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력설
양력설
  • 경남일보
  • 승인 2019.12.3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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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에는 새해 첫날 1월 1일이 ‘신정(新正)’이라고 적혀 있다. 국어사전에는 신정을 ‘양력 1월 1일’, ‘양력설을 구정(舊正)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양력에 익숙한 젊은세대들에게는 ‘양력설’이라는 말이 생소하다. 하지만 이날에 설을 쇴던 중장년층 이상 연령대에게는 의미가 남다르다. 새해 첫날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양력설은 전통적인 세시풍속인 음력설(음력 1월 1일)을 대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1896년에 태양력이 도입되면서 양력설이 처음 생겨났다. 당시 음력 1895년 11월 17일을 양력 1896년 1월 1일로 정하면서 그날을 양력설로 했다. 단발령의 시행과 함께 일본의 압력으로 이루어짐에 따라 당시에는 국민적 반발도 있었다.

▶민족 정서와는 다르게 일제의 강요에 의해 탄생했고, 이후에는 국가의 필요성과 권력층의 정치적 의도에 의해 강제돼 정치적인 논란도 불러왔다. 일본강점기에는 일제가 양력설을 쇨 것을 강요해 일본설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해방 이후 양력설 장려 정책이 이어졌음에도 국민 대부분은 음력설을 쇠는 등 환영받지 못한 설이었다.

▶양력설은 국민의 외면에도 1989년까지는 국가의 공식적인 ‘설’로 인정됐다. 1989년 음력설이 사흘 연휴에 명칭도 ‘설날’로 복원된 이후부터는 사실상 양력설이 음력설에게 공식적인 ‘설’의 자리를 내어 주었다. 이제 양력설은 ‘설’이라기 보다는 ‘일년이 시작되는 날’일 뿐이다. 양력설의 부침(浮沈)이 인생과 닮아 있는 것 같다.

정영효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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