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국어기본법을 어기는 공공기관
[경일칼럼]국어기본법을 어기는 공공기관
  • 경남일보
  • 승인 2020.01.1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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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 경상대학교 인문대학 학장
 
임규홍-경상대학교 인문대학 학장



2005년 1월 27일 고 노무현 대통령은 ‘국어기본법’을 공포한다. 말이 살아야 겨레와 나라가 살고 말이 죽으면 겨레와 나라는 죽는다. 우리 대한민국 역사상 백성을 위해 말과 글을 살리려고 외친 대표적인 왕과 대통령은 세종임금과 박정희 대통령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이다. 세종임금은 백성의 까막눈을 뜨게 하여 세상을 밝게 하는 글자를 만들었고, 박정희 대통령은 미군정청 시절인 1948년 10월 9일에 공포한 ‘한글전용에 관한 법률’에 대통령령으로 ‘모든 문서는 한글을 전용하고 한자가 든 서류를 접수하지 말라고 했다(1968년 한글전용촉진 7개 사항)’. 노무현 대통령은 2005년 ‘한글전용에 관한 법률’을 없애고 ‘국어기본법’을 만들어 이 나라 말과 글을 살리고 올바로 쓰도록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어느 대통령보다 말글을 살리려는 의지가 강했던 대통령이었다. 법률이 만들어지고 한때 지방자치단체마다 국어진흥조례를 제정하여 우리말과 글을 보존하고 올바로 쓰려는 의욕이 넘쳤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그런 의지와 관심은 점점 줄어들어 가고 국가도 지방자치단체도 공공언어에 무관심하게 되었다. 공공기관에서는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는 어려운 말들을 마구 쓰고 있고, 알 수 없는 외래어들을 함부로 쓰고 있다. 정보의 독점화, 의사소통의 비민주화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어린 백성이 말하고자 할 것이 있어도 능히 표현할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면서 정보를 독점하려는 수구사대주의자들의 줄기찬 반대를 물리치고 일반 백성도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한 왕이 바로 세종임금이 아닌가.

우리 국민들 중에 우리나라에 국어 기본법이 있는지, 공공기관에 국어책임관이 있는지, 거점지역에 국가 기관인 국어문화원이 있는지 아는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이참에 우리 국어 기본법에 있는 내용을 몇 가지만 알아보자.

제2조 국가와 국민은 국어가 민족 제일의 문화유산이며 문화 창조의 원동력임을 깊이 인식하여 국어 발전에 적극적으로 힘씀으로써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어를 잘 보전하여 후손에게 계승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제6조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국어의 발전과 보전을 위하여 5년마다 국어 발전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여야 한다.

제8조 정부는 매년 국어의 발전과 보전에 관한 시책과 그 시행 결과에 관한 보고서를 정기회가 열리기 전까지 국회에 제출하여야 한다.

제10조 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국어의 발전 및 보전을 위한 업무를 총괄하는 국어책임관을 소속 공무원 중에서 지정하여야 한다.

제14조 모든 공문서는 한글로 써야 하고 일반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며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

우리 국가기관들이 과연 이 국어기본법대로 하고 있는가! 언론을 포함한 우리 국민은 공공기관이 법대로 우리말을 올바로 쓰는지를 똑똑히 감시해야 한다. 그것이 곧 나를 위하고 나라를 위하는 일이다. 정부부처 756개 보도자료 중 53%가 국어기본법 어겼다는 조사가 있다.

둘러보면 한국 사람에게 쓴 글인지 외국인에게 쓴 글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외국어, 로마자, 한자투성이다. 쓰는 자신들도 말뜻을 아는지 모르겠다. 법을 어기면 벌을 주어야 하고, 법을 잘 지키면 상을 주어야 한다.

임규홍 경상대학교 인문대학 학장

나라 잃은 시대 우리 말과 글을 지키려고 수많은 선각자들이 피를 흘리고 죽임을 당하면서도 우리말과 글을 살려내려고 한 그 숭고한 정신을 우리 후손들은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이 나라가 과연 누구를 위한 나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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