길을 다시 찾아야한다.

특히 초입부분인 의평 1·2교에서 20분 동안에는 리본이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에 길을 잃지 않으려면 사전 정보를 파악하고 익히는 걸 소홀히해서는 안 된다. 최근 시행한 간벌작업으로 리본이 많이 사라졌다.

지리산 조망이 좋다고 했지만 사실은 대부분 지역에 수목이 높이 자라 잘 보이지 않는다. 숲 사이로 내다보거나 아니면 독립된 바위지대로 빠져나와야만 조망이 가능하다. 힘들다고 별 생각 없이 오르기에만 열중하면 지리산이 언제 어떻게 지나갔는지 알 수 없게 된다.

또 하나, 특이한 것은 지리산 남쪽의 산을 내·외 삼신봉 반야봉 노고단 덕평봉이라고 부르는 것과는 달리 북쪽지역 산은 창암산 삼정산 견불산 와불산으로 부른다. 북쪽의 산을 독립된 산으로 대우했기 때문이라는 일설은 그럴싸하게 들리기도 한다.

 
창암산 정상
▲등산로;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 의평마을 의평1·2교 사이 주차장→언덕위의 집→집수정→먹통바위→비녀바위→남원 양 씨묘→두지터 갈림길→창암산 정상→무덤→창바위(상투바위)→갈라진 바위 전망대→상수원 집수정→임도→마천면 가흥리 가채마을→내마정류장 도착. 11㎞에 휴식시간포함 5시간 소요

▲내비게이션에 ‘의평교’를 치면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 의평마을 앞 주차장에 데려다 준다. 9시 36분, 의평2교 쪽으로 걸어 신설 도로를 건넌 뒤 북미의 명가주택을 닮은 언덕 위의 집으로 올라야한다. 언덕 위 집을 지나자 마자 왼쪽 대나무숲사이로 난 길을 따라 돌아가면 은빛 상수도취수탱크가 나온다. 취수 탱크 왼쪽으로 올라 칡과 줄기식물이 점령한 임도를 따라 오르면 된다.

산행리본이 단 하나도 걸려 있지 않아 길 찾기에 유의해야한다. 들머리에 대해 상세히 적는 것은 적어도 이 산 등산로는 ‘시작이 반’이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첫길 찾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뒤편의 강 건너 채석장에 초대형 석조여래상이 보인다. 그 왼쪽으로 지리관문 오도재, 더 왼쪽 산중턱에 안국사와 하얀 통신철탑을 안고 있는 금대산이 내려다 보고 있다. 그 뒤가 백운산이다.

추석이 지나고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면서 수목의 나뭇잎은 노란 잎으로 갈아입으려는 찰나다. 붉은 기운이 보이기도 하고 벌레 먹은 잎도 있으며 낡아 빠진 이파리도 있다. 나뭇잎에서 청춘을, 아름다움을, 또 늙고 병듦과 시듦을 본다. 찰나와 같은 인생을 닮았다.

처음부터 오름길이 드세다. 30도에 이르는 등산로를 오르는 것은 누군가가 등 뒤에서 끌어당기는 것과 같다. 이른 아침식사에다 준비운동 없이 시작한 산행이라면 더욱 그렇다.

길이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없어진 길이 다시 나타날 때는 반갑고, 보이지 않을 때는 불안해진다. 궁극적으로는 능선을 타고 올라가면 되기 때문에 그 믿음만 갖고 주행하면 어려움은 없다.

출발 후 30분, 첫 번째 다가오는 바위는 먹통바위다. ‘감나무골 할머니가 달았노라’며 아크릴판에 ‘먹통바위’라고 써 놓았다. 유성 펜의 색이 바랜 정도로 봐서 꽤 오래 전에 쓴 글이다.

