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보내면서…분노에서 신뢰의 사회로
한 해를 보내면서…분노에서 신뢰의 사회로
  • 경남일보
  • 승인 2019.12.05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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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호(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객원교수·前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오동호
오동호

세계가 분노하고 있다. 국제뉴스는 세계 각국에서의 시위 소식으로 연일 도배되고 있다. 수단이나 알제리, 이라크, 이란과 레바논 같은 아랍 국가들을 필두로 남미의 칠레, 볼리비아, 에쿠아도르 등에서 국민들이 분노해 대통령이 물러나고 APEC 정상회담이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한다. 범죄인 중국인도 법안으로 촉발된 홍콩의 민주화 운동은 중국을 넘어 국제사회의 초미의 관심사다. 국민들의 분노는 비단 이들 국가에서만은 아니다. 프랑스의 ‘노란조끼’부대는 이미 시위의 아이콘이 되었고, 영국이나 일본 등 선진국들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촛불혁명은 이미 정부를 바꾸었고, 지금도 주말이면 광화문 광장과 여의도는 시위대들의 해방구다. 사람들의 분노는 비단 이와 같은 시위만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 곳곳에서 ‘묻지 마 폭행’과 ‘이유 없는 살인’이 자행되고 있다. 바야흐로 ‘분노의 사회’가 시작됐다.

그러면 왜, 개인과 사회가 분노하는 것일까?

인문학자 정지우는 [분노사회]라는 책에서 “자신이 가진 관념이 현실과 어긋날 때 분노가 발생하고, 이러한 분노는 절망과 연결돼 더욱 더 과격한 모습으로 변한다”고 말한다. 최근에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불평등을 야기한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불만, 스마트 폰과 같은 손쉬운 소통으로 젊은 시위대들이 쉽게 연대하는 현상, 기존의 정치적 채널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정치 시스템 때문에 세계가 분노로 들끓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사실 세계가 동시다발적으로 분노하는 작금의 현상을 하나로 설명하기는 쉽지가 않다.

다만 최근의 영화 두 편에서 그 이유를 짐작해 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영화 ‘기생충’과 미국 영화 ‘조커‘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근본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불평등이 가져오는 부조리로, 사회에서 소외된 인간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분노를 표출하면서 극단적인 살인까지도 일삼는다. 그것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또는 희열을 느끼면서 말이다.

또한, 분노의 저변에는 ‘불신’이 도사리고 있다. 개인에 대한 불신은 개인 간의 폭력으로, 정부와 국가에 대한 불신은 집단 시위나 혁명으로 나타나고 있다. 불평등이 불신과 만나 분노가 활화산처럼 용솟음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발표된 통계만 봐도 얼마나 우리 사회가 서로 믿지 못하고 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지난주에 통계청이 발표한 ‘2019 사회조사’를 보면, 우리 국민의 절반은 우리 사회를 불신하고 있다. 특히 20대와 30대는 각각 54.9%와 51.5%로 불신의 정도가 더 심한 것으로 나왔다. 같은 날에 발표된 영국의 유명한 싱크 탱크인 ‘레가툼연구소’가 발표한 ‘사회자본(Social Capital)’부문(개인 간의 관계, 사회적 관계, 사회규범과 제도에 대한 신뢰, 시민참여 항목으로 구성)순위가 167개국 중에서 우리나라가 142위로 나타났다. 아프리카의 우간다나 동유럽의 소국 벨라루스, 남미의 페루와 비슷한 순위다. ‘종합번영지수’는 29위로 나타났는데, 유독 ‘사회자본’ 항목에서 꼴찌 수준이다. 드디어 신뢰사회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아니, 우리 사회에서 믿음이 서서히 침몰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분노의 사회’를 잠재울 답은 명확해졌다. 불평등 문제를 극복하고, 공정이 살아 숨 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서로 믿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공존하는 슬기를 배워야 한다. 한 해를 떠나보내면서, 이제 새해에는 ‘분노의 사회’에서 ‘신뢰의 사회’로 변화되기를 소망해 본다.

 
/오동호(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객원교수·前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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