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효율’ 판단에 왕복 2차선된 도로…구간 단속은 덤
‘비효율’ 판단에 왕복 2차선된 도로…구간 단속은 덤
  • 백지영
  • 승인 2019.12.09 1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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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준수 車 뒤론 중간교차로서 빠질 車 바짝
경찰 “4차선용 선형에 터널·교량…과속 위험”
감사원 “구간단속, 사고확률高 구간에 해야”
“새 국도요? 불편해서 다닐 수가 없어요. 아장아장 걸어갈 순 없어서 일부러 다른 먼 길로 우회하다 국도로 올라옵니다”

하동군 횡천면 구학마을에서 만난 손봉수(46) 씨는 최근 새로 개통된 국도 2호선 하동~완사 구간에 관해 묻자마자 분통을 터뜨렸다.

진주에서 하동으로 출퇴근하는 그는 마을 바로 앞 적량교차로에서 새 국도 2호선으로 진입하지 않고 4㎞ 여를 우회해 횡천까지 간 뒤 국도를 타는 수고를 매일 반복한다.

새로 뚫린 따끈따끈한 국도이지만 왕복 2차선에 60㎞/h 과속 구간단속 카메라가 설치돼 차량 운행이 답답하기 때문이다.

잇따르는 악평에 9일 오후 2시께 직접 진주시 상평동에서 차를 타고 하동군 횡천면으로 향했다. 왕복 4차선으로 쭉 뻗은 국도 2호선은 사천시 곤명면에서 신규 개통된 하동~완사 구간에 진입하면서 왕복 2차선으로 변경됐다.

차로가 줄어듦에 따라 차량 속도 제한도 80㎞/h에서 60㎞/h로 바뀌었다. 몇 차례의 교차로와 지점 단속 카메라를 지나자 내비게이션에서 안내음이 재생됐다.

“구간단속이 시작됩니다. 규정 속도를 준수하여 주십시오” 차량 속도가 잠시 60㎞/h를 초과하자 내비게이션에서 요란한 경고음이 흘러나왔다. 제한 속도를 준수하니 금방 뒤로 차 2대가 따라붙었다.

이 중 1대는 취재 차량의 느린 속도가 불만인 듯 바짝 붙어 따라오다가 중앙선을 침범해 추월하고 앞으로 내달렸다. 제법 끈기 있게 따라오던 다른 1대는 횡천교차로 인근에서 도로가 잠시 4차선으로 변경되자 곧장 옆 차선으로 옮겨 속도를 높인 후 청학동·횡천 방면으로 빠져나갔다.

5.6㎞를 달리는 동안 속도를 준수하는 차량 뒤로 다른 차량이 달라붙어 줄을 지어 달리는 모습이 자주 목격됐다.

단속 구간 중간에 청학동·횡천으로 빠지는 길이 있어 이곳이 목적지인 운전자는 단속 시작 시점에서만 잠깐 속도를 줄였다가 카메라를 지나는 순간 질주를 재개한다. 손 씨처럼 목적지는 더 멀지만 구간단속이 아닌 지점단속만 당하려고 미리 중간 길로 빠지는 사람도 있다.

화물차 기사 A(52)씨는 “진주에서 하동 오는 국도 2호선과 진주에서 산청 가는 국도 3호선이 거리로 따지면 비슷할 텐데 너무 비교된다”며 “산청 구간은 차선도 많고 카메라도 지점단속 3군데 정도가 전부인데 이 길은 구간단속에다 지점단속도 더 많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황치산터널~학리1터널간 구간단속은 하동경찰서가 도로교통공단에 “해당 구간에 터널 3개와 교량 3개가 있어 위험하다”며 방안을 묻자 공단 측이 이를 추천하면서 구체화됐다.

경남지방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이 합동 현장 점검을 통해 단속 적정 구간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하동~완사간 국도2호선 건설 주체인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하 부산국토청)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문과 함께 구간단속기 설치를 요청했다.

당시 현장에 나갔던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당시 창원터널에서 대형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창원터널에 구간단속을 설치한 시점이다. 터널 내 과속은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서 지점단속보다 속도 감소 효과가 더 큰 구간단속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설치 주체인 부산국토청 주재로 하동경찰서, 도로교통공단, 부산국토청, 하동군 건설교통과 도로관리계·선진교통계, 공사업체 등 관계자 10여 명이 모여 회의를 했다. 관련 심의위원회는 열리지 않았다.

부산국토청이 속한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설치 장소와 적절성 판단은 모두 경찰에서 한다. 지방국토청은 도로 건설 도중 관련 요청을 받으면 도의상 예산만 대줄 뿐 경찰의 의견대로 맞춰준다”고 했다. 경찰은 “예산이 경찰에 배당된 국비에서 나온 게 아니므로 심의 대상 자체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감사원은 지난 3월 ‘경찰의 구간단속기 설치 기준이 데이터 분석 없이 위험한 구간 등으로 막연하게 규정돼있다’며 ‘사고 발생 확률이 높은 구간 대신 낮은 구간에 설치돼 사고감소 및 과속방지 효과 저하 우려가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해당 보고서에서 감사원은 경찰청장에게 △인명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도로·교통 조건 등을 고려한 정량적 설치기준 마련 △심의위원회를 통해 사고 발생확률이 높은 구간 위주로 설치할 것 등을 주문했다.

하동~완사 구간은 감사 시기와 보고서 발표 시점 사이에 도로가 개통되고 구간단속기 설치가 결정돼 감사 대상에 오르지 않았다.

하동경찰서는 관련 민원이 많이 접수되고 있기는 하지만 단속 자체는 효과적이라는 입장이다. 담당 경찰은 “국도 2호선 신규 개통 구간 중 다른 교차로나 터널 인근에서는 사망 사고도 났지만 구간단속 도로에는 아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해당 구간이 기존 계획대로 4차선으로 개통됐으면 구간단속 카메라가 설치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해당 구간 선형부터가 4차선 용이다. 이렇게 터널과 교량이 밀집된 것도 고속도로에서나 볼 수 있는 구조”라며 “과속하기 쉽게 쭉 뻗은 도로가 2차선으로 개통돼 사고 위험이 커졌으니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설치한 것”이라고 했다.

부산국토청 관계자는 “해당 구간에는 4차선 확장이 예정됐으나 비용 대비 편익이 낮아 사업 효율성이 없다는 결과가 나와 2차선 개선 공사가 이뤄졌다. 4차선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장래 향후 교통량이 4만1000대는 돼야 하는데 하동 구간은 2033년 기준 1만1000~1만4000대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국도 2호선 하동~완사간 제한속도 60㎞/h 과속 구간단속 시·종점인 황치산터널 앞. 경찰은 현재 단속 계도기인 하동군 북천면 황치산터널~횡천면 학리1터널 간 5.6㎞ 구간에 대해 내년부터 속도위반 차량 단속, 과태료 부과를 시작할 방침이다.
국도 2호선 하동~완사간 제한속도 60㎞/h 과속 구간단속 시·종점인 황치산터널 앞. 경찰은 현재 단속 계도기인 하동군 북천면 황치산터널~횡천면 학리1터널 간 5.6㎞ 구간에 대해 내년부터 속도위반 차량 단속, 과태료 부과를 시작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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