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선 (초전초등학교 교사·진주문인협회 이사·시인)
해 마다 2월과 3월 사이 선생님들은 학생들과의 연분홍 인연을 꿈꾸느라 나름 부지런한 개미가 된다. 몸도 마음도 바쁘다.
밤새 봄비가 슬며시 내려 언 땅을 적셔놓듯 선생님도 새 학년 새 학생을 적실 꿈을 부풀린다. 묵은 교실의 짐을 정리하고 새 교실로 이사를 간다. 교실의 이 곳 저 곳을 쓸고 닦으며 몇 번이고 심사숙고하여 쓸모 있는 배움의 새 터를 마련한다. 그 곳에서 2020년 한 해의 인연을 달콤하게 꾸려 갈 예정이다.
학교 공동체에선 배움의 부분을 보충하는 계획으로 바쁘다. 더 의미 있는 배움이 되도록 새학년맞이 교사 연수를 꼼꼼하게 챙겨 준다. 배움과 행복이 건실한 기둥이 되어 학교를 받칠 수 있도록 의미 있는 수업 기법과 생활지도 방안에 대하여 머리를 맞대고 연구한다. 2020년 더 나은 선생님으로 꿈을 채워 학생들에게 덜어 주기 위해서다.
올 해는 학교에서 한 해의 시작이 늦어지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을 막고 생명을 보호하려는 조치로 개학이 늦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체 생활에서 오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온 나라의 국민들이 똘똘 뭉쳤다. 선생님은 문자나 학교홈페이지를 통해 가정학습과 코로나예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긴급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학생들을 위해 선생님들이 일일 돌봄 교사를 자처하기도 한다. 어려움이 있을 때 항상 서로 도와 극복했던 저력으로 또 한 번 고비를 넘기고 있다.
3월의 중간치를 걸어오는 길에 봄이 와서 산수유, 매화꽃이 마스크 낀 사람의 마음을 달래 준다. 버들강아지도 파릇한 새순을 내밀며 앞서거니 힘차게 걷고 있다. 자연은 코로나가 다 끝났다고 어서 와라 손짓하는데 뉴스엔 오늘도 감염자가 몇 백이 늘었다 하고, 긴급 안내문자가 수시로 손 전화를 울려 댄다.
사랑이 사람을 살게 한다는 선인들의 말이 있다. 학생들이 없는 빈 교실을 몇 번이나 왔다 가는 선생님의 마음이 문득 문득 길을 잃기도 한다. 선생님 하고 불러 주는 학생들이 없기에 선생님의 마음엔 아직 봄이 들어앉지 못한다. 사랑을 덜어 주고 사랑을 불려 줄 학생을 겸손하게 기다리고 있다. 그 기다림의 끝엔 학생들의 숨은 보석을 함께 찾아내는 흥미롭고 진지한 1년의 모험이 시작 될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얼마의 보석을 캘 것인지는 인연을 만들 각자의 몫이라 해 두자.
허미선 초전초등학교 교사·진주문인협회 이사·시인
저작권자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