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 플러스 [237]사천 각산
명산 플러스 [237]사천 각산
  • 최창민
  • 승인 2020.02.2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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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바다 품에 안은 작지만 큰 산
각산이 사람들 곁으로 다가왔다.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어린이도 아낙네도 각산에 오른다. 거기 산정엔 해안가 여느 산처럼 봉수대가 설치돼 있다. 사천시에서는 그 옆에 봉화꾼이 살았던 오두막을 복원했다. 봉화대를 많이 봐왔는데 거처까지 딸린 곳은 하동 금오산을 비롯해 각산 봉수대 2곳 정도이다.

각산(408m)은 삼천포항을 내려다보고 있는 작은 산이다. 바닷가 돌출된 지역으로 바다경관이 아름다워 힐링처로 인기를 끈다.

각산에선 삼천포항과 남해에 시선을 빼앗긴다.

 
삼천포 창선대교
육지를 떠난 길이 바다 너머 섬으로 이어진다. 섬길은 또 다른 섬으로 나아간다. 길이 없는 섬과 길 없는 바다에는 배들이 오간다. 그 하늘 위로 케이블카가 새처럼 날아다닌다.

어르신들이 각산에 오를수 있는 것은 케이블카 덕이다. 2018년 개통한 사천 바다케이블카는 앞바다의 초양도와 대방동 각산을 연결한다. 산과 산을 잇는 여타 케이블카와는 달리 섬을 연결함으로써 한 번에 바다와 산을 탐닉할수 있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케이블카가 자연을 훼손한다고, 지나친 경쟁에 수익성이 없다고…, 그러나 몸이 불편하신 분들이 편리하게 산 구경, 바다 구경할 수 있는 방법은 이뿐이다.

정상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하나같이 즐겁고 기쁜 표정들이다. 취재팀은 사천 시내인 사천시문화예술회관 옆 주차장에서 출발해 약수터를 거쳐 각산에 올랐다.

▲등산로; 사천시 문화예술회관→약수터→각산 정상→산성→탕건바위(반환)→대방사→삼천포대교 사거리→3번국도 대방초등학교→사천문화예술회관 회귀.

▲사천시 문화예술회관 옆에 민간인 주차장이 각산 들머리다. 차량 수십대를 주차할 수 있어 주말에도 편리하다.


 
들머리 산기슭에는 손바닥만 한 텃밭이 계단을 이룬다. 한 뼘의 땅도 놀릴 수 없다는 인간 본능이 드러나는 공간이다. 그러나 텃밭을 돌보던 어르신들이 하나 둘 떠나면서 생기를 잃었다. 본능도 시절 따라 변하고 말 것인가.

등산안내판을 시작으로 완만한 오름길에 접어들면서 호흡이 가빠진다. 마주치는 중년의 산행객은 일행을 위 아래로 훑어 봤다. ‘동네 뒷산에 가면서 웬 배낭이냐’는 표정이다.

시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탓인지 등산로는 비교적 깨끗하게 정비돼 있다. 30분 만에 벅수처럼 생긴 석물앞에서 갈림길을 만난다. 왼쪽이 용운사이고 정면이 각산방향이다. 각산 쪽 200m지점에 다양한 체육시설과 약수터가 함께 있다.

약수터의 수질검사 결과는 음용 부적합이다. 나오면 안 될 대장균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수량이 철철 넘쳐서 너도나도 물 한 모금으로 갈증을 해소한다.

출발 후 채 1시간이 채 안 돼 헬기장과 임도를 만난다. 차량통행이 가능한 임도는 실안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다시 솔숲을 지나고 데크로 만든 등산로를 따라 올라간다. 정상 부근에 다달았을 때 봉수꾼 막사가 먼저 기다리고 있다. 봉수꾼의 세간살이가 이채롭다. 봉수막사 앞에 ‘사랑이 이루어지는 나무’라는 소나무는 하트처럼 생겼다.

