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 후 6개월'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 후 6개월'
  • 임명진
  • 승인 2019.10.23 1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위험 정신질환자 사회적 관심 높아져
재발 방지 위한 지역사회 협력
응급·행정입원 요청건수 증가
전담병원 지정 등 개선점 남아
2019년 4월 17일 새벽 4시25분께 진주시에서 발생한 아파트 방화·살인사건은 조현병 증세를 가진 40대 남성이 이웃에게 무참히 흉기를 휘둘러 22명을 사상케 한 사건이다. 이 사건이 더욱 충격적인 것은 범행의 잔혹성 외에도 정신질환자와 관련된 우리 사회의 미비한 대처와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건 발생 6개월이 지난 지금, 무엇이 변했을까    /편집자 주

◇지역 각계 재발 방지 논의 진행

사건 이후 진주를 비롯한 전국 경찰서는 정신질환이 의심되고 반복되거나 자해·타해 우려가 있는 신고에 대해 ‘지구대장·파출소장→생활안전과장→경찰서장’의 3단계를 거쳐 점검하는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진주 지역사회는 재발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사건 이후 진주에서 정신질환자 응급·행정입원 의뢰·요청 사례가 급격히 증가했다.

진주경찰서가 올해 들어 지난 21일까지 집계한 응급과 행정입원 의뢰·요청은 각각 175건, 77건에 달한다.

응급입원 의뢰의 경우 올들어 3월까지는 매월 12건 안팎에 그쳤지만 사건 이후 5월부터는 두 배가 넘는 27건으로 급증했다.

행정입원 요청은 3월까지 1건에 그쳤지만 사건 이후 5월에만 급격히 늘어 21건의 행정입원 요청이 접수됐다.

경찰 관계자는 “행정·응급입원 의뢰·요청 수치가 하반기로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며 “사건 이후 적극적으로 고위험 정신질환자의 발굴에 나서 이제는 어느 정도 파악이 됐다. 안정화에 접어들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진주정신건강복지센터는 사건 이후 사례관리팀을 신설하고 직원 8명을 추가 고용해 입원이 아닌 외래 치료를 받는 정신질환자 관리에 나섰다.

지난해까지는 없었던 조기진단비와 응급진료비를 사건 이후 새로 편성했다. 내년부터는 행정입원 예산도 마련해 치료비 지원에 나선다.

◇실질적 개선방안 도출돼야

일선 경찰과 지자체는 여전히 현장에서 많은 문제와 애로를 느끼고 있다. 특히 현장 출동 시 대상자에 대한 정보 부족으로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없다는 점도 개인의 인권 보호와 결부돼 해결해야 할 과제다.

복합적인 문제해결을 위해 개선방안이 필요하지만 사건 발생 이후 정치권에서 실질적인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사례는 아직 없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의 대응을 경찰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정신건강의학 촉탁 전문의를 지정해 정신과적 응급상황에 즉시 대응토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선 경찰들은 “고위험 질환자 관리는 24시간 체제로 진행돼야 하는데 현재 상황에선 그게 불가하다. 정신건강복지센터 근무가 끝나는 오후 6시 이후로는 신고가 들어와도 경찰만 현장에 나가야 한다. 비전문가인 경찰이 정신질환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렵다. 지난 사건 때도 판단이 안돼 입원조치가 어려웠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서부 경남에 광역 응급개입팀을 확대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도내에서 24시간 운영되고 있는 응급개입팀은 창원에 위치한 1개소로, 지난 6월 경남도 광역정신보건복지센터 측이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우수 사례로 꼽히는 경기도 화성시의 경우 지난해 5월 시 자체적으로 응급개입팀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진주정신건강복지센터 관계자는 “24시간 응급개입팀 설치에 관해 경남도와 보건복지부에 건의해볼 방침”이라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과제도 산적

정신질환 응급의료기관을 지정하고 그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게 만들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경찰이 정신질환자를 병원에 입원시키려 할 때 외상 등 다른 질환이 있는 경우 환자의 경우 입원 여부를 두고 실랑이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신질환자를 전문 정신병원에 데리고 가면 타 질환 치료를 하고 와야 받아주겠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일반 병원으로 데리고 가면 정신과가 없다는 이유로 외상 치료조차 거부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경상대병원은 정신과가 있지만 병상 수가 24개에 불과해 자리가 없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현행 시스템으로는 경찰이 출동 이후 정신질환자를 병원에 입원시킬 때까지 데리고 있어야 하는 수밖에 없다.

풀어야 하는 문제는 여전히 많다. 안인득처럼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환자의 이후 조치가 대표적이다.

보호관찰 기간 중에는 진단서에 따라 약 복용 여부 등 관리가 가능하지만, 이후로는 사실상 관리가 힘들기 때문이다. 본인이 동의하지 않으면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계해줄 수 없어 관리 공백 상황에 빠질 수밖에 없다.

보호자나 특별한 소득이 없지만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로 지정되지 않아 의료 급여 지원 대상이 아닌 정신질환자 진료비를 어떻게 해야 할 지도 풀어야 할 과제다.

진주시를 비롯한 경찰 등 관련 기관들은 지난 22일 진주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가진 정신과적 응급상황에서의 현장 대응 유관기관 실무협의체 회의에서 이런 문제가 제기되자 대책 마련에 나섰다.

김정완 진주경찰서장은 “향후 고위험 정신질환자의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정신과적 응급상황 지역협의체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응급상황 시 지속적으로 현장 대응 체계를 점검하고 운영상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임명진·백지영기자 sunpower@gnnews.co.kr


※진주경찰서의 응급·행정 입원 의뢰·요청 현황(10월21일 기준)

 
  응급입원 행정입원
1월 12 0
2월 13 1
3월 12 0
4월 16 8
5월 27 21
6월 31 19
7월 22 10
8월 25 9
9월 10 6
10월 7 3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