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청년이 익명이라는 가면을 쓰면
평범한 청년이 익명이라는 가면을 쓰면
  • 박예빈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 승인 2020.04.0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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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예빈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스마트폰, 우리는 이 작은 디지털 기기를 혁명이라 부른다. 하지만 기기가 발달할수록 스마트폰을 이용한 범죄의 형태는 점점 더 악질로 변모한다. 얼마 전,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범죄가 우리를 또 충격에 빠뜨렸다. ‘텔레그램 n번방’이 세상 밖으로 나오고 암암리에 벌어진 추악한 행위를 본 모두가 경악했다. 그 방 속에 있었던 모든 사람은 인간이 아닌 악마였다.

텔레그램에서 음란물 유포 방들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운영자들은 일탈계에 신체 사진을 올린 사람들에게 해킹링크를 보낸다. 링크에 들어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치면 신상 정보가 운영자에게 넘어간다. 운영자는 음란물 유포죄와 주변인을 언급하며 피해자에게 사진과 영상을 요구한다. 피해자는 그들의 요구에 응하는 영상이나 사진을 찍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과 사진은 텔레그램 방 곳곳에 퍼진다. 피해자 74명 중 미성년자가 16명이다.

n번방, 고담방 등 다양한 방이 있었지만, 관심은 ‘박사방’에 쏠렸다. 박사방은 2019년 9월부터 운영되었다. 운영자는 25세 청년 조주빈으로 밝혀졌다. 그는 수도권 전문대학을 다녔고 2018년 졸업했다. 특별한 이력은 학보사 ‘편집국장’으로 활동한 점이었다. 그는 대학생 기자로 활동하면서 많은 글을 남겼지만 그중 성범죄 근절을 주장하는 글이 가장 돋보였다. 그는 과연 자신이 쓴 글을 기억하고 있을까? 그가 글 속에 펼쳤던 사회와 이상 전부가 의심되었다.

디지털 성범죄 민낯이 드러나면서 n번방 입장한 사람들 신상 전부가 요구된다. 운영자가 잡힌 지금, n번방 입장자들은 호기심으로 들어간 자신도 처벌 대상인지 묻는다. 심지어 돈을 줄 테니 입장했다는 사실을 지워줄 사람을 찾기도 한다. 그들은 잘못을 인지하지 못하고 눈앞 닥친 처벌만 두려워하고 있었다.

디지털 성범죄 처벌의 본보기가 될 ‘n번방’ 처벌에 우리는 관심을 끊어선 안 된다. 지금도 피해자는 영상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 그리고 가해자들은 입장한 사실을 숨기면 끝인 줄 알았다. 이 와중에 텔레그램 영상이 궁금해 찾아보는 사람도 있었다. 제2, 제3의 박사가 나올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제는 강력한 처벌로 디지털 성범죄 근절의 첫걸음을 떼야 할 때이다.
 
박예빈 (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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