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용궁시장 등 활어센터·횟집 텅 비어
“이러다 다 굶어 죽겠다…” 맥 풀린 상인들
위판액 수직낙하…인건비 못건져 조업 포기도
“이러다 다 굶어 죽겠다…” 맥 풀린 상인들
위판액 수직낙하…인건비 못건져 조업 포기도
“이런 상태가 조금만 더 지속된다면 장사를 접어야할 판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27일 오전 삼천포용궁수산시장. 평소에는 싱싱한 수산물을 맛보기 위한 사람들과 외지 관광버스가 줄을 이었으나 텅 빈 시장에는 상인들의 탄식과 한숨소리만이 가득했다.
용궁수산시장뿐 아니라 삼천포수협활어위판장과 삼천포전통수산시장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생선을 사거나 회를 먹으러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보니 적막강산이 따로 없다. 손님들과 가격을 흥정하며 떠들썩해야 할 시장은 웃음기 잃은 상인들이 언제 올지 모르는 손님을 기다리며 자리를 지키는 것이 일상이 됐다.
용궁수산시장에서 20년 넘게 생선가게를 운영했다는 김 모(62·여)씨는 “3주전부터 손님이 줄어들더니 지난주부터는 하루에 한 명도 찾지 않는 경우가 빈번해졌다”며 “혹시 몰라 비싼 생선을 사서 수족관에 넣어 놓았지만 찾는 사람이 없다보니 팔지 못한 생선들이 죽어 나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며 시장 전체가 똑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삼천포전통수산시장에서 H활어센터를 운영하는 이모(65·여)씨도 요즘 ‘힘들다’, ‘이러다 굶어 죽겠다’는 얘기를 달고 산다.
그는 “전국적인 현상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장사가 안 되기는 처음이다. 인근 가게들의 경우 아예 문을 닫거나 늦게 여는 경우도 허다”면서“앞으로도 쉽게 풀릴 것 같지 않아 가게 문을 열어야 할 지, 닫아야 할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횟집이 몰려 있는 팔포매립지횟집단지도 썰렁하긴 마찬가지다. 점심시간인 데도 불구하고 한테이블도 손님을 못 받은 집이 대부분이다. 평소 같으면 인근 주차장이 부족해 주차난을 겪어야 하는 데 텅 빈 주차장이 작금의 현실을 대변하고 있었다.
이 곳에서 M횟집을 운영하는 김 모(68)씨는 “요즘은 도다리쑥국 등 제철 음식으로 자리가 없을 정도여야 하는 데 평일의 경우 한 명의 손님도 찾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고 휴일에도 마찬가지”라며 “예전 같으면 주말을 대비해 물건도 많이 확보하고 준비를 하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수산시장이나 횟집뿐 아니라 삼천포수협 위판액도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수산물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고 가격이 폭락하면서 조업을 포기하는 어선들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박정효 삼천포수협 상무는 “수협 위판고가 작년 이 맘때 대비해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경매가가 떨어지면서 인건비도 건지기 힘든 상황이 지속되자 조업을 포기하는 어민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며 “두세 달만 더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수산업 전반에 위기상황이 닥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창원과 진주, 남해, 고성 등 경남 대부분 지역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가운데 아직 사천시는 청정지역을 유지하고 있으나 외지인의 방문이 줄어든 데다 시민들의 소비심리 또한 위축되면서 수산업과 관련된 업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문병기기자 bkm@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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