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일춘추]동갑내기 엄마의 변명
[경일춘추]동갑내기 엄마의 변명
  • 경남일보
  • 승인 2020.04.02 15: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명숙/어린이도서연구회회원
오랜만에 듣는 클래식 FM이 정겹다. 무심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햇살이 눈부셔서/ 바람이 부드러워서/ 마음이 따듯해져서/ 그래서…/ 샌드위치도 만들고/ 빨래도 하고/ 신문과 잡지도 구독신청 했어요/라고~. 정오쯤 반가운 문자가 왔다. [달지않은과자 채택되셨어요.],[선물 받으실 주소와 이름 등은 문자로 보내주세요./

“야~호, 와~우!” 우리는 환호성을 질렀다. 나른한 봄기운에 취했다가 번쩍 제정신이 돌아온 마냥, 비밀스레 고동치던 몸속 기운이 일순간에 폭발하듯 그렇게~. /‘사랑한다’는 말 속엔 놀라운 힘이 숨겨져 있어요./ 사랑합니다./딩동~! 예상치 못한 반가운 선물이 방금 도착했다.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리면서) 이른 아침부터 방금 전까지의 너의 일상도 충분히 축하받을만한 일이다. 모쪼록 오늘 하루도 힘내라”라며 속삭인다.

늘 가까이에 있어 귀한 줄 몰랐던, 흔하고 흔했던 것들이 귀하고 귀해졌다. 시간이, 일상이, 가족이, 친구와 이웃이, 읽을거리와 먹을거리도~. 게다가 마스크는 생필품(?)이 된지 오래다. 코로나19가 바꾼 일상은 중년 꼰대엄마로서 과한(?) 잔소리를 하게 한다. 아니 동갑내기엄마로서 변명(辨明)을 하고 싶다. 희망사항도 있다. 꼰대엄마의 잔소리일망정 ‘멘토 엄마의 편지’로 여겨주었으면 좋겠다는 것. 두.손.모.아.

두 아들은 보아라. 기상시각과 아침식사시간 만큼은 꼭 지키자. 하루의 시작이자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을 위해 알람을 맞추는 수고 정도는 할 수 있겠지? 중요한건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일이겠지. 인터넷강의를 듣고 유투브로 음악도 듣고 웹툰도 보면서 운동과 독서도 꼭 하거라. 물론, 틈틈이 취미생활도 하고 짬짬이 뒹굴기도 해야겠지. 다만, 기본적인 예절이나 도덕적인 규범 등은 반드시 지키자. 휴대폰은 가급적 최소한도로 보면 좋겠다.

꼰대와 멘토의 차이는 무얼까? 잔소리와 변명의 격차쯤 될까? 어쩌면 한몸이지 않을까? 동전의 양면처럼. 엄마의 잔소리를 노래로 듣는 아들의 귀(마음가짐)를 바란다면 엄마의 희망사항이 너무 야무진가? 다행인 것은, 너희들은 ‘역逆꼰대’(나이 든 모든 연장자나 윗사람을 꼰대로 규정하고 그들과 소통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젊은 세대)가 아니라는 것, 우리는 동갑내기라는 사실을 긍정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서로가 좀 더 이해하고자 노력할 밖에.

추신:먼 훗날 엄마의 잔소리를 떠올릴 때 ‘때때로 무정했지만 냉혹하지는 않았고, 무척 현실적이었지만 낭만이 없지는 않았다.’ 라고 기억해 주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