1시간 만에 비녀바위를 지난다. 길쭉한 바위 생김새때문에 이름을 갖게된 것으로 보인다. 추석전후로 벌초를 했는지 비교적 깨끗한 ‘남원양씨 묘’ 옆을 지난다. 작은 돌비 하나 남기지 않은 무명의 묘는 벌초는커녕 묵뫼가 돼 가는데, 심산일지언정 작은 비석이라도 하나 만들어 세운 것이 후손들이 때마다 철마다 찾아오는 계기가 되는 것 같다.

허리를 굽히거나 넘어야할 정도로 많은 잡목들이 길을 가로 막는다. 낙엽송가지가 밟혀 부러지는 소리가 발밑에서 경쾌하다. 바람부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몸을 맡기고 휘적휘적 산길을 걸어간다.

정상 직전 갈림길, 왼쪽은 두지터와 제석봉으로 이어지는 창암능선이지만 국립공원구역으로 비법정탐방로다. 가끔 산행객들이 이 길을 오간 사실을 자랑스럽게 포털 카페나 블로그 등에 올려 놓는데 지양해야할 일이다. 국립공원측이 불법의 증거로 삼을 가능성도 없지않다.

11시 40분, 출발 후 2시간이 안돼서 정상에 닿는다. 변변한 정상석이 없다. 그저 누군가가 옆에 있는 돌팍을 주워 세우고 검정색 페인트로 ‘창암산’과 해발을 써넣었다. 나뭇가지에 고리를 걸어 문패처럼 달아 놓은 이정표는 널빤지로 만들었다.

이곳에서의 조망은 천왕봉을 중심으로 좌우에 중봉과 제석봉이 완벽한 형태의 뫼산(山)자 모양을 보여준다.

12시 50분, 오름길에서 비녀바위 먹통바위 달랑 2개의 바위만 보였던 것과는 달리 휴식 후 하산 길은 바위와 육산이 조화를 이루는 길이다.

쌍분묘 옆으로 내려서면 10분 만에 길쭉하게 하늘로 치솟은 바위가 나타난다. 위에서 볼 때는 그저 평범한 직사각형 바위로 보이지만 내려서서 반대편에서 치올려 보면 삿갓모양 혹은 상투모양이다. 이 산의 이름을 있게한 창바위다. 그러니까 창암산 유래가 되는 바위는 정상에서 마천방향으로 약 10분정도 거리에 위치한다.

 
축구공을 닮은 대형버섯
축구공 크기의 대형 버섯에 이끌려 등산로를 벗어나 다가간 곳에 바위전망대가 나타난다.

멀리 산 마루금에 투구나 쇠뿔처럼 볼록하게 솟은 봉우리는 형제봉이다. 그 왼쪽에 벽소령 덕평봉 칠선봉이, 오른쪽에 영원령과 삼정산이 이어져 있다.

하산 길 중간쯤은 올랐던 만큼 급경사의 연속이다. 푹신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미끄러워 옆으로 게걸음을 하거나 바위를 안고 돌아야만 안전하다.

죽산박씨 묘지를 지나면 숲 사이로 마을이 보이면서 산행은 막바지로 향한다.

숲속에 묵은 논밭은 과거 화전민의 삶터이다. 그 시절 이곳에서 땅을 일궜던 사람들은 등짐을 지고 산 아래로 내려갔고, 거기서 또 한세대가 지난 이들은 트럭을 타고 도회지로 향했다. 인적이 사라진 지금, 가끔 내지르는 고라니 울음소리와 비둘기의 음탕한 소리만이 정적을 깬다.

2시 30분께 느티나무가 버티고 선 가채마을에 닿는다. 옛날엔 가치래미로 불렀다. 가채암이라는 큰 암자가 있었다고 한다. 마을 입구 들녘을 지금도 ‘한절들’로 부르는 것은 큰 절이 있었다는 반증이다. 마을에서 의명으로 회귀하려면 마천 개인택시를 부르면 된다. 택시비 7000원.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더 걷고 싶다면 의탄리까지 열려 있는 ‘지리산 자락길’을 따르면 된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비녀바위
비녀바위

 

 
 
내림길에서는 미끄러워 바위를 안고 조심스럽게 내려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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