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6개월 중 1년의 세월
2년 6개월 중 1년의 세월
  • 경남일보
  • 승인 2020.02.05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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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희(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학보사를 한 지도 2년 반이 지났고 1년간의 편집국장 생활도 곧 끝난다. 너무 간절히 바라던 시기였지만 시원섭섭한 기분도 동시에 든다. 물론 아직 한 학보가 남아있기에 안심을 할 순 없지만 말이다.

2년 반이란 시간은 단 한 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특히 1년 동안은 더 심했다. 늘 일이 생기진 않을지 조마조마했다. 사람이 이렇게까지 예민해질 수 있나 싶기도 했고 내가 이렇게 참을성이 많았나 싶기도 했다. 한 집단을 운영한다는 건 말 그대로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론 다 각자 자기 위치가 힘들 테고 지금 이 순간이 제일 막막하지만 적어도 나는 그랬다. 수습기자보단 정 기자가, 정 기자보단 편집부국장이, 편집부국장보단 편집국장이 더 무거운 자리였다. 어쩌면 내가 그 자리를 바라지 않았기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

난 부국장 자리를 제의받기 전까지는 부장을 맡아 임기가 끝나면 그만둘 생각이었다. 어쩌다 보니 부국장을 하게 되었지만, 그때는 그 자리를 잘 몰랐다. 정 기자와 부국장의 차이점은 수습기자, 정 기자들과 학보에 좀 더 신경 쓰고 국장을 잘 보필하는 게 다라고 생각했다. 당시엔 수습기자, 정 기자들이 잘못한 걸 왜 내가 대신 잘못했다 말하고 내 탓이라고 얘기해야 하는지도 이해하지 못했고 억울했다.

하지만 편집국장이 되고서는 달랐다. 구성원의 잘못은 그 부분을 통솔하지 못한 국장의 책임이 맞았다. 장난스럽게 애들한테 “너희가 잘못하면 내가 책임지고 그만둬야지”라고 얘기했지만 진심이었다. 이 자리를 빨리 물려주고 싶다는 마음도 분명 있긴 했지만, 학보사 기자들이 그 말을 듣고 좀 더 자신감 있게 행동하길 바라기도 했다.

2019년, 참 많은 걸 배우는 시간이었다. 나이가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법, 1년간 계획 짜는 법, 누군가를 가르치는 법, 나무와 숲을 동시에 보는 법, 교직원과 기자들 사이를 중재하는 법, 교정하는 법 등 어디서도 얻지 못할 경험을 했다.

모두에게 감사한 시간이었고 특히 우리 기자들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예전에 친구가 “다시 돌아가서 선택할 수 있다면 편집국장 할 거야?”라고 물어보았다. 그땐 망설이지도 않고 “아니”라고 답했지만 지금 또 묻는다면 다른 대답을 망설임 없이 해주고 싶다. 다시 돌아가도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이라는 선택을 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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