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인생을 한 배에 싣고
서로의 인생을 한 배에 싣고
  • 경남일보
  • 승인 2019.11.17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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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재(전 서진초등학교 교장)
박상재
박상재

벌써 지인들의 주례를 서 준지가 4년이 흘러 어언 170여 쌍의 신랑신부가 부족한 필자의 주례사를 신혼앨범에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다. 혼인이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혼(婚)은 장가 드는 것, 인(姻)은 시집가는 것’을 말한다. 글자를 풀이해 보면 혼(昏)은 저녁 때 해질 무렵에 여인 여(女)를 데리고 간다는 뜻이고, 시집간다는 뜻인 인(姻)은 여자의 집에서 신랑감을 구하는데는 매씨(妹氏)로 인(因)해 구하기 때문에 인(姻)을 쓴다.

혼인은 두 사람만의 만남이 아니라 집안과 집안의 만남이다. 혼인은 내 인생의 반쪽에게 ‘내가 가진 모든 것의 반을 준다’는 약속이며 서로에게 소금처럼 녹아들겠다는 다짐이다. 소금은 물에 녹는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음식을 맛있게 하고 상하지 않게 한다. 양귀비와 당나라 현종의 사랑을 노래한 백거이의 ‘장한가’에는 날지 못하는 새 ‘비익조’가 나온다. 다리와 날개, 눈 모두 하나지만 서로의 반쪽을 만나면 누구보다 멀리 날고, 멀리 보며 행복한 시간을 영원히 누린다고 한다. “결혼은 얻으려고 하면 불행해 지고 주려고 하면 행복해 진다”라고 말한 우치무라 간조의 이야기가 새삼 떠오른다. 각기 혼자 살아온 날 보다 앞으로 살아 갈 시간이 더 많은 새내기 부부들에게 전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바로 ‘연리목 사랑’이다. 연리목은 서로가 뿌리가 다르지만 한 몸이 되기 위해 서로의 아픈 껍질을 마찰하며 마침내 고통을 이겨내고 속살을 맞대 영양이 풍부한 나무가 약한 나무에게 주는데 10년이 넘게 걸린다. 이 세상 어디를 둘러 봐도 산에서 바로 갖다 쓸 나무는 없다. 대패질 하고 사포질 하고 내 용도에 맞게 제작하는 시간과 힘이 든다. 불행의 씨앗은 남과의 비교에서 시작되며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데서 시작된다. 인생을 살 때는 나그네처럼~ 벼슬에 있을 때는 손님처럼 하라!는 성대중의 외침이 이순(耳順)의 나이 넘어 선 지금 너무나 간절히 와 닿는다. 술 익듯 익어가는 사랑이 더 절실히 필요한 시대다. ‘저녁이 있는 삶’을 외치지만 저녁은 있는데 지갑에 돈이 없음을 어찌 하랴! 옛 선조들은 자기의 묘지 명을 살아 생전에 적어두고 언제나 오늘이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절실히 살고, 언제나 오늘을 인생의 첫 날인 것처럼 기쁘게 살았다고 한다. 훗날 이 세상 떠날 때 미소 띤 얼굴로 ‘나 먼저 한 세상 너희들 덕분에 잘 살고 간다. 너희들도 잘~ 살다 오너라. 고맙다 잊지 않으마~’그런 말 하며 아이들의 울음소리 자장가 삼아 떠나야 하지 않겠는가! 인생 뭐 별거 있나? 욕 안 먹고 살면 되지!

 
/박상재(전 서진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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