삼천포항과 앞바다에는 임진왜란 때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대방진 굴항, 군영숲을 비롯해 아두섬 코섬 등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크고 작은 섬들이 둥둥 떠 있다.

관광해설사의 섬에 대한 설명이 활기차다. 새섬으로 불렸던 마도는 말발굽을 닮았고, 딱섬으로 불린 저도는 과거 종이의 원료가 되는 닥나무가 많아서 생긴 이름이란다. 기타처럼 생긴 아두섬은 한자 거위 아(鵝)와 머리(두頭)를 쓴다. 이곳엔 공룡화석 뿐만 아니라 발자국화석까지 발견돼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고슴도치를 닮은 고슴도치 섬, 코를 닮은 코섬, 물레의 부품 ‘시아’를 닮은 씨앗섬, 학을 닮은 학섬 등 갖가지 형상의 섬들이 줄줄히 늘어서 있다. 눈에 띄는 대방진 굴항은 경남도 문화재자료 제93호이다. 고려 말 왜구가 동해·남해 연안을 빈번히 처들어와 노략질을 일삼자 이를 막기위해 만든 군항시설이다. 이곳은 왜구 침공 시 이를 물리치기 위해 설치한 구라량영 소속으로서 수군만호가 주둔하고 있었다한다. 임진왜란 때는 이순신이 수군 기지로 이용했다는 말도 있다. 현재 굴항은 소규모의 선진(船鎭)으로 1820년께 완공한 것이다.

여기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중에 하나로 꼽히는 창선·삼천포대교와 짙푸른 바다가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봉화대 역시 인상적이다. 고려 때 설치한 간봉으로 알려져 있다. 897㎡의 크기의 중급 봉화로 1983년 문화재자료 제96호로 지정됐다. 남해 금산에 있는 구정봉의 신호를 창선면 대방산을 거쳐서 받았다. 이를 다시, 사천 용현면의 침지 봉수와 곤양면의 우산 봉수로 보냈다. 조선시대 세종 때 봉수망 정비로 침지봉수와 성황당 봉수가 폐지되면서 용현면 안점 봉수를 다시 설치해 소통했다.

각산은 와룡산의 명성에 가려져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천시민들에겐 최고의 인기를 끌고 있다. 요즘에는 3.4km의 창선·삼천포대교로 이어진 육지와 섬 초양도와 각산을 잇는 바다케이블카가 2018년 4월에 개통돼 각산을 오르는 등산객과 관광객이 넘쳐난다.

정상을 떠나 내려서면 케이블카 캐빈이 머리 위를 지난다.

 
각산산성 하부
이번에는 산중에 각산산성(角山山城)이 등장한다. 대방동 산40번지, 각산 8부능선에 242m길이의 석성이다. 1983년 12월 경남도 문화재자료 제95호로 지정됐다

원형이 남은 남쪽 성문 일부를 제외하고 성벽 대부분은 허물어진 것을 복원했다. 605년 백제 제30대 무왕이 가야 진출의 거점으로 삼기 위해 쌓았던 산성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려 때 삼별초의 난을 평정할 때도 이용됐고 1350년(공민왕 9년)에 왜구가 대대적으로 침략해 각산 마을이 불탔을 때 지역주민들이 이 성에서 항전하기도 했다.

 
대방사
각산에서 가장 유명한 절 대방사로 향한다. 중간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걸어 나가면 탕건바위를 만날수 있다. 탕건(宕巾)은 벼슬아치가 갓 아래 받쳐 쓰던 관(冠)의 일종, 앞쪽은 낮고 뒤쪽은 높게 턱이 져 있다. 이 바위가 탕건을 닮았다.

가깝게 다가갔으나 접근로가 따로 없어 멀리서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케이블카를 타면 제대로 된 모습을 볼 수 있다.

대방사 앞을 지나 내려서면 삼천포항 언저리에 닿는다. 이곳에서 택시를 이용하면 되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된다면 사천시 문화예술회관까지 걷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인도 옆 밭둑에 홍매화가 앞다퉈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각산산성
       
 
 
봉수꾼 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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