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 날아오르는 새
하늘로 날아오르는 새
  • 경남일보
  • 승인 2020.01.2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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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래 (함안군 가야사담당관)
1997년 7월 함안군 가야읍 구 경남은행 앞 철길 건널목에서 명덕고등학교로 가는 이차선 도로의 발굴조사가 시작됐다.

경남고고학연구소(현 삼강문화재연구원)가 수행한 이 발굴조사는 이듬해까지 90여 기의 아라가야 목관묘, 목곽묘를 확인하고 마무리됐다.

현재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추진단에서 근무하고 있는 하승철 씨도 발굴에 참여해 1997년 8월(경)13호분을 발굴하고 있었다.

평범한 집터였지만 바닥조사 과정에서 목곽묘가 확인됐으며 아름다운 그릇받침과 그 속에 든 긴목항아리, 보존상태가 아주 좋은 투구와 판갑이 출토되어 현재 함안박물관에서 전시하고 있다.

그런데 바닥의 유물까지 수습해 철수하려는 순간 녹이 슬어 검붉게 변한 흙속에 조그만 새 두 마리가 하 씨의 눈에 들어왔다.

직감적으로 유물임을 느낀 그는 길이 1m, 폭 50cm를 남겨두고 청석을 다 파내는 힘든 작업을 땀을 뻘뻘 흘리며 한 나절이나 했고 흙이 상자에 담기자마자 피곤한 나머지 그대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보내고 말았다.

한 달 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흙이 뭐냐고 연락이 오자 확인을 못한 그는 다른 것이 없으면 새만 수습하고 흙은 버리라고 답변했다.

해가 바뀌어 이듬해 2월 국립중앙박물관의 보존처리 담당자가 놀란 목소리로 전화를 했다.

흙속에서 길이 58cm, 53cm의 미늘쇠 두 개가 나왔는데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며 감탄하는 것이었다.

특히 58cm의 미늘쇠는 좌우로 각각 6마리의 새가 있고 상단에는 꽃봉오리 장식을 붙였는데 중앙에 삼각형을 뚫고 끈으로 연결했으며 세 줄로 작은 구멍을 뚫어 장식효과를 높였다.

길쭉한 철판의 양쪽 가장자리를 오려내어 만든 것으로 미늘의 형태는 고사리나 가시모양이었다. 말탄 무사를 말에서 끌어내릴 때 사용하는 무기였으나 새 모양의 미늘을 만드는 등 의기로 변모한다.

가야시대를 대표하는 이 미늘쇠는 국립중앙박물관의 가야특별전 포스터도 장식하고 있고 함안박물관 안내판에도 사용됐다.

당시 새는 죽은 영혼을 하늘로 인도한다고 믿었는데 그런 영험이 있었기에 오늘날에도 가야를 대표하며 날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날갯짓은 앞으로도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조정래 담당관
조정래 담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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