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5부제 첫날 풍경
일부 약국 오후까지 물량 남아…약국 위치 등 상황에 따라 차이
일부 약국 오후까지 물량 남아…약국 위치 등 상황에 따라 차이
“96년생인데 마스크 있나요?”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9일 오후 1시 40분께 진주시 중안동 한 약국 ‘마스크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을 보고 안으로 들어선 손님의 목소리에 설렘이 묻어났다.
주민등록증을 제시하고 구매에 ‘성공’한 손님은 마스크 2장을 들고 동행한 어머니를 향해 자랑하듯 흔들었다. 이날 정오 무렵부터 취재진이 방문한 약국 9곳 중 3곳은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었다. 6곳은 아직 당일분 마스크가 공급되지 않았거나, 받은 물량을 막 판매 완료한 상황이었다.
위치·방문자 등 약국별 상황에 따라 판매 추이는 조금씩 다르지만, 마스크가 입고된 약국들은 하나 같이 “마스크 5부제 시행 후 상황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내렸다.
5부제 시행 전 하나로마트·우체국처럼 시민들이 몇 시간을 하염없이 줄을 서며 대기하는 일은 없었지만, 여전히 약국에 물량이 입고되면 길어도 30분이면 물량이 동났기 때문에 허탕 치는 손님들이 많았다.
중앙시장 인근 한 약국 약사는 “지난 주에는 ‘마스크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이면 3분 만에 매진됐다. 정말 마스크가 필요한 분들에게 판매되기보다는 가까운 사람들이 쓸어가는 느낌이었다”며 “5부제 시행으로 구매 가능한 사람들만 약국을 찾게 되면서 구매자의 폭이 더 넓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약국에서 만난 배한빈(30) 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마스크 구매에 성공했다. 그는 “지나가다 마스크가 있다는 안내가 붙어있어 들어왔다”며 “지난주만 해도 판매처 찾기가 힘들어 포기하고 마음을 비운 채 지냈다”고 했다.
다른 약국의 상황도 비슷했다. 오전 9시 30분에 입고된 마스크 250장 중 4시간 동안 팔린 것은 100장. 손님들을 돌려보내야 할 상황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다만 전산 작업에 익숙지 않거나 1인 약국 등 근무자가 적은 소규모 약국은 남다른 고충을 토로했다.
중복구매를 방지하기 위해 신분증을 제시받아 전산에 입력하는 작업이나 마스크가 5개 단위로 포장돼 입고될 경우 뜯어서 분류하는 작업 등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 탓에 손님의 구매 이력 전산 조회를 생략하고, 주민등록번호를 종이에 적기만 한 후 전산 조회 없이 바로 판매하는 약국도 있었다.
약사 A(68) 씨는 “지침대로 판매하기에는 인력 소모가 너무 많다. 직원 1명이 마스크 판매에만 온전히 매달려야 한다”며 “일단 재구매는 안 했겠거니 하며 믿고 판매한 뒤 이후 한꺼번에 전산에 입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만난 약사들은 약국의 마스크 판매 마진을 부당한 것처럼 묘사하는 일부 언론 보도에 불쾌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40대 약사는 “개당 400원의 차익으로 250장을 판매하면 매일 수익이 10만 원씩 생긴다는 보도를 보고 마음이 안 좋았다”며 “병원 처방전 1장당 5000원~1만 원의 수익이 생긴다. 기존 업무상 1명만 응대하면 생기는 수익이 마스크 관련해서는 구매 허탕 치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20명 가까이 상대해야 하고 일도 훨씬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마스크 판매로 인한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안 벌고 안 팔고 싶어하는 곳도 많을 테지만, 모두가 불편한 상황 속에서 불편함을 나눈다는 마음으로 근무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대다수의 약국은 출입문에 마스크 5부제에 따라 구매가 가능한 사람의 출생연도 안내문을 붙여놨지만, 여전히 제도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헛걸음하는 고객도 여럿 목격됐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9일 오후 1시 40분께 진주시 중안동 한 약국 ‘마스크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을 보고 안으로 들어선 손님의 목소리에 설렘이 묻어났다.
주민등록증을 제시하고 구매에 ‘성공’한 손님은 마스크 2장을 들고 동행한 어머니를 향해 자랑하듯 흔들었다. 이날 정오 무렵부터 취재진이 방문한 약국 9곳 중 3곳은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었다. 6곳은 아직 당일분 마스크가 공급되지 않았거나, 받은 물량을 막 판매 완료한 상황이었다.
위치·방문자 등 약국별 상황에 따라 판매 추이는 조금씩 다르지만, 마스크가 입고된 약국들은 하나 같이 “마스크 5부제 시행 후 상황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내렸다.
5부제 시행 전 하나로마트·우체국처럼 시민들이 몇 시간을 하염없이 줄을 서며 대기하는 일은 없었지만, 여전히 약국에 물량이 입고되면 길어도 30분이면 물량이 동났기 때문에 허탕 치는 손님들이 많았다.
중앙시장 인근 한 약국 약사는 “지난 주에는 ‘마스크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이면 3분 만에 매진됐다. 정말 마스크가 필요한 분들에게 판매되기보다는 가까운 사람들이 쓸어가는 느낌이었다”며 “5부제 시행으로 구매 가능한 사람들만 약국을 찾게 되면서 구매자의 폭이 더 넓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약국에서 만난 배한빈(30) 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마스크 구매에 성공했다. 그는 “지나가다 마스크가 있다는 안내가 붙어있어 들어왔다”며 “지난주만 해도 판매처 찾기가 힘들어 포기하고 마음을 비운 채 지냈다”고 했다.
다른 약국의 상황도 비슷했다. 오전 9시 30분에 입고된 마스크 250장 중 4시간 동안 팔린 것은 100장. 손님들을 돌려보내야 할 상황이 확연히 줄어들었다.
다만 전산 작업에 익숙지 않거나 1인 약국 등 근무자가 적은 소규모 약국은 남다른 고충을 토로했다.
이 탓에 손님의 구매 이력 전산 조회를 생략하고, 주민등록번호를 종이에 적기만 한 후 전산 조회 없이 바로 판매하는 약국도 있었다.
약사 A(68) 씨는 “지침대로 판매하기에는 인력 소모가 너무 많다. 직원 1명이 마스크 판매에만 온전히 매달려야 한다”며 “일단 재구매는 안 했겠거니 하며 믿고 판매한 뒤 이후 한꺼번에 전산에 입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만난 약사들은 약국의 마스크 판매 마진을 부당한 것처럼 묘사하는 일부 언론 보도에 불쾌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 40대 약사는 “개당 400원의 차익으로 250장을 판매하면 매일 수익이 10만 원씩 생긴다는 보도를 보고 마음이 안 좋았다”며 “병원 처방전 1장당 5000원~1만 원의 수익이 생긴다. 기존 업무상 1명만 응대하면 생기는 수익이 마스크 관련해서는 구매 허탕 치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20명 가까이 상대해야 하고 일도 훨씬 많다”고 토로했다.
이어 “마스크 판매로 인한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안 벌고 안 팔고 싶어하는 곳도 많을 테지만, 모두가 불편한 상황 속에서 불편함을 나눈다는 마음으로 근무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대다수의 약국은 출입문에 마스크 5부제에 따라 구매가 가능한 사람의 출생연도 안내문을 붙여놨지만, 여전히 제도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헛걸음하는 고객도 여럿 목격됐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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