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사각지대 생겨도 나서는 사람이 없다
통신 사각지대 생겨도 나서는 사람이 없다
  • 백지영
  • 승인 2019.10.0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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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편)중계기 관련 부처·인력 전무

설치의무화 이전 아파트
지자체·관련기관 수수방관
통신사·입주민에 떠넘겨
7일 진주혁신도시와 역세권 일대. 신식 고층 아파트들이 줄지어 들어서있지만 막상 내부로 들어가보면 전화가 제대로 터지지 않는 곳이 많다.

지난 2017년 대규모 건축물 내 중계기 설치 의무화 조항이 시행됐지만 모두 관련 법이 개정되기 전 지어진 아파트다.

최근 본보가 해당 지역 13개 신축아파트를 대상으로 지상 통신 중계기 현황을 살펴본 결과 10월 현재 옥상에 통신3사 중계기를 운영하고 있는 아파트는 단 1곳에 불과했다.

다른 3개 아파트는 화단이나 경비실 등 지상에 통신3사 혹은 특정 통신사 1곳의 중계기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거나 설치 단계에 있다. 위치 특성상 중계기 전파가 고층 세대까지는 닿지 않아 고층 입주민은 여전히 휴대전화 사용에 불편을 겪고 있다.

그 외 아파트들은 모두 지상 중계기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전자파 걱정에 옥상에 설치한 중계기 가동을 중지하고 철거하기로 결정한 아파트마저 존재한다. 이 아파트와 통신사는 옥상 중계기를 대신해 아파트 인근 진주시 소유의 한 야산에 중계기 설치를 추진했으나 시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후 다른 아파트 인근에 설치 장소를 물색하고 있지만 모두 소유주가 있어 지지부진한 상태다.

도내로 넓혀보면 전자파 갈등으로 중계기가 없어 통신 오지로 전락한 신축 아파트는 훨씬 증가하지만 법 개정 전 지어졌다는 이유로 정부의 관심 대상이 아니다.

본보는 최근 경남도와 각 지자체 관련 부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전파진흥협회 이동통신설비구축지원센터(RAPA), 부산전파관리소 등 유관 기관을 대상으로 해당 업무를 맡는 부서나 직원 유무를 확인해봤지만 이를 두고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었다.

통신사와 입주민들이 알아서 처리하겠거니 수수방관하다 민원이 들어오면 그제야 사실을 인지하고 통신사 쪽에 이를 해결할 순 없겠느냐 주먹구구식 중재에 나서는 정도가 전부다.

당국이 정말 ‘대규모 재난 취약 위험 해소’를 위한 의지가 있다면, 최소한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 중 이러한 위험에 직면한 전파 음영 지역은 얼마나 되는지 체계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내에 설치되는 모든 통신사 중계기 허가 업무를 담당하는 중앙전파관리소 부산전파관리소 관계자는 “통신 3사 어느 곳의 전파도 닿지 않는다면 긴급전화도 터지지 않아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도 “지상 통신 중계기가 설치되지 않아 전파 음영지역으로 분류되는 공동주택을 일괄적으로 정리해둔 것은 없다. 알고 싶다면 중계기 설치 허가가 난 장소와 도내 각각의 건축물 주소를 대조해 중계기 설치 여부를 파악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진주시 관계자는 “진주지역 아파트별 통신사 중계기 설치 여부나 전파음영 지역을 정리해둔 것은 없다. 법 개정 전 준공된 아파트의 경우 법 외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현황을 관리하고 있지 않다. 해당 업무 전담팀이 없다”라고 밝혔다.

경남도 건축주택과의 경우 500세대 이상 공동주택에서 중계기 설치가 의무화됐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도 관계자는 “우리 과는 공동주택관리법을 관할한다. 전기통신사업법 등 다른 개별법 지시 내용까지 알 수는 없다”며 “전파 음영 아파트 현황조사가 필요하다면, 현재 우리 과가 확보한 500세대 이상 아파트 현황을 가지고 각 지자체에 중계기 설치 여부를 파악해달라고 요청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과기부 관계자는 “전파 음영지역 문제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할 것 같다”며 “건축물 내 중계기 여부를 강제하는 건 소유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민사상의 문제기 때문에 통신사와 입주민이 서로 잘 얘기해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통신 중계기 설치 의무화에 따라 이해 당사자간 협의를 조정하는 기관인 RAPA 측은 “기존 건축물 관련 정보는 취합된 게 없다. 전파음영 지역은 각 이동통신사 측에서 안 생기게 해야 하는 문제다. 그런 지역을 알고 싶다면 정부보다는 통신사 쪽에 알아보는 것이 빠를 것 같다”고 했다.

이같은 관련 기관 반응에 통신사 측은 “중계기 구축 현황과 음영 지역에 관련된 정보는 통신 3사간 경쟁을 유발할 수 있는 보안 사안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김유식 한국국제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안전과 직결되는 분야에 이런 안타까운 사례가 많다. 법을 소급적용하기 힘든 것은 알고 있지만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안전 분야에서만큼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보고 대책을 강구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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