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 프로방스와 진주
[경일칼럼] 프로방스와 진주
  • 경남일보
  • 승인 2020.01.2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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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욱 경남과기대 아름다운마을연구소 소장, 교수
신용욱 경남과기대 아름다운마을연구소 소장, 교수
네덜란드 출신 반 고흐는 런던 등을 거쳐 프랑스 파리에서 살게 되었으나 2년간의 파리 생활을 정리하고 1888년 2월 어느 날 홀연히 16시간동안 기차를 타고 지중해에 접한 남프랑스 작은 도시 ‘아를’ 에 내렸다. 추운날씨에 익숙했던 그는 남프랑스의 자연을 접하면서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한 날씨와 식생을 화폭에 남기기 시작하여 현재까지 전해지는 걸작들을 남겼다.

프랑스 남동부 지방을 통칭하여 ‘프로방스’ 라고 한다. 로마시대부터 지금까지 프로방스는 풍족한 농산물, 좋은 날씨,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떠올리게 하여 영국귀족들의 겨율휴양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일부 항구도시를 제외하면 프로방스는 산업적으로 19세기 중반까지 농업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라벤더, 자스민, 오렌지, 미모사, 장미를 재배하여 향수의 원료를 납품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이곳이 19세기 중반에 철도가 놓이면서 프로방스의 지역들이 파리와 연결되기 시작하며 관광지로 부상하면서 예술가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반 고흐로부터 르누아르, 마티스, 사걀 등이 그들의 노년을 보내며 작품 활동을 하여 현재는 샤갈, 마티스 기념관과 미술관이 관광코스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고흐는 3-4월 과수원 나무에서 꽃이 피는 놀라운 생명력과 화려한 색감을 발견하고 14점의 과수원 연작을 그려낸다. 같은 해 5월경 고흐는 이곳에 정착할 계획을 세워 집을 빌리고 가구를 채우며 파리의 화가들을 불러 모아 공동생활을 꿈꾼다. 편지로 화가 고갱이 이에 화답하자 고흐는 고갱의 방을 장식하기 위해 7점의 해바라기 연작을 그려낸다.

류마티스로 고생하던 르누아르는 1907년 겨울, 추운 파리를 떠나 프로방스 지역 ‘카네 쉬르메르’에 정착하여 밝은 색감의 그림을 지속적으로 그렸다. 류마티스 증상으로 인해 정상적으로 붓을 잡기가 어려워지자 손에 붕대를 감아 붓을 고정하여 그림을 그렸다. 그의 만년의 그림들에서 지속적인 발전을 보인 것에 마티스 등은 크게 탄복하기에 이른다.

만년의 르누아르를 찾아 내려온 마티스는 프로방스 지역 ‘니스’ 의 햇살에 감탄하여 1917년 부터 겨울마다 니스의 호텔에 장기 투숙하여 그림을 그렸다. 마티스 역시 십이지장 수술로 붓을 들 수 없게 되자 콜라주 작업을 하여 성당벽면에 자신의 작품을 남기고 생을 마감한다.

러시아계 유태인인 샤갈은 2차 세계대전 때 미국으로 망명하였다가 1950년 니스부근에 정착하여 만년을 보낸다. 이때 그는 필생의 작품인 성서시리즈를 그려 1973년 니스에 성서 미술관을 열기에 이른다.

시댁이 진주인 도시건축가 김진애는 육지와 바다음식이 만나고 영호남 음식이 만나는 진주음식, 현대건축을 대표하는 김수근과 김중업의 나란히 각각 남긴 건축유산인 국립진주박물관과 경남문화예술회관. 그리고 피렌체, 베로나, 프랑크푸르트, 교토가 떠오르게 한다는 남강 강변, 또 그 남강에 사뿐히 내려앉은듯한 촉석루를 강너머에서 하염없이 보며 가슴이 미어지도록 아름다움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이러한 연유로 우리나라 여러 도시들 중에서 진주에 각별히 끌린다고 했다.

프랑스의 남동부 지방의 프로방스 지역의 작은 도시와 한반도 남부지역 진주를 둘러싼 기후 좋은 작은 도시들은 분명 산업적으로 낙후된 변방이다. 하지만 고흐, 르누아르, 샤갈이 따뜻한 날씨를 찾아 기차를 타고 내려와서 만년을 보내며 세계 미술사를 바꾸는 작품을 남기듯 우리지역이 가진 유무형의 자산을 엮어 만년을 보내고 싶은 끌리는 도시가 되도록 알리는 것은 이땅에서 자라날 후손들을 위해 할 우리의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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