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쉬운 농업용어를 쓰자
알기 쉬운 농업용어를 쓰자
  • 경남일보
  • 승인 2019.11.1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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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양수(전 경상남도농업기술원장)
말과 글에는 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담겨있고 민족의 혼이 그 속에 있다. 일제 강점기 시대에도 수많은 선인들에 의해 우리말과 글이 지켜졌고 소리글자인 한글은 세종대왕께서 1443년(세종 25년)에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훈민정음’을 만들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독창적인 것으로 인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도시의 가게 간판, 새로 짓는 아파트 이름, 일상의 대화, 신문·TV 등 언론매체, 농업 관련 법규, 심지어 공문서, 농업·교육현장과 도매시장 등에서 한자, 일본어, 외래어뿐만 아니라, 저속한 은어나 속어 등을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어 시급히 산·학·관·연이 협력하여 어려운 농업 용어를 알기 쉽고, 바른 우리말을 사용하도록 국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절실하다. 그동안 농촌진흥청에서 2012년에 발간한 농업용어 집을 수정 보완하여 2016년에 2493개 단어가 수록된 ‘알기 쉬운 농업용어 집’을 재 발간하여 일선 농촌진흥기관을 통해 보급하는 한편, 농촌진흥청 농업과학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검색, 활용하도록 하고 있으나 순화 속도는 더딘 형편이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전문용어 표준화 협의회’를 운영하고 있고, 법제처는 법령 용어를 정비하였고, 농협에서도 2016년 전국 농협공판장에 ‘올바른 도매시장 용어집’을 만들어 배포하는 등 편한 우리말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지만 잘 고쳐지지 않고 있다. 왜냐하면 도매시장 종사자와 농업인 모두가 수 십 년 동안 굳어진 관행을 단번에 고치기가 어려워 여전히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면, 깔(농산물의 색깔), 속박이(섞어 팔기), 잔다마(작은 과일), 다이(출하농산물의 개수), 나카마(중간상), 덴바이(들고 다니면서 파는 사람) 등이 있고, 특히, 지방 도매 유통시장에는 사투리와 함께 알아듣기 어려운 표현들이 부지기수다. 필자는 가끔 귀농·귀촌한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농업기술교육을 하는데 몸에 밴 강의를 하다 보면 농업을 전공하지 않은 많은 예비 농업인들이 농업용어가 어렵다는 질문을 받는다. 농업현장에서 사용되는 용어 중에 한자어로 된 말을 우리말로 순화해 보면, 가온(加溫-온도 높임), 갈근(葛根-칡뿌리), 개간지(開墾地-일군 땅), 개화기(開花期-꽃필 때), 객토(客土-새 흙넣기), 건답직파(乾畓直播-마른논 씨뿌리기), 내재해(耐災害-재해 견딜성), 대두(大豆-콩), 등숙기(登熟期-여묾 시기), 발아(發芽-싹트기), 아접(芽接-눈접), 인경(鱗莖-비늘줄기), 추대(抽臺-꽃대 오름), 종모우(種牡牛-씨수소), 화분(花粉-꽃가루) 등이다. 언론 보도에서도 ‘쓰러진 벼는 이삭에 싹이 나기 쉬우므로 신속히 수확하고 건조를 철저히 해야 한다’를 ‘도복 된 벼는 수발아가 발생하기 쉬우므로 신속히 수확하고 건조를 철저히 해야 한다’라고 잘못 쓰고 있다. 그 외에도 도장은 웃자람, 면실박은 목화씨 깻묵, 미강은 쌀겨, 수도작은 벼농사, 시비는 비료 주기, 점적관수는 방울방울 물주기, 추비는 웃거름 등으로 표기하는 것이 바른 표현이다. 따라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강한 의지를 가지고 특단의 대책을 수립해서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정착이 될 때까지 관련자들에 대한 교육과 현장 계몽을 강화하는 한편, 농업 관련 교과서를 알아듣기 쉬운 우리말로 고쳐 쓰고, 농업계 고등학교 · 대학 교재의 수정 편집은 물론 유통업자, 경매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은어·속어 등에 대해서는 관련 기관에서 순수 우리말이나 정제된 올바른 한글을 사용하도록 해야 한다. 내년 경자년(쥐 해)에는 아름답고 고운 우리말로 무한 경쟁시대 농업이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강양수(전 경상남도농업기술원장)
 
강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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