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단상]암과 친구 되어
[월요단상]암과 친구 되어
  • 박성민
  • 승인 2020.03.2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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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 수필가
살다보면 굽이돌아 인생의 길도 견딜 만큼 험하고 참아낼 만큼 고된 것임을 일러주는 바람도 불어오게 된다. 아우성도 울부짖음도 속으로만 삭여내고, 검붉은 혈기마저 삭여내고 나면 드맑은 강물로 풀리어 흐르는 영혼의 성숙에도 다다르는 꿈을 누구나 꾸는 건 아닐까? 우리 역시 암환자일지라도 순진무구할 정도로 화려하고 눈부신 미래를 꿈꾸며 살아왔고 또 살아가야 하지 않는가.

어떤 길, 어떤 세상을 어떻게 걸어오고 또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현실이 가혹하고 힘들고 험난할수록 현실을 참아내고 극복해 갈 힘을 얻어내야만 한다. 우리에겐 아직도 뭔가 채우지 못한 빈터가 있고, 채우지 못하고 이루지 못하였으므로 그에 대한 꿈과 야망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이 남아있는 가를 생각하며,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선 암과 싸워서 이겨낼 수밖에 없다. 가장 아름다운 삶을 보장해주는 건 바로 자기의 의지뿐이다. 암과 싸워보지도 않고, 겨루어 보지도 않은 채 왜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해야만 하는가? 우린 꿈꾸고 원해 왔던 대로 살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살아보고야 말겠다는 반항에서 죽는다는 생각은 하지말자. 정녕코 의미 있는 것은 쉽고 안이하게 얻어지지는 않는 법. 그렇다면 암이야 말로 진정 살아볼 만한 삶의 싸움터가 아닐까?

우리에게 아름다움이란 바로 내 몸 안에 있는 암과 함께하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암과 함께 살아가면서 결국 싸워야하는 삶의 싸움터가 된다. 자기와의 싸움이 가장 힘든 싸움이듯, 암과 대결을 벌일 만한 싸움이 안 된다면 암과 다정한 벗이 되어 살아가도록 하자. 그래서 이 아름다운 땅에서 함께 살아가되, 죽어서도 살아나야 하는 이 좋은 세상 다시는 죽는다는 생각을 함부로 하지말자. 우린 살아야 하며, 살아서 죽는다는 생각을 몸부림쳐가며 살도록 하자. 암 때문에 죽는다는 생각보다는 살아서 죽고 싶은 삶을 아름답게 살고자하니 얼마나 좋은가. 살아야만 한다. 끝까지 어디가 끝인지는 몰라도, 모르기 때문에 더 더욱 죽는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오직 암과 친구 되어 함께 살아간다는 굳은 의지가 최고의 삶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걸 명심하자.

이석기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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