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 중심의 시민사회, 시민운동인가? 또 다른 권력인가?
단체 중심의 시민사회, 시민운동인가? 또 다른 권력인가?
  • 경남일보
  • 승인 2019.12.29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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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경남사회적가치지원센터장)
이수경
이수경

 

현재의 한국사회에는 국가적 공조직도 아니고 영리를 추구하는 사적 기업도 아니면서 시민들이 모여서 모임이나 단체의 형태가 꽤 다양하다.

시민은 개인을 포함하고 있는 집합적 개념이다. 그래서 시민운동은 개인의 자발성, 자유와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포함하는 사회운동이다. 그렇다면 시민단체의 위상과 역할은 무엇일까? 시민단체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질문은 자연스럽게 시민단체의 비대화와 이를 통한 관료화, 기득권세력화 등의 비판적 검토를 필요로 하며, 더 나아가 시민단체의 존재 정당성에 대해서까지 직면해 있다.

시민단체는 그 사회가 걸어온 ‘역사성’의 흔적을 가장 강하게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예컨대 한국의 경우 시민단체는 “정부와 대립하는 한편, 깊이 결탁해온” 극단적 역사성을 가지고 있다. “과거에 시민단체들이 권위주의 국가에 대한 비판적·저항적 태도를 취함으로서 정치적 정당성을 얻어왔다면, 이제는 시민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수평적 차원에서 합의해야 하는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는 지적은 꽤 설득력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과거보다 시민단체들의 다양성이 더 확대되었다는 것이고, 명사들이 중심이 된 전국적인 대변단체들 보다는 지역에 기반을 둔 소규모공동체와 커뮤니티 구성에 과거보다는 훨씬 더 집중하는 경향이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경상남도 공익활동지원센터 설치도 이러한 현재의 상황을 뒷받침해주는 근거이다.

후원회원 중심의 시민단체는 대개의 경우 다른 측면에서 보면 ‘전문가들에게 의존하는’ 시민단체 특성을 보이기도 한다. 물론 사회문제들이 계속 복잡해지는 상황에서 시민사회가 행정이나 기업들에 대해 단순한 비판만 하는 것을 넘어서, 대안을 제시하면서 압박하고, 필요하면 협력을 하는 과정에 들어서자면 일정하게 전문가의 참여와 이니셔티브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전문가들이 발언을 해주고, 시민들은 그저 회비나 내고 박수나 쳐주는 구조로 ‘나쁜 역할분담’이 되는 경우가 오래 지속된다면 이른바 활동가들도 전문가들을 지원하는 역할로 고정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문가주의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시민단체의 존재 이유이자 시민단체가 성장하고 활동하는 에너지가 전문성이 아니라 ‘다수 시민의 목소리와 지혜, 의지’이기 때문이다.

토크빌은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다수의 일반적인 시민들이 참여하는 민주주의가 갖는 위대한 장점을 “민주정치는 국민에게 가장 능란한 정부를 제공해 주지는 않지만 가장 유능한 정부라도 흔히 이루어 놓을 수 없는 것을 만들어 낸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시민단체는 행정이나 기업들이 절대 해낼 수 없는 ‘흔히 이루어 놓을 수 없는’ 절실하고 꼭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비대화된 시민단체보다 지역 생활권을 기반으로 ‘이웃’이자 ‘거주자’이자 ‘수요자’이며, ‘노동자’이자 ‘(잠재적)공급자’로서의 가능성을 점점 더 높여가고 있는 지역 커뮤니티 조직화 즉, 마을 공동체 운동에 주력해야 하지 않을까? 더불어 시민의 권익에 관계되는 정책을 감시하고, 작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생활 속 여러 문제를 발굴하고 바로잡는 역할을 하며, 시민단체의 재정상태를 포함한 모든 정보를 회원뿐만 아니라 사회에 공개해서 투명성과 도덕성을 검증받아 시민단체가 또 다른 권력기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우려를 불식(拂拭)시켜야 할 것이다.
 
/이수경(경남사회적가치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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