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 플러스[240]고성 갈모봉
명산 플러스[240]고성 갈모봉
  • 최창민
  • 승인 2020.04.02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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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모봉의 또다른 명물 통천문


‘통천문’이라는 이름은 듣기만 해도 황홀한 느낌을 준다.

천국으로 가는 문이 지상에 있다는 게 신기할 뿐 아니라 그 문을 통하면 나타날 세상이 과연 무엇일지에 대한 극적인 호기심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통천문은 주로 높은 산이거나 유명산의 꼭대기에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리산 통천문을 비롯해 월악산 통천문, 영암 월출산 바위굴 등이다. 통천문과는 약간 결을 달리하는 석문·석굴은 하늘세상이 아닌 현세에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천국 즉 샴발라, 이상향을 의미하는 경우다. 삼신봉 석문, 속리산 석문, 적석산 석문이 대표적이다.

하나의 통천문이 기억 속에 남아 있다. 그것이 실재인지 아니면 꿈속에서 봤던 것인지도 모를 정도로 아련했다. 까맣게 잊고 있다가 그것을 실제 봤을 때 느낌은 반가움을 넘어 황홀함이었다. 고성 갈모봉 통천문이 그것이다.

실상 갈모봉의 트레이드마크는 사시사철 초록 잎이 싱그러운 편백숲이다. 숲은 1966∼68년 조성됐다. 정부의 산림정책에 의해 이 마을 아래 사람들이 지금의 공공근로 형식으로 차출돼 심은 것이다. 반세기를 넘어서면서 이 숲은 현대인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더욱이 최근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힐링을 쫓는 등산객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꿈의 동산으로 각인되고 있다. 그 편백나무 산에서 잊어버렸던 과거, 기억속의 아련한 통천문을 직접 볼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 통천문은 갈모봉의 등로에서 약간 벗어나 있어 자칫 딴 곳에 신경을 쓰면 놓칠 수 있기 때문에 꼭 한번 찾아보길 권한다.

편백숲과 통천문이 있는 갈모봉을 찾아간다.



 
 
▲등산로: 고성읍 이당리 갈모봉 제 3주차장→2→1주차장(8번지점·산림욕장관리사무소)→9번지점 갈림길→10번지점(돌탑)→4번지점 갈림길(산소)→5번→6번→7번지점 갈모봉 정상(반환)6번→5번→4번→3번→9번지점 주차장 회귀



▲출발은 고성읍 이당리 갈모봉 산림욕장 입구 재 3주차창이다. 200∼300m간격으로 3→2→1주차장이 있기 때문에 등산객의 인원이나 상황을 감안해 하차지점을 선택할 수 있다. 갈모봉은 산림욕 온 사람들을 위해 편의상 안내도에다가 각 지점 번호를 붙여놓았다.

 
고성 갈모봉의 트레이드카므 편백숲
10시, 2주차장을 지나면서 편백숲을 만난다. 반백년 수령의 편백과 삼나무가 하늘로 쭉쭉 뻗어 있다. 나무의 직선과 그 사이로 난 숲길의 곡선이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 사진가와 화가들이 많이 찾는 촬영지가 되는 이유다. 산림욕장 관리사무소 앞 이정표는 갈모봉까지 2.2㎞를 가리킨다.

갈모봉(해발 368m)이라는 산 이름은 다소 작위적이다. 조선시대 성씨가 ‘갈’이고 이름은 ‘봉’이라는 고성판 홍길동 혹은 임꺽정인 의적 갈봉의 묘가 있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갈봉의 묘, 즉 갈묘봉이라 칭했는데 훗날 갈모봉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산책로에 수줍게 꽃을 피운 삼지닥나무가 반긴다. 가지가 3개씩 갈라져서 삼지닥나무라고 한다. 봄이 오는 요즘 잎보다 먼저 가지에 모리모양의 노란 꽃이 핀다. 나무껍질은 종이를 만드는 원료로 사용한다. 한방에서는 어린 가지와 잎을 구피마(構皮麻)라는 약재로 쓴다고.

