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원칼럼]21세기 진주 명물 공원을 기대한다
[객원칼럼]21세기 진주 명물 공원을 기대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20.04.01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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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진 (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하이드파크’는 영국 런던을 상징하는 대표공원이다. 오늘날에는 모두가 출입할 수 있는 곳이지만 처음 생긴 16세기에는 왕과 귀족들만 즐기던 사냥터였다. 이 때문에 당시에는 도시 공간으로서의 의미는 그리 크지 않았다. 이러한 초기 공원의 성격은 17세기 바로크 시대가 도래하면서 달라진다. 이는 바로크 도시의 효시로 볼 수 있는 베르사유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당시는 절대주의 시대여서 왕의 무소불위한 권력을 강조하기 위해 왕궁 중심으로 건설했다. 왕의 집무실을 중심으로 그 전면에는 매우 강력한 축을 가진 도시가 펼쳐졌다. 이는 모든 권력이 왕에게서 나오며 집중되는 것을 보여주고자 의도한 것이다. 궁의 뒤편으로는 기하학적인 배치구조를 가진 아름다운 인공 정원이 조성되었다. 그 너머로는 장대한 자연적인 숲을 배치했다. 주로 왕의 사냥터로 사용되기는 했으나 그 앞의 기하학적인 도시와 대조를 이루는 공공공원으로서 새로운 도시계획적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왕권이 축소된 근대사회로 넘어오면서 공원의 개념은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왕의 절대성 대신에 시민권이 강화된 새로운 성격의 공원이 들어섰다. 강력한 기하학적인 요소가 소거된 대신에 자연미가 넘치는 풍부한 숲과 넓은 풀밭 그리고 나지막한 언덕이 들어섰다. 그 사이에 곡선으로 된 유연한 길과 개천이 있어 시민들이 편안하게 산책하고 휴식하기에 적격이었다. 파고라 정자와 조각 예술품도 설치해놓아 고전주의 시대가 가진 인간 중심의 낭만성도 고조시켰다. 이런 형태의 공원은 영국에서 시작되어 ‘영국 정원’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데 ‘하이드파크’도 이렇게 개조되었다. 산업혁명 이후 산업화와 공업화로 인한 과밀화와 공해 그리고 일에 시달린 도시민들에게 그야말로 오아시스 같은 휴양 공간이 되어 대단한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이 때문에 유럽은 물론이고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로 이러한 개념의 공원이 유행되었다. 이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에도 탑골공원을 필두로 많은 근대 공원이 들어서게 되었다.

현대를 대표하는 파격적인 형태의 공원은 1980년대에 생겨났다. 프랑스 파리의 ‘라 빌레트’는 이전의 휴식 개념을 넘어선 문화 생성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공원에다 담았다. 이곳은 원래 정원수를 공급하기 위한 운하와 도살장 그리고 가축시장이 있던 곳이었는데 ‘21세기의 도시공원’으로 재생되었다. 전통적으로 있던 녹지와 숲은 절제되었고 산업, 문화, 예술을 위한 인공 요소가 가미되었다. 점·선·면이라는 기본 주제로 선이 교차하는 곳과 그 사이 면을 이루는 공간에 다양한 시설, 조형 폴리, 건축물을 생성시켰다. 그리하여 공원이 휴식의 공간에서 문화를 창조하는 일종의 ‘복합문화기계’로 변신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개념이 자의적 해석으로 생뚱스럽게 들어간 것만은 아니다. 지역을 현대화하였고, 중국 이민자가 많이 사는 주변 특징을 표출하기도 하였으며, 단절되었던 도시구역을 연결하는 등의 난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또한 파리의 새로운 건축 명소로 떠올라 관광산업의 효자 노릇도 톡톡히 하고 있다.

진주에서는 최근 들어 진양호 르네상스, 옛 진주역 부지 재생, 소망진산 개발, 월아산 생태공원 등 다양한 공원 조성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는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될 뿐 아니라, 진주가 21세기의 품격 있는 현대 도시로 비상하는 명운이 걸려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에 라 빌레트 공원처럼 세심한 계획과 전문적 혜안을 가지고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미래지향적이고 창의적인 생각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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