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밥 먹자
얘들아! 밥 먹자
  • 경남일보
  • 승인 2019.09.30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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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정(진주YWCA사무총장)
고명정
고명정

“언제 밥 한번 같이 해요.” 이런 인사를 한 번도 나눠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연한 자리에서 반가운 사람을 만났거나 그냥 헤어지기에 겸연쩍은 상황 등에서 두루 인사말처럼 쓰곤 한다. 정확한 일시와 장소를 정하지 않았기에 약속이라고 할 수 없어도 밥 한번 같이 먹자는 말은 다른 인사와 다른 정겨움이 있다.

누구에게나 밥만큼 중요한 것은 없고 생존을 위한 필수먹거리 이상인 ‘밥’은 많은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사람을 만나면 “아침 드셨습니까”, 라고 안부를 묻는다. 심지어 영화 ‘살인의 추억’ 마지막 장면에서 배우 송강호는 범인으로 지목한 박해일에게 “밥은 먹고 다니냐”고 비감(悲感)한 안부를 묻는다.

대학시절 농활이나 모꼬지 가서 밥 때가 되면 함께 목청껏 불렀던 밥가는 “밥은 하늘입니다~”로 시작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아이를 키울 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 아이들은 ‘이야기밥’을 먹고 자란다.

늦은봄, 이팝나무 꽃송이가 온 나무를 덮을 정도로 피었을 때 가난했던 우리 부모님들의 삶을 그려보게 된다. 꽃송이가 사발에 소복이 얹힌 흰 쌀밥이었으면 좋겠다고 흰쌀밥(이밥)나무라고 했다지 않은가.

밥을 대체하는 수 백가지 먹거리가 있는 요즈음, 햇반 말고 압력밥솥 김이 차올라 갓 지은 뜨끈한 밥 한 그릇 뚝딱 먹고서 다시 밥심으로, 우리네 식구들이 살아갔으면 좋겠다.

우리 땅, 그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가진 농부의 쌀과 우리지역 먹거리로 정성껏 만든 아침밥 한번 지역의 아이들과 나누고 싶어서 진주YWCA는 십 수년째 “청소년아침밥먹기캠페인-얘들아 밥 먹자” 를 지역 고등학교를 돌며 진행하고 있다.

“아침은 왕처럼, 점심은 평민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규칙적이고 균형잡힌 아침밥 먹는 습관의 이로움은 이미 의학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아침밥은 에너지를 공급하고 체온을 높인다. 아침을 거르는 습관은 지방을 축적해서 콜레스테롤을 쌓이게 하므로 심장병 발병원인이 되고, 인슐린 저항이 나타나서 당뇨병 원인이 된다고 한다. 아침을 굶으면 점심을 과식하게 되며 피하지방이 늘어나서 비만이 되는 지름길이 되기도 한다.

아침밥 먹는 우리 아이들이 꿈도 먹고 좌절도 먹고 도전도 먹고 더불어 같이 가는 삶도 먹으며 살면 좋겠다.

밥이 보약이다. “얘들아 밥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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