갈모봉 편백나무에는 근현대사의 애환이 서려 있다.

인근 이곡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1960년대 중반 이 산은 민둥산이었다. 정부는 녹지정책 일환으로 산지 70㏊에다가 편백·측백나무를 조림했다. 이때 동원된 사람들이 이곡마을 주민. 70세대에 이르는 주민들은 1966∼1968년까지 3년, 90일간 이곳에다 나무를 심었다.

당시 계약에는 ‘식재한 나무가 성장해 훗날 수익이 발생하면 임야 소유자는 40%, 산림조성에 참여한 주민들에게는 60%씩 분배’키로 하는 이른바 ‘분수림계약’을 했다. 최근 갈모봉산림욕장 개발계획이 나오면서 주민들은 “당시 자신들은 쌀이나 곡류를 보상받은 타 지역과는 달리 전혀 보상을 받지 못했다”며 “지금이라도 분수림계약에 따라 보상을 해야한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이 계약서가 남아 있지 않아 보상을 받을 길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고성군의 갈모봉 개발계획까지 무산되며 보상은 요원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 숲을 지날때 적어도 이 편백나무를 심느라 수고한 마을 사람들의 땀과 노력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데크로 된 벤치 각종 휴식시설은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고성군이 힐링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오솔길을 돌아 10번까지 진행하면 산쪽에 돌탑이 보인다. 돌탑방향이 정상으로 가는 길이다.

출발 후 1시간 만에 철탑으로 만든 산불감시초소에 닿는다. 안개가 낀 궂은 날씨 탓인지 관리인은 자리를 떴다.

 
정상갈림길
다시 30분만에 정상으로 가는 갈림길을 만난다. 산소가 있는 곳으로 묘지 주인이 등산객들이 산소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로프를 쳐놓았다. 로프에는 산악회의 안내리본이 많이 달려 있는데 히말라야 전진캠프에서 볼수 있는 알록달록한 풍경이다.

정상 못미친 곳에 암벽이 나타난다. 산허리를 돌아가는 편안한 길이 있지만 이 작은 산에 있는 암벽이라면 지나칠 수 없는 아이템이다.

안개비 탓에 길은 미끄럽다. 20m안팎의 암벽길 중간에 소나무와 관목이 자란다. 소나무 뿌리에서 나온 가지에 솔잎이 달려 있는 풍경은 재미 있다. 조금 더 진행하면 이 산의 포인트가 등장한다. 바위 위에 자라는 소나무. 그 아래로 돌아가면 통천문이다. 크지도 웅장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이 작은 산에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는 게 신기하다. 길은 거대한 바위 틈으로 연결된다. 감탄사가 터진다.

굴을 통과하면서 나의 키가 훌쩍 커버린 것같고 머리도 맑아지며 마음도 너그러워지는 것같다. 그야말로 신세계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갓 피어난 분홍색 진달래가 반겨준다.

5분 정도 더 진행하면 반석처럼 넓은 여우바위봉을 거쳐 데크가 설치돼 있는 정상에 다다를 수 있다.

남해에 사량도 수우도 목섬 자란도 좌이산 솔섬 상족암이, 내륙으로는 거류산 구절산도 보인다. 정상에서 반환한 뒤 산소가 있는 곳까지 되돌아와 소금쟁이고개로 향한다. 이곳에서부터 본격적인 편백림이다.

하늘로 곧게 뻗은 나무는 중남미의 메타세콰이어처럼 아름답다. 오히려 상록수인 편백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거기에다 머리를 맑게 하는 피톤치드 향기가 쏟아진다. 편백숲은 자연병원, 치유의 숲이라고 할수 있다.

20여분동안 힐링 산행이 이어지다가 소금쟁이고개에 닿는다. 평상과 체육시설이 돼 있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운동을 하거나 레크레이션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옛날 이 지역사람들이 봇짐이나 무거운 지게를 지고 넘어가다가 이 고갯마루에서 땀을 식혔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얼레지
갈모봉 능선에 있는 산불감시초소
벚꽃
암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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