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
  • 경남일보
  • 승인 2020.02.11 16: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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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대 (수필가)
이덕대
이덕대


아침저녁으로 걷는 산책길에는 남쪽지방에 많이 심겨져 있는 남천이나 피라칸타 같은 나무들이 제법 보인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도심의 온도 상승 영향인지 아니면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적응하고 진화하는지 식물학자가 아니다보니 알 길이 없다.


오늘 아침 산책길에서 눈 쌓인 산속 숲에서나 봄직한 곤줄박이 한 마리가 피라칸타 붉은 열매를 열심히 쪼고 있다. 고향 뒷산에 올라서 보는 듯 반갑다. 아파트 좁은 공터, 해마다 고욤을 달고 이른 봄까지 찌르레기나 직박구리를 불러들이던 작은 고욤나무가 사람들에 의해 무참하게 가지가 잘렸다. 잘린나무는 겨우 목숨만 부지하며 고욤을 하나도 달지 못해 계절이 바뀌어도 새 한 마리 찾지 않았다.

고욤나무로부터 고향의 냄새도 맡고 내심 위로도 받는다는 것을 아는 아내는 작년 봄 아파트 조경수를 정리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온 후 관리사무소에 가서 고욤나무를 그냥 두게 이야기하라고 몇 번이나 채근(採根)을 했지만, 고욤나무가 어떤 나무인지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그게 뭐 대수냐면서 혹 면박이나 당할까 저어해 용기 내어 말을 꺼내보지 못했다.

여름이 오고 가을이 갈 때까지 나무가 서있는 공터를 지나면서 혹시나 고욤이 하나라도 달렸나하고 살폈지만 안타깝게 고욤은 열리지 않았다. 가지가 몽땅 잘려나간 뒤, 둥치 하나로 푸른 나뭇잎들을 하늘로 밀어 올리며 살아남는 것만도 어지간히 힘들었을 것이다.

삭막한 도심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를 듣는 것은 커다란 즐거움일 뿐 아니라 미세먼지나 매연에 찌든 마음을 치유해주기까지 한다. 인간이 더불어 산다는 것은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사는 것을 넘어 원래 자연이 있었던 곳에 자연을 살게 하는 것이다. 도시인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도 봄이 오면 베란다 창틀에 꽃이 예쁘게 핀 화분을 올려두거나, 차들이 분주히 오가는 길 옆 공터에 꽃을 정성들여 심는 일은 자연을 존중하는 일이다.

도심 속에 새들이 찾아와 자연의 소리를 선물하고, 자연의 풍경을 만들어 내도록하여 살아있는 모든 것들과 공동체를 이루며 사는 것은 사실 인간을 위한 일이다. 인간이 사용하는 자연은 최소여야하며 필요 외 모든 것은 자연에게 돌려주어야한다. 지금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도 자연 질서를 파괴한 과보(果報)이자 자연이 인간에게 보내는 엄중한 경고다. 야생동물을 식용한데서 시작되었다는 중국 발(發) 바이러스 창궐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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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머당 2020-02-12 07:07:22
작은 새 한 마리에도
따뜻한 시선을 잃지않는 작가

작품 속 바램처럼
우한 폐렴이 씻은듯 사라진
꽃망울 가득한 봄이 오기를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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