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락 내리락 능선산행 매력에 빠지다
천개산(天開山·524m)은 통영시 광도면 우동리에 있는 산이다. 계족산(鷄足山)이라고도 부른다.
산 아래 있는 천개암의 유래가 ‘하늘만 빼꼼히 열려서’ 라는 얘기가 있던데 그 암자를 품은 산이 천개산이니 암자가 산 이름을 만든(?)격이다. 천개산이, 혹은 암자가 먼저인지 알수 없지만 정작 산에서는 하늘이 전부 보인다.
이 산은 통영시에서 가장 높은 벽방산(碧芳山:650m)과 함께 통영지맥에 놓여 있다. 통영지맥은 낙남정맥 대곡산(무량산)에서 분기해 고성군을 거쳐 벽방산 천개산 도덕산 망일봉으로 이어지다가 천암산에 솟구친 뒤 바다로 잠영한다.
인근 벽방산이 한산무송이라 하여 소나무의 산이라면 천개산은 바위의 산이다. 그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이 투구바위인데 아래서 보면 투구를 닮았고 그 위로 올라가면 넓은 암반이다. 옛날 산 아래 사람들이 이 바위에서 떨어져 나온 납작한 돌을 이용해 방구들을 놓았다고 전해진다.
천개산 숲속길은 생각했던 것보다 아기자기하고 고즈넉한데 연둣빛 새순마저 돋아나는 계절이라 싱그럽고 상큼한 기분을 느낄수 있다. 한낮 트레킹으로 달궈진 몸을 식히는데는 새가지에 돋아나는 여린 새싹의 그늘만큼 좋은데도 없다.
산속의 아름다운 숲길을 걸으면서 군데군데 남으로 트인 전망대에서 바다에 점점히 뜬 섬을 볼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흡사 그 광경은 베트남의 하롱베이를 연상케 한다.
통영시 광도면 우동 1길 천개마을회관을 지나 버스정류장이 출발지이다. 정면 우동저수지에서 내려오는 수로를 따라 돌아 200m진행한 뒤 작은 교량을 건너자 마자 왼쪽에 천개산 등산로가 열려 있다.
오른쪽에는 차량 굉음이 귓전을 때리는 통영 대전고속도로가 지나간다.
차량이 내는 굉음은 천개산 정상까지 멀어졌을 때를 제외하고는 산행 내내 귀를 울린다. 마을 사람들을 위해 방음벽이라도 세워줘야 할 것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끄럽다.
출발 30여분 만에 눈 위에 거대한 기암이 보인다. 투구바위라는 이름을 가졌다. 어찌 보면 대항해를 앞둔 배가 돛을 높이 올린 형상이다. 푸른하늘과 어울려 더욱 실감이 난다. 황매산 모산재 돛대바위를 닮았다.
투구바위를 사이에 두고 길은 두 갈래로 나눠진다.
오른쪽 방향은 갈라진 암벽을 타고 올라야한다. 로프가 있긴 해도 위험하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왼쪽길은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지만 옆으로 돌아가다가 마지막에 가슴보다 높은 바위가 앞을 가로막는다. 뒤에서 밀어 올려주고 위에서는 또 끌어줘야 한다.
이렇게 돌아 투구바위에 올라서면 반전이 일어난다. 주변의 모든 풍광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암반전망대가 나온다. 가깝게는 둥지의 알처럼 위치한 천개암이 눈에 들어온다. 천개산이 둥지라면 암자는 알자리다. 남쪽 통영시가지와 점점이 떠 있는 다도해, 북쪽 가야할 천개산의 마루금이 뚜렷이 드러난다.
드넓은 암반을 벗어나면 길은 소나무 숲속으로 꼬리를 감춘다.
출발 1시간 10분이 지난 산 속에서 삼나무군락지를 만난다. 그 중에서도 두 사람이 안아야할 만큼 둥치가 큰 삼나무는 눈길을 끈다. 밑둥은 하나인데 위로 오를수록 여러가지로 갈라져 있다. 편백과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삼나무는 일본서기에 등장할 정도로 일본인의 마음 속에 새겨진 나무이다. 다만 꽃가루가 알레르기를 일으키거나 몸에 해롭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위상이 떨어졌다.
삼나무가 우리나라에 심어진 것은 일제강점기인 1900년대 초의 일이다. 굽은 나무가 많은 우리나라 수종과는 달리 곧게 자라기 때문에 목재로 이용하기 위해 많이 심었다. 주로 경남이나 전남 등 해안지대에 자란다.
지면에서부터 기이하게 자라 가지가 여러갈래로 갈라진 소나무지대를 지나면 헬기장이 있는 능선에 올라선다. 이정표는 오른쪽 800m지점에 안정재, 2.4㎞지점에 안정사가 있음을 알려준다.
