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정보로 유언비어를 덮을 수 없다
잘못된 정보로 유언비어를 덮을 수 없다
  • 백지영
  • 승인 2020.01.30 17: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지영 (취재부)
백지영기자
백지영

 



“뉴스가 거짓인가요? 기사도 났던데요. 있으면 있는 거짓 유언비어라고 하시면…”

지난 28일 밤 진주시와 시민 간 직접 소통 창구라고 할 수 있는 진주시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달린 댓글이다.

진주시는 이날 오후 5시께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해 ‘진주시에 의심환자는 없는 상태로 과도한 우려와 유언비어에 현혹되지 마시길 바란다’, ‘진주시 모 병원에 의심환자가 다녀갔다는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 (중략) 거짓정보와 카더라 식의 글이 퍼져나가 현재 문의가 폭주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날 낮 진주시 제일병원을 통해 경상대학교병원으로 의심환자가 이송됐다는 소문이 일부 시민들에게 돌자 △제일병원 경유자 없음 △진주시민 중 의심환자 없음 등을 알리려는 취지였다고 시는 설명했다.

하지만 시가 올린 글은 결과적으로 ‘거짓정보’였다. 이날 도내 타 지역 의심환자 2명(의사환자 1명, 조사대상 유증상자 1명)이 해당 지역에서 곧장 진주 경상대병원으로 격리 이송돼 검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소식은 이날 저녁 바로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시 발표와 언론 보도를 동시에 접한 시민들은 혼란에 빠졌다. 누구 말이 맞는지 진실게임 양상으로 흘렀다. 특히 제일병원과 관련된 소문을 듣지 못해 자연스레 시 공식 입장 속 ‘모 병원’을 도내 대표병원인 경상대병원으로 해석한 시민들은 더 혼란스러워했다.

다수의 시민이 시 공식 계정에 ‘의심환자가 경상대병원에서 격리되어 검사를 받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거짓인지 물었지만 시는 묵묵부답이었다. 이튿날 퇴근 시간이 가까워진 시점에야 시민에게 혼란을 안겨준 SNS 글들을 삭제했다. 언론 보도 속 의심환자는 진주시민이 아닌 경남도민이라는 안내가 뒤따랐다.

시는 “유언비어에 시민들이 동요하자 불안을 가라앉히기 위해 글을 올렸다”고 했다. 하지만 의도와 달리 사실은폐 의혹마저 살 수 있는 부정확한 정보에 기초한 글을 공식 SNS에 올린 것은 경솔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 시 보건담당자와 SNS담당자가 표현을 정확히 조율하지 못한 채 정제되지 못한 내용의 글을 시민들에게 그대로 노출한 것도 문제다.

진주보건소장 등이 언론 브리핑을 통해 상황을 설명하고 SNS에 게시된 글은 삭제되면서 상황은 종결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후유증은 남았다. 앞으로 시가 공식 SNS에 ‘신종 코로나’ 관련 해명 글을 올리면 일부 시민들은 색안경부터 쓰고 볼 수 있다. 잘못된 정보로 유언비어를 잠재울 순 없다. 30일 문재인 대통령은 가짜뉴스에 대한 엄정한 대응을 강조하면서도 “불필요한 오해와 억측이 생기지 않도록 필요한 모든 정보를 투명하고, 신속하게, 국민의 시각에서 최대한 상세하게 공개”하라고 지시했다. 과연 이번 진주시의 ‘SNS 해명 글’이 이 원칙에 얼마나 충실했는지 되묻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