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문명사에서 전화가 발명되지 않았다면 우리의 일상생활은 어떤 모습,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어 왔을까? 인류의 일상생활을 확연하게 그리고 획기적으로 바꿔놓은 통신수단이 전화일 것이다. 전화의 기본원리는 소리를 주파수의 전기 신호로 바꾸었다가 다시 원래의 소리처럼 들리도록 재생하는 것이다. 1831년 영국인 마이클 패러데이가 금속의 진동을 전기 신호로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냄으로써 전화의 이론적 기초가 마련되었다. 하지만 1861년까지는 아무도 이 원리를 이용하여 소리를 전송하지 못했다. 독일의 요한 필리프 라이스는 1876년 소리를 전기 신호로 바꾸었다가 다시 소리로 전환하는 간단한 기계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기계는 조잡해서 모든 영역의 주파수를 다 전송하지 못했고 따라서 기술적으로 더 발전하지 못했다.
최초의 실용적인 전화기는 미국의 엘리샤 그레이(Elisha Gray)와 스코틀랜드 태생으로 보스턴대학의 음성생리학 교수인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Alexander Graham Bell)이 따로 독자적으로 개발하였다. 믿을 수 없게도 두 사람은 같은 날인 1876년 2월 14일에 뉴욕 특허청에 특허출원을 냈는데, 벨이 그레이보다 불과 두 시간 더 빨라서 벨에게 특허권이 주어졌다. 벨은 1876년 3월 16일에 진동판과 전자석으로 만든 장치를 통해 다른 방에 있는 그의 조수였던 왓슨을 불렀는데, 완전하게 알아들을 수 있는 최초의 전화 통화에 성공한 것이다. 왓슨은 벨이 설계한 송신기에 연결된 수신기를 통해 그의 요청을 듣게 되었다. 이렇게 그들은 인류 역사상 전화로 첫 음성 통화에 성공하게 된 것이다. 벨은 1877년에 벨 전화회사(Bell Telephone Company)를 설립하게 된다. 다음해인 1878년 코네티컷 주 뉴헤이븐에 첫 전화국을 설치했다. 1882년 웨스턴 유니언의 사업과 설비를 인수하고 전화 장비 제조 사업에 진출했다. 최초로 교환국이 도시 간에 연결된 것은 1883년 뉴욕과 보스턴 간이었다.
1885년 벨 전화회사는 미국 전역의 장거리 통신망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자회사로 미국 전신전화회사(AT&T : American Telephone & Telegraph Corp.)를 설립하였다. 이 장거리 통신망 프로젝트가 후에 AT&T 롱 라인(AT&T Long Lines)으로 발전하였다. 1892년 뉴욕에서 시작된 통신 네트워크는 일리노이 주 시카고로 확대되었다. 1899년 AT&T Corp.가 모회사인 벨을 인수하면서 흔히 ‘벨 시스템’이라 불리는 미국의 전화 시스템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미국 이외의 다른 곳에서 최초로 교환국이 설치된 곳은 1879년 영국 런던이었다. 한편 동전을 넣는 공중전화기는 1889년 하트포드의 윌리엄 그레이의 특허이다. 그리고 최초의 다이얼식 전화는 1923년 프랑스의 안토니 바르네가 개발하였다. 이동전화는 벨 전화 회사에서 개발되어 1924년 뉴욕의 시경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1946년에는 최초의 상업적인 이동전화가 미주리 주의 세인트루이스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후 40년이 지나도록 일반화되지는 못하였다.
1915년 샌프란시스코 장거리 전화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1925년 1월 AT&T Corp.는 자회사인 웨스턴 유니언의 공학 연구부서 업무를 통합해 하나의 중앙연구소인 ‘벨 연구소’를 설립했다. 벨 연구소에는 시카고대학, 캘리포니아공과대학, MIT대학 출신의 유능한 인재들이 모여들었다. AT&T Corp.는 1927년부터 송수신 겸용 무전기를 이용한 대서양 횡단 서비스를 시작했다. 1956년에는 TAT-1을 이용해 대서양 횡단 전화선을 연결했다.
1960년대 후반, 벨 연구소는 직원 수가 1만 5,000명이 넘을 정도로 크고 명성이 높았다. 1970년대까지 승승장구한 AT&T Corp.는 미국 전화 시장의 80% 이상을 독점했고, 창립 100주년인 1976년 즈음에는 세계 최대 기업의 자리에 올라섰다. 1978년 AT&T는 지역을 육각형의 셀로 나누는 방식의 이동전화 시스템을 연구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셀룰러 방식의 전화통화 시스템은 1981년 미국 전역에 걸쳐 시행되기 시작하였다.
/김흥길(경상대학교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