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정원 히말라야 (1)시리즈를 시작하며
신들의 정원 히말라야 (1)시리즈를 시작하며
  • 경남일보
  • 승인 2019.12.31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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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악인들이 본격적으로 등산을 시작한 지 40년 세월이 흘렀다. 경남은 눕체봉(7855m) 동계 세계 초등, 에베레스트(8850m) 남서벽 한국 초등, 낭가파르바트(8125m) 한국 초등, 안나푸르나(8091m) 남벽 한국 초등, 가셔브롬4봉(7925m) 세계 2등, K2(8611m) 남남동릉 한국 초등 등 히말라야 등반사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2002년 경남은 시샤팡마(8027m) 남벽에 한국 히말라야 원정 사상 최초로 8000m 신루트를 개척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지난 40년 경남 산악인들의 해외 원정에서 펼쳐 온 눈부신 등정과 실패 이야기를 담은 시리즈를 1년간 연재한다. -편집자주
 
1편-빙벽사진

<1> 시리즈를 시작하며


“사람과 산이 만나면 큰일이 벌어진다.”-윌리엄 브레이크.

경남산악연맹(이하 경남연맹)은 1980년 5월 17일 창립하면서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경남연맹은 당시 경남과 울산을 포함한 경남 전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1981년 일본 북알프스 원정을 시작으로 히말라야, 유럽 알프스에서 탁월한 등반 실력을 뽐냈다. 1980년대 울산 산악인들은 경남 산악계를 리더하며 성공적인 등반을 통해 전국에서도 명성을 알렸다. 1984년 울산 박성만 대원이 네팔 쟈누(7710m) 원정에 전국합동대에 합류하면서 최초로 히말라야 원정을 다녀왔다. 1985년 가을 ‘1985한국울산 히말출리북봉(7371m)’ 원정대가 경남에서 최초로 원정대를 결성하고 이재홍 대원이 정상에 서면서 세계 초등 기록을 세웠다.

이후 경남은 100회에 가까운 알프스·히말라야 원정을 통해 세계 초등과 한국 초등 등 굵직한 기록들을 세웠다. 영광의 등정 뒤에는 실패와 좌절도 잇따랐다. 많은 산악인들은 하얀 산에서 돌아오지 못했다.

‘일어나지 말았으면 하는 일일수록 더 잘 일어난다’는 검퍼슨의 법칙이 있다. 산악계에서는 검퍼슨의 법칙은 곧바로 죽음과 직결된다. 불행하게도 히말라야 등반에서도 검퍼슨의 법칙은 존재한다. 1895년 영국인 알버트 머메리는 낭가파르바트(8125m) 등반에 나섰다가 실종됐다. 그는 8000m 도전에 나섰다가 희생된 최초의 인물로 기록되고 있다.

1895년 낭가파르바트(8 125m) 등반에 나섰다가 실종된 영국인 알버트 머메리는 8 000m 도전에 나섰다가 희생된 첫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저서 ‘알프스에서 카프카스로’에서 등산을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등산가는 자신이 숙명적인 희생자가 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산에 대한 존경심을 버리지 못한다….”

그는 낭가파르바트에서 죽음을 예상했지만 피하지 않고 산을 올랐다. 그의 숭고한 산악정신은 머메리즘을 탄생시켰으며 지금도 많은 산악인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1955~2019년 히말라야 희생자 700명 넘어

네팔에서 운영하고 있는 히말라야 데이터베이스 자료에 따르면 1955년부터 2019년까지 네팔 히말라야 등반을 하다 숨진 사람이 700명이 훨씬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망 원인은 추락사가 전체의 36%로 가장 많았으며 눈사태가 28%를 차지했다. 히말라야 원정에서 산악인들의 사고는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은 1962년 다울라기리 2봉 정찰을 시작으로 히말라야 등반이 시작됐다. 유럽과 일본에 비해 비교적 늦은 히말라야 원정 역사는 많은 영광을 쌓아 올렸지만 희생도 적지 않았다. 1971년 마나슬루(8163m) 원정에서 김기섭 대원이 크레바스에 추락사하면서 한국 최초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1972년 마나슬루 2차 원정대는 눈사태가 3캠프(6500m)를 덮쳐 대원 5명(일본인 1명 포함)과 셰르파 10명 등 15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대참사는 1937년 독일의 낭가파르바트 원정에서 대원과 셰르파 16명이 숨진 사고 이후 가장 큰 조난사로 기록되고 있다.

