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경남도민이 우스운가
대한항공, 경남도민이 우스운가
  • 문병기
  • 승인 2020.02.04 17: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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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눈엔 경남도민들이 우스운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걸핏하면 사천~김포 노선 운항을 두고 겁박하는 행동을 할 리가 없다. 기업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도리와 윤리의식은 찾아볼 수 없고, 그저 눈앞의 작은 이익만을 좇는 장사치가 아닌가하는 실망감마저 든다.

대한항공은 오는 4월부터 이 노선에 대해 감편 운항에 들어가겠다고 경남도에 통보했다. 도민들의 우려와 염원은 깡그리 무시한 채, 자신들의 뜻대로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현재 주 28회 왕복 운항이 14회로 줄어들게 된다. 한때 하루 10여 편에 달했던 이 노선이 2편 왕복 운항도 모자라, 이를 또다시 반토막내겠다는 것이다. 사천공항의 위기가 아닐 수 없다.

대한항공 측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대진고속도로와 KTX 개통 등으로 2004년부터 사천공항 이용객수는 급감하고 있다. 한때 연간 탑승객이 100만 명에 육박했으나, 2004년부터 급감하더니 현재는 15만여 명로 떨어졌다. 이러다보니 1년 적자가 30여억 원에, 10년간 누적적자가 300여억 원에 이른다는 것이 대한항공의 주장이다.

기업은 이윤추구가 목적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감편운항이 아니라 이 보다 더한 노선폐쇄도 수단이 될 수가 있다. 이를 두고 누가 ‘악덕 기업’이라 매도하거나 손가락질 할 수 있겠는가. 다만 기업이란 이윤을 사회에 환원해야 할 책무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때론 돈을 좇기보단 공익적 측면을 위해 투자하고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대한항공은 존경과 고마움의 대상이었다.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사천~김포 노선을 운항한 유일한 항공사이자, 하늘 길을 이어주는 따뜻한 손발이 되어 왔기 때문이다.

사천공항은 단순한 공항의 의미를 넘어 항공우주산업의 중심인 서부경남의 심장이나 다름없다. 공항 없는 항공우주산업이 뿌리를 내리고 세계 굴지의 항공사들과 경쟁하며 발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계 항공 산업을 양분하고 있는 미국의 보잉과 프랑스의 에어버스가 그렇다. 이들이 터코마 국제공항과 블라냐크 국제공항이 없었다면 아마 그 자리에 오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만큼 사천공항은 중요하고 이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대의명제이다. 더 이상의 노선 감축은 사천공항의 침체로 이어지고, 항공우주산업의 중심도시를 꿈꾸는 사천의 장밋빛 미래도 보장받을 수 없게 된다.

지금은 노선폐쇄를 얘기하던 때와는 사천공항의 상황이 많이 변했다. 탑승객이 2014년 8만 명으로 급감한 뒤 2017년 12만 명, 지난해엔 15만여 명으로 갈수록 증가추세에 있다. 탑승률도 2014년 38.5%까지 떨어졌으나 2018년 58.7%로 증가했고 지난해 하반기에는 65%를 넘어서는 등 여건이 호전되고 있다. 적자는 핑계일 뿐 말 못할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에 많은 사람들이 실망을 넘어 분노하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이 시점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 실리를 좇다가 공분을 살 것인 지, 아니면 공익적인 명분으로 존경의 대상이 될 것인 지는 오롯이 대한항공의 몫이다. ‘2015년 적자를 핑계로 노선 폐쇄 운운하더니, 똑 같은 일을 반복하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용객을 볼모로 ‘갑질’을 일삼는 이런 작태를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하느냐’며 이번 기회에 싹을 자르자는 것이 지역의 민심이다. 민심을 하찮게 생각하는 기업이라면 더 이상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다. 도민뿐 아니라 정치권, 상공인이 똘똘 뭉쳐 저비용항공사(LCC)유치 등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제 해묵은 노선 갈등은 끝낼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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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서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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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근 2020-02-05 12:45:06
경남도민, 대한항공이 호구인가!
더이상 구걸하는 자세는 용납할 수 없다. 도민의 혈세를 걷어 그간의 적자액을 일시납을 메꾸는 자세를 보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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