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누구를 위하여
  • 경남일보
  • 승인 2019.12.0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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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정(진주여성회 대표)
여성-박혜정
여성-박혜정

“나는‘위안부’였다”라고 정부에 공식적으로 등록한 두 할머니의 재가 자원봉사자로 몇 년간 관계맺기를 했었다. 물론 지금은 두 분 모두 고인이 되셨다. 앞에 나서서 증언을 하시거나 반대집회에 참가하시거나 하시진 않으셨던 분들이셨다. 가끔 넋두리처럼 자신의 삶을 한탄하시곤 하던 일들을 기억한다. 끌려가서 모진 고생하고, 죽지 않아서 살았고, 말 통하는 사람들 찾아 만리길을 걸어왔고, 나라에서 신고해라해서 해야 되는가 싶어 하셨다고 하신 말이 떠나지 않는다. 할머니가 찾아온 그곳은, 신고하라고 해서 신고한 정부는 할머니에게 무엇을 해 주었을까? 할머니에게 국가는 어떤 존재였을까?

지난달 5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일본 와세다 대학교 강연장에서 피해 당사자와 국민의 합의 없이 강제동원 생존피해자들에 대한 보상문제를 자신만의 해법을 제시해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이는 이달 중순 국회에서 법안을 발의, 입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일파만파 파장이 커지고 있다. 소위‘1+1+@ 안 (한국기업의 자발적 기금, 일본기업의 자발적 기금, 민간성금 모아 피해자에게 보상하자는 내용)이다. 일본정부가 아닌 우리가 나서서 해결하려는 모습이 1965년 청구권협정, 2015년 굴욕적인 ’위안부’한일합의를 떠오르게 한다. 더군다나 문국회의장의 발언은 그동안 국민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불매운동까지 하게 만들었던 2018년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반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모든 피해자는 가해자에게 사죄를 받을 권리가 있다. 피해를 준 사실에서 인정하고 제대로된 사과를 받을 때 사건이 해결의 시작점이 된다. 피해의 회복은 그때부터다. 흔히들 말하는 배상은 그 다음이다. 피해사실을 사죄받기위하여 오늘도 할머니들이 수요시위를 하는 이유이며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법원의 문턱을 두드린 이유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런데 일본 정부도 아닌 우리 나라 정치인에 의해서 우리에게 상처를 주는 입법이 예고 되고 있다.

왜 문국회의장은 이 법안을 강행하는 것일까? 전범국인 일본정부도 가만히 있는데 지소미아 연장으로 우리 국민들 역시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이 시점에 말이다. 이 문제는 외교, 안보라는 이름으로 내세우며 강행할 수 없는 문제다. 그러기에는 피해 당사자 그리고 이 문제를 함께 안고 살아온 우리 국민의 상처가 너무 크다. 진실, 정의, 인권이 바로 서지 않으면 계속 풀 수 없는 문제다. 감히 최대 다수의 행복을 위해 피해자들이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더군다나 이 문제는 최대다수의 행복을 위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국익이 무엇이란 말인가? 시민의 성금을 모아 기림상, 노동자상을 세우고 평화비를 세우는 간절한 마음을 제발 외면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는 그들에게 찾아오고 기대고 싶은 말이 통하는 곳에 같이 살고 있다.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명예를 되찾는 일에 함께하며 역사적 진실을 세겨 줄 그 정의로운 나라에 우리도 다같이 살고 싶다. 그 나라에는 할머니도 소년도 더 이상 추운 거리에 피켓을 들고 서지 않을 것이며 더 이상 울지 않을 것이다.

피해자가 외면한 중재안을 멈추고 어렵게 풀지 말고 피해자가 원하는 대로 피해사실에 대한 공식적인 사죄와 배상을 일본정부에 요구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더 이상 피해자의 명예, 인권을 세우고 역사의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길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정의롭고 평화로운 나라다. 그 법안은 누구를 위한 해법안인지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한다.

 
/박혜정(진주여성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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