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축제의 정체성과 시기
10월 축제의 정체성과 시기
  • 경남일보
  • 승인 2019.10.0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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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인(진주시의원)
서정인
서정인의원

축제의 계절이 왔다. 개천예술제와 남강유등축제로 대표되는 진주의 10월 축제는 이제 축제장을 남강 변으로 한정하지 않고 시 전역으로 확대하는 등 화려하고 더 정교해 지고 있다.

이러한 발전을 보면서 이제 축제의 역사성이나 정체성 같은 내면적인 것도 함께 잘 정비해 나가야 할 시점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10월 축제의 가장 큰 소재는 임진왜란 진주성 전투가 될 것이다. 진주성 전투는 1592년 11월 13일 전투(1차)와 이듬해 1593년 7월 27일 전투(2차)로 나뉜다. 우리는 크게 승리한 1차 전투를 진주대첩이라 하고, 김시민장군을 떠 올리며 이날을 진주시민의 날로 정해서 큰 잔치를 벌이고 있다.

2차 전투는 크게 패한 전투로 최경회, 황진, 김천일, 고종후, 논개 등 6만 군·관·민이 희생된, 숨기고 싶지만 숨길 수 없는 슬픈 전쟁이었다. 대승과 대패, 이러한 극명한 차이에도 불구하고 우리지역에서는 지금까지 1차, 2차 전투를 구분하지 않고 그냥 두리뭉술 진주대첩으로 포장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들기도 한다. 역사는 있는 그대로, 사실 그대로 가르치고 기억 할 때 진정한 의미가 있다. 풀죽은 2차전투를 부끄러워 말고 세상 밖으로 적극 끄집어내야 한다. 이긴 전쟁은 이긴 대로, 패한 전쟁은 패한 대로 우리에게 가르침이 있는 것이다.

진주에는 봄(논개제), 가을(10월축제) 두 번의 축제가 있다. 그래서 10월 축제는 1차 진주대첩을 기려 승리의 축제로, 이듬해 봄 축제는 2차 전투를 기려 슬픔의 축제(제사강화, 후손초청, 결의다짐)로 승화시켜 나갔으면 한다. 이렇게 두 전투에 각각의 축제를 접목시켜 축제의 성격을 분명하게 함으로써, 일각에서 회자되던 모방축제니 뿌리 없는 축제니 하는 말도 사라지게 하고, 진주축제가 역사축제의 새로운 콘텐츠로 부상하는 효과도 얻게 될 것이다.

또한 축제시기에 대한 논의도 필요해 보인다. 거의 50년 가까이 11월 달에 개최해 오던 개천예술제를 10월(1996년부터)로 당긴 이유 중에 하나였던 농번기 문제도 이제 농업의 패턴 변화로 문제될 것이 없다. 요즘 10월은 이상기후로 인해 태풍이 너무 잦다. 역사적으로도 사실과 다르다. 현재 진주시민의 날은 10월 10일, 조례에 ‘시민의 날은 1592년 진주성 대첩 승전일을 기려 매년 10월 10일로 한다’로 돼있다. 그러나 진주대첩 승전일은 1592년 11월 13일이다. 10월 10일은 11월 13일의 음력 날짜이다. 현시대에 음력 기념식, 시민의 날 행사를 10월 달에 하려고 음력을 양력화 한 것으로 짐작이 된다. 역사문화예술의 도시에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진주대첩은 따뜻한 10월이 아니라 쌀쌀한 11월에 벌어진 전쟁이라는 점, 우리와 함께 임진왜란 3대 대첩으로 일컬어지는 한산대첩도, 이순신 장군과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맞붙은 실제 그날(8월14일)에 한산대첩제를 하고 있고, 권율의 행주대첩도, 곽재우의 의병제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꼭 얘기하고 싶다. 역사학자 ‘E. H. 카’는 ‘역사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역사란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과정,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끊임없는 상호작용과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진주역사가 더 정확하고, 더 진솔하며, 더 겸허하게 세상에 알려졌으면 좋겠다. 결국 정확하고 진솔하며 겸허한 우리 얘기들은 머지않아 축제 뿐 아니라 영화나 오페라 뮤지컬 등 다양한 콘텐츠로, 더 큰 선물이 되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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