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칼럼]과욕을 부리지 않는 사회가 되게 하소서
[경일칼럼]과욕을 부리지 않는 사회가 되게 하소서
  • 경남일보
  • 승인 2020.02.1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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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실 (전 진주외국어고교장·신지식인 도서실장)
우리나라 최대의 명절 중 하나인 설날을 보냈다. 설날은 한 해가 시작되는 새로운 달의 첫 날이다. 온 가족이 모여 조상을 숭배하고 가족 간의 정을 나누는 날이기도 하다. 이렇게 우리 조상은 후손들이 함께 모여 우애있게 지내도록 절호의 기회를 주셨지만 온 가족이 모인다는 것이 조상의 깊은 마음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각자 나름의 시간을 즐기려고 개인의 시간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세대들은 풍족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못 먹어서 탈이 나는게 아니고 음식을 과잉 섭취하여 탈이 나는 세상이다. 그러나 필자의 어린 시절에는 못 먹어서 영양실조를 많이 겪었다. 먹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항상 설, 추석 명절이 빨리 오기를 기다렸던 것도 단지 먹을거리가 많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설이 되면 떠오르는 사람이 한 분 있다. 어머니다. 어머니는 궁핍한 생활 속에서도 어쨌든 자식들에게 먹을거리를 항상 챙겨 주셨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외출할 때 빨리 돌아오시기를 기다리는 것도 먹을거리를 가져다 주시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많은 희생과 헌신을 하셨다. 본인은 끼니를 굶으면서 자식은 굶기지 않으려고 밥이 모자라면 밥 한 그릇으로 3~4인분의 식사량을 늘릴 수 있는 김치 국밥을 만들어 주시곤 하셨다. 이처럼 부족함, 모자람의 연속이었지만 형님은 동생에게 동생은 형님에게 양보하면서 그래도 화목하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보다 확연히 윤택한 생활을 하고 있지만 가족 간의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부모의 상속 문제로 형제간의 사이가 원수로 변하고 각 가정의 장자에 대한 전통정신도 많이 사라져 버렸다. 그때보다 행복하지가 않고 모든 것이 자기 편의적이고 각자 욕심은 끝이 없다.
 
후한서의 광무제기에 “인고부지족, 득롱망촉”이라는 말이 나온다. 후한을 세운 광무제가 농나라를 정벌하여 평정한 뒤 촉나라마저 탐내어 공격한 데서 유래된 말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음을 뜻하고 있다. 욕심을 부리는 사람은 만족할 줄 모른다. 하나를 가지면 둘을 갖고 싶고 둘을 가지면 셋을 갖고 싶어한다. 채우려고 하는 욕심은 끝이 없고 욕심은 또 다른 욕심을 낳게 된다. 노자는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부자라고 했다.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는 사람이 가장 부자라고 한다면 가장 가난한 사람은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갖기 위해 아귀다툼을 하는 사람이다. 결국 마음의 문제다. 아무리 가진 것이 많아도 만족하지 못한다면 그 사람은 적게 가진 것이다. 아무리 가진 것이 없어도 만족한 삶을 산다면 그 사람은 가장 많이 가진 사람이다. 요즘 우리 사회를 보면 권력을 가진 사람이 권력을 이용하여 더 많이 가질려고 욕심을 부린다.
 
조국 전 장관은 전 가족이 수사를 받고 있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이념 프레임으로 몰고 간다. 오날날 다양한 정보와 가치관의 혼재 속에서 어목혼주(魚目混珠)라는 말이 떠오른다. 물고기의 눈과 진주가 섞였다는 뜻으로 가짜와 진짜가 뒤섞여 진짜를 구분하기 어려움을 뜻한다. 정말 거짓말이 참말 같고 참말이 거짓말 같은 세상, 뉴스를 봐도 가짜 뉴스라고 하고, 정말 헷깔리는 세상이다. 이렇게 스스럼없이 거짓말을 하는 것도 과욕의 발로다.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2위를 차지했고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0위를 차지했지만 국가 행복지수는 156개 국가 중 54위를 차지했다.
 
행복은 돈이 아니라 마음이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위도일손(僞道日損)이라 하여 도의 목표는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버리는 것이라고 했듯이 새해에는 과욕을 부리지 않는 공정한 사회가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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