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의 박물관 편지[41]벨기에 왕립미술관
김수현의 박물관 편지[41]벨기에 왕립미술관
  • 경남일보
  • 승인 2020.02.2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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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한 와플, 풍미 가득한 맥주, 수 백 가지 맛의 초콜릿.

이름만 들어도 피곤한 몸과 마음을 한 번에 달래 줄 것 같은 이 모든 먹거리가 월등하게 뛰어난 나라가 있다. 바로 벨기에다.

북쪽으로는 네덜란드, 남쪽으로는 프랑스, 동쪽으로는 독일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벨기에는 국제적 위치를 바탕으로 네덜란드어와 프랑스어, 독일어까지 세 가지 언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

베네룩스 3국 중 하나로 우리에게 더욱 익숙한 벨기에는 네덜란드, 룩셈부르크와 함께 관세 동맹을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상대적으로 국가 규모가 작은 나라들이 함께 힘을 모아 큰 경제 성장을 함께 이루어 나가고 있다. 수도 브뤼셀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꼭 보고 간다는 오줌 싸게 동상 앞에 섰더니 유명인사 답지 않은 볼품없는 크기에 실망하는 관광객이 한 두 명이 아니다. 브뤼셀을 넘어 벨기에의 상징이 되어 버린 이 동상 에게는 세계 여러 나라의 국빈들로 부터 선물 받은 의상이 700벌이 넘는 다고 하니 관광객으로부터 받는 인기쯤은 포기해도 될 듯 싶다.

북쪽지역에 위치했던 벨기에와 네덜란드는 주위로 구성된 하나의 영토였다. 당시 이 지역은 플랑드르라 불리며 남부의 프랑스와 이탈리아와는 조금 다른 독자적인 문화를 형성 했다. 15세기에 들어서며 융성하게 꽃피우기 시작한 플랑드르 화파의 그림들을 보면 다른 나라 화가들에게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정교함과 섬세함이 그림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후 스페인의 침략을 받은 플랑드르 지역은 지금의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구분 짓게 되는 결정적인 사건을 맞이한다. 네덜란드 북부 지역을 바탕으로 형성된 연합주는 스페인에 대항해 독립을 이뤄내어 신교(프로테스탄스)를 국교로 삼으면서 오늘날 네덜란드의 기반을 형성했고, 스페인에 굴복한 남부 지역은 구교(가톨릭)를 유지하며 북부 지역과 다른 문화적 양상을 띄우기 시작했다. 이후 플랑드르 지역이 스페인으로부터 완전히 독립 하면서 유럽 국가의 연합 회의에서는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다시 통합 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 되었지만, 이미 다른 종교와 다른 언어를 쓰고 있었던 두 나라가 조화로이 모여 살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을 터. 결국 1830년 벨기에는 네덜란드로부터 완전히 독립하며 오늘날 두 나라는 비슷하지만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브뤼셀 왕립 미술관

벨기에서 규모적으로나 소장품의 가치로 보나 브뤼셀 왕립 미술관은 15세기 초부터 20세기를 아우르는 미술 작품 2만 여점 이상을 보유 하고 있는 명실공히 벨기에 최고의 미술관이다. 특히 15세기부터 17세기 까지 플랑드르 지역을 주름잡았던 화가들의 대표작품을 보유하고 있음은 물론, 별도의 전시관에 위치한 마그리트 미술관에서는 1898년부터 1967년 까지 활동했던 벨기에 출신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마그리트의 작품 200여점들도 함께 만날 수 있다.

벨기에 왕립 미술관의 건립은 18세기에 대두 되었던 계몽주의의 일환에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사조는 미술작품을 한데 모아 대중들에게 선보 일 수 있는 아트컬렉션 설립의 제의로 확장 되었고, 문화예술의 보존과 발전을 도모하고자 했던 예술사가들과 감정가들은 누구나 접근 가능한 미술관을 건립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나섰다. 그러나 18세기 말, 벨기에가 프랑스에 점령당하게 되면서 상당수의 미술품들이 나폴레옹에 의해 프랑스 루브르로 이송되었다. 벨기에의 큐레이터들은 본국에 남아 있던 나머지 미술작품들을 한데 모으기 시작했고, 그렇게 탄생한 미술관은 기욤 보사르트(Guillaume Bosschaert)를 초대관장으로 하여 1799년 개관했다. 나폴레옹이 실각한 후, 프랑스에 건너가 있던 작품들이 반환되기 시작하면서 미술관의 규모는 더욱 커졌으며 1830년 벨기에가 네덜란드로부터 완전히 독립되면서부터는 더욱 높은 경제적 성장을 이루어내며 문화 예술의 성장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미술관에서 꼭 만나야 할 플랑드르의 거장들

왕립 미술관은 15세기부터 20세기를 아우르는 다양한 시대의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지만, 플랑드르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화가들의 작품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주로 플랑드르 서쪽의 브뤼헤에서 작품 활동을 했던 한스 멤링(Hans Memling)은 초상화에 뛰어나 일찍이 부와 명예 둘 다 거머쥐었던 독일 출신 화가다.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초상화의 배경은 단색으로 밋밋하게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멤링은 풍경화로 배경을 처리하면서 초상화에 일종의 혁신을 불어넣은 화가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피터 브뤼헬(Pieter Bruegel the Elder)의 그림들도 미술관의 안방에 제법 널찍하게 자리 잡고 있다. 16세기에는 알프스 북쪽에 위치하고 있던 지역 출신 화가들에게 이탈리아 유학 열풍이 강하게 불었다. 브뤼헬 역시 이탈리아에서 새로운 화풍을 접했지만, 그의 작품에서는 이탈리아의 향기를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자신만의 독특한 그림 세계를 고수 했다. 브뤼헬 작품들 중에서 손에 꼽히면서 미술관에서도 꼭 감상해야 할 그림으로 여겨지는 ‘이카루스의 추락’은 그가 유일하게 그린 신화를 소재로 한 그림이다.

벨기에를 대표하는 화가 루벤스(Peter Paul Rubens)의 작품들도 별도로 마련된 전시관에서 감상 할 수 있다. 루벤스의 작품들은 웬만한 미술관에서는 전시 할 엄두도 못 낼 정도의 어마어마한 크기와 화가만의 색채로 관람객들을 압도 한다. 루벤스와 함께 벨기에 제2의 도시 앤트워프의 3대 화가로 손꼽히는 야콥 요르단스(Jacob Jordaens)와 루벤스의 수제자로 잘 알려진 다이크(Anthony van Dyck)의 작품들도 볼거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벨기에 왕립 미술관에서는 유럽 미술관에서 좀처럼 찾기 힘든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 할 수 있다. 그림 앞에서 서서 눈과 귀로 그 무언가를 담을 때, 오늘을 살아가고 있음이 느껴지는 그 짜릿한 매력 때문에 우리는 오늘도 미술관을 찾는다.



주소: Rue de la Regence/Regentschapsstraat 3-1000 Brussels

홈페이지: https://www.fine-arts-museum.be/en

운영시간: 월~일 오전 10시~오후 5시(주말 상이)

입장료: 성인 15유로(통합권),학생 5유로,어린이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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