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482)
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482)
  • 경남일보
  • 승인 2019.10.24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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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김춘복의 성장소설 ‘토찌비 사냥’(6)

전쟁 중 창간된 중학생잡지 ‘학원’
독재문예란 선정은 선망의 대상
출품작 두편이 동시 선정 ‘영광’
한참 전쟁 중이던 1952년 11월에 중학생을 위한 월간 종합지 ‘학원’이 창간된 것은 획기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노상 교과서만 상대하다가 읽을 거리가 듬뿍 실린 잡지를 대하자 꽉 막혔던 숨통이 탁 터지는 것처럼 후련했다.

김용환의 연재만화 ‘코주부 삼국지’, 정비석의 연재소설 ‘홍길동전’ 등도 흥미진진했지만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은 ‘독자 문예란’이었다. 독자들이 투고하는 작품을 권위있는 시인, 소설가들이 심사하여 선후평과 함께 게재해 주는 것이었는데 수준에 따라 우수작, 입선작으로 구분했으며 보다 질이 떨어지는 것들은 ‘선외가작’으로 처리하여 교명과 학년 및 성명만 밝혔던 것인데 선외가작에 오른 것만도 선망의 대상이 되고도 남았다.

오늘날 한국문단을 대표하고 있는 이들의 상당수가 학원 독자문예란 출신인 점을 감안하면 당시의 그 위상을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1953년 7월 27일 마침내 정전협정이 체결됨으로써 37개월간 공방에 공방을 거듭하던 전쟁이 휴면상태에 들어가게 되었다. 한 많은 피난살이를 청산하고 몽매에도 잊지 못하던 고향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로 부산역, 초량역, 부산진역 등은 날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부산을 상징하는 3대 가요의 하나인 ‘이별의 부산정거장’은 당시의 애환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서울 가는 12열차에 기대앉은 젊은 나그네/ 시름없이 내다보는 창밖에 기적이 운다…….”

이를 패러디하여 “서울 가는 시**들이 외상값이나 갚고 가지라….”라는 노래가 크게 유행되기도 했다.

휴전이 되었지만 그러나 피부로 느끼는 체감온도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었다. 여전히 가교사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학기에 접어들자 오영수 선생의 지시로 교우지 ‘釜中’ 창간호 의 산파역을 맡게 되었다. 원고 모집에서부터 편집 교정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을 나와 하성환이 도맡아 추진했다.

우리는 기획물의 하나로 선생님들의 앙케이트를 싣기도 했는데 전혀 기억에 남아 있지 않지만 오영수, 구자옥 두 선생님께서 답변하신 문항만은 아직도 기억에 새롭다.

○선생님 중학시절의 꿈은 무엇이었습니까?

오영수 선생님 : 고래등을 타고 보물섬을 찾아가는 꿈

구자옥 선생님 : 몰겠다.

○선생님의 중학시절 첫사랑은?

오영수 선생님 : 나에게 네 잎 클로버를 선물해주던 유난히 목이 긴 소녀

구자옥 선생님 : 없다.

○만약 선생님께서 대통령이 되신다면?

오영수 선생님 : 중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을 확대시키겠다.

구자옥 선생님 : 안 된다.

나는 교우지에 ‘대회 전에 일어난 사건’(단편), ‘올 때 울고 갈 때 우는 내 고향’(수필), ‘어머니’(시) 등 세편을 실었다. 난생 처음으로 잉크냄새 물씬 풍기는 작품을 대하는 순간이 그 기분이야말로 평생을 두고 잊을 수 없는 감동이었다.

나는 내친 김에 ‘학원’ 독자 투고란에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었다. 두어차례 고배를 마신 끝에 마침내 중3 막바지인 1954년 3월호에 ‘피의 정전협정이 체결된 날 밤에’라는 부제를 붙인 ‘그리운 마을 사람들’과 ‘독구’(꽁트)가 각각 입선작, 우수작으로 동싱에 뽑히는 영광을 맛보았다.

그 당시엔 졸업을 앞두고 ‘사인’지를 돌리는 풍조가 대유행이었다. 8절모조지를 다발로 구입하여 친구는 물론 일음알음을 통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이웃학교 여학생들에게도 마구 돌렸던 것인데, 내 경우에는 무려 백여장을 써주고, 또한 그만큼 받았다. 누구한테 어떤 글의 내용을 써주었는지 기억할 수 없지만 그러나 주석중에게 써 준 것과 경남여중 최○자한테 받은 것만은 지금도 그대로 외우고 있다. “그대와 함께 손잡고 가면/ 캄캄한 그믐밤에도 밝음을 느끼겠으이!//그대와 함께 어깨동무하고 가면/ 동지섣달 설한풍에도 따스함을 느끼겠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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