2009년 8000m 14좌 완등을 노리며 10개 산을 올랐던 고미영이 11번째 낭가파르바트 등정 후 하산 도중 추락사했고, 2011년 한국을 대표하는 박영석은 강기석, 신동민과 함께 안나푸르나 남벽 신루트 등반에 나섰다가 눈사태로 숨져 대한민국을 슬픔에 젖게 했다.

2011년 안나푸르나에 설치한 박영석 신동민 강기석 추모비

한국 산악인 90여 명 희생


2018년 10월 12일 김창호 대원을 비롯해 5명의 대원과 4명의 현지인 등 9명이 구르자히말(7193m) 베이스캠프에서 눈 폭풍에 휩쓸려 숨지는 대형사고를 겪기도 했다. 히말라야 원정 이후 2019년 현재까지 90명이 넘는 산악인들이 사고를 당했다.

경남도 예외는 아니다. 2000년 다울라기리(8,167m)를 등반하던 이수호 등반대장이 눈사태로 숨져 최초 희생자로 기록되고 있다. 2004년 촐라체(6644m) 북벽을 겨울철에 2박 3일 만에 세계 초등하며 세상을 놀라게 한 박정헌·최강식 대원은 크레바스에 빠져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그러나 박정헌은 손가락 8개를, 최강식은 발가락 10개와 손가락 9개를 잃어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2008년 세계 2위봉 K2(8611m)를 등정하고 내려오던 황동진 등반대장과 박경효, 김효경 대원이 숨지는 경남산악연맹 최악의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2010년 마나슬루 등반에서 정상을 20여m 남겨두고 나머지 대원들을 기다리던 윤치원·강연룡은 살인적인 폭풍을 만났다. 윤치원은 끝까지 후배 대원을 보호하다 실종되고 그 대원은 사망했다. 당시 가까스로 살아남은 강연룡은 손가락 10개를 모두 절단해야 했다. 그는 2018년 불의의 사고로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2019년 2월에는 1995년 에베레스트 남서벽을 한국 초등한 김영태가 울산 문수산 암골산장에서 추락사했다. 그는 자신이 만든 루트를 새롭게 단장하려다 사고를 당해 산악계에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등산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도전과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이다. 산악인은 대자연에 대한 등반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한계를 딛고 자신의 꿈을 추구하기 위하여 산을 오른다. 일반인들은 왜 산을 오르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더구나 목숨을 잃을 수 있는 히말라야를 오르는 이유를 더더욱 이해하지 못한다.

“산악인들은 하얀 산에서 자신이 겪은 소중한 경험과 치열한 과정을 일반인들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는 말이 있다.

산악인들이 세상에서 가장 높고 위험한 놀이터인 ‘히말라야’로 가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마음에서 이번 시리즈를 연재한다.

이 시리즈는 하얀 산에서 먼저 간 산악인들을 위한 것이다.

박명환(경남산악연맹 부회장·경남과학교육원 홍보팀장)

왼쪽 위 부터 시계방향으로 2019년 2월 문수산 암장에서 죽음을 맞은 김영태 대원. K2에서 숨진 황동진, 박경효(가운데), 김효경(사진 왼쪽부터) 2018년 구르자히말에서 숨진 김창호. 2010년 마나슬루에서 마지막까지 대원을 지키다 실종된 윤치원. 2005년 촐라체에서 극적으로 생환한 최강식(왼쪽)·박정헌 2011년 마나슬루에서 자신의 장갑을 대원에게 벗어주고 10개 손가락을 잃은 강연룡. 2009년 낭가파르바트 등정 후 하산하다 숨진 고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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