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奬學金) 유감
장학금(奬學金) 유감
  • 경남일보
  • 승인 2019.11.1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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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광복 이후부터 1960·1970년대에 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은 학비(월사금)를 내지 못해 집으로 쫓겨 갔거나, 친구가 쫓겨 가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을 것이다. 선생님께 쫓겨 난 학생들이 집으로 가봐야 뾰쪽한 수가 없었기에 햇살 좋은 논두렁 아래에서 시간을 보냈었다. 이런 어려운 시절의 경험 덕분(?)에 50~60 연령대 분들은 다른 곳은 몰라도 장학금 기부와 기탁엔 주저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변해 지금은 그런 광경이 있을 수 없다. 초·중학교는 의무교육, 고등학교도 점진적 무상교육으로 확대될 것이며, 특히 학부모가 학비를 내지 않아도 독촉도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장학(奬學)은 글자그대로 ‘공부나 학문을 장려함’이고 장학금은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학업이나 연구 성과가 뛰어난 사람에게, 배움을 장려하는 목적으로 지급되는 돈이다. 그러나 최근 장학금 지급 기준은 성적이나 성과 우수자보다는 가정 형편을 고려해 지급하는 비중이 크게 늘어나는 추세인데, 얼마 전 전직 장관의 딸이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유급하자 격려차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고 해서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학점이나 성적은 최하등급인데 형편이 어렵다고해서 장학금을 지급하는 풍조는 조금 개선할 필요가 있다. 학교에서는 성적과 상관없이 일정한 소득계층 자녀에겐 학비를 면제해 주고 있기 때문에 교외(校外)의 장학금은 저소득층 학생들도 최소한의 성적을 유지해야 되는 장치가 필요하고, 성과 우수자에게 더 큰 발전을 위한 장학금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정부 지원이나 타 장학회 장학금 중복 수혜의 금지도 문제다. 학교생활에서 학비만 해결된다고 학교생활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교재나 여타 학용품 구입과 체험학습 및 동아리 활동에도 상당한 돈이 필요하다.

국가의 복지 예산이나 교육부의 예산이 아무리 많아도 학교에는 경제적 어려움 겪는 학생들이 늘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교육 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학생들을 후원하여 학업 의욕을 고취시키거나, 한 편으로 교육적 성과가 우수한 학생들을 격려하여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장학금 모금에 각자의 지갑을 열어볼 일이다. 기부만큼 자신을 뿌듯하게 하는 일이 없기 때문에.
 
/문형준(진주동명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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