가야할 방향은 왼쪽 천개산쪽이다. 안정사는 대한불교법화종 총본산격으로 신라 천년고찰이며 원효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개암이 안정사 산중 암자이다. 안정사를 비롯한 천개암에는 고려시대불상과 조선시대 금송패 불경 등 1166점의 보물 등 수많은 성보문화재가 있었다. 그러나 중간에 도난을 당했다가 되찾은 뒤 문화재청에 보관 중 수년전 제자리로 돌아오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중 혜위등광불좌상은 천개암에 있던 국보급 보물이다. 금송패는 영조가 하사했는데 안정사 주변 소나무를 베지 못하게 하고 이를 어긴 사람을 벌할 수 있는 일종의 암행어사 신분 증명패다.
1시간 40분 만에 정상에 닿는다. 멀리 통영시가지와 더 멀리 물비늘이 반짝이는 바다에 뜬 섬들이 보인다. 실눈을 뜨고 그 섬 어디를 찾아본다.
/한산 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큰 칼 옆에차고 깊은 시름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달빛 아래 한가락 피리소리는 고독한 충무공의 전쟁에 대한 심회(心懷)를 자극했을 터이다. 지금 우리는 이 산에서 저 바다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살고 있다.
정상에서 내려서서 송전철탑 사이를 지난다. 바위가 갈라져 형성된 암굴은 섬뜩할 정도 깊다. 사슴이나 멧돼지 등이 빠진다면 탈출할 수 없을 만큼 깊고 음산한 굴이다.
길은 대당산으로 이어진다. 이 산에서 두번째 높은 산이지만 봉긋할 뿐 특징적이지는 않다. 누군가가 달아놓은 대당산 팻말은 땅바닥에 뒹굴었다.
이번에는 돌탑이 있는 갈림길이다. 오른쪽은 시루봉 도덕산으로 가는 길이고 정면은 취재팀의 진행방향이다. 이곳 어딘가에 둥지가 있는지 말똥가리 한마리가 인기척에 놀라 하늘로 솟구쳤다.
사실 이 등산로는 1년 전인 지난 214 회차 도덕산 산행 시 하산 길로 잡았던 코스이다. 등산로가 여러 개의 암반 위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곳곳에 설치된 철 계단을 타고 오르내려야한다. 그래서 거친 산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출발 2시간 30분 만에 우뚝하게 솟은 암릉과 맞닥뜨린다. 천개산 정상보다 조형적이고 아름답다. 너무 가파른 탓에 철 계단이 놓여 있다.
경사도가 크기 때문에 조심해야한다. 고도를 높일수록 탁 트인 전망을 보여준다. 우동저수지를 비롯해 지나온 천개산 실루엣이 드러나고 푸른 남해의 모습까지 빈틈없이 보여준다.
이곳에서 길은 갈라진다. 오른쪽은 도덕산 산행 시 잡았던 하산길이고 왼쪽은 우동리 천개마을로 연결된다. 40여분정도 걸으면 천개마을에 닿을 수 있다. 휴식포함 5시간이 안 되는 산행이 끝나갈 즈음 고속도로를 마구 달리는 차량의 굉음이 여전히 거슬렸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산 아래 있는 천개암의 유래가 ‘하늘만 빼꼼히 열려서’ 라는 얘기가 있던데 그 암자를 품은 산이 천개산이니 암자가 산 이름을 만든(?)격이다. 천개산이, 혹은 암자가 먼저인지 알수 없지만 정작 산에서는 하늘이 전부 보인다.
이 산은 통영시에서 가장 높은 벽방산(碧芳山:650m)과 함께 통영지맥에 놓여 있다. 통영지맥은 낙남정맥 대곡산(무량산)에서 분기해 고성군을 거쳐 벽방산 천개산 도덕산 망일봉으로 이어지다가 천암산에 솟구친 뒤 바다로 잠영한다.
인근 벽방산이 한산무송이라 하여 소나무의 산이라면 천개산은 바위의 산이다. 그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이 투구바위인데 아래서 보면 투구를 닮았고 그 위로 올라가면 넓은 암반이다. 옛날 산 아래 사람들이 이 바위에서 떨어져 나온 납작한 돌을 이용해 방구들을 놓았다고 전해진다.
천개산 숲속길은 생각했던 것보다 아기자기하고 고즈넉한데 연둣빛 새순마저 돋아나는 계절이라 싱그럽고 상큼한 기분을 느낄수 있다. 한낮 트레킹으로 달궈진 몸을 식히는데는 새가지에 돋아나는 여린 새싹의 그늘만큼 좋은데도 없다.
산속의 아름다운 숲길을 걸으면서 군데군데 남으로 트인 전망대에서 바다에 점점히 뜬 섬을 볼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흡사 그 광경은 베트남의 하롱베이를 연상케 한다.
▲등산로: 천개마을 버스정류장→우동지배수로 교량 →등산로 입구→투구바위→벽방산·천개산 능선 갈림길(헬기장)→정상→도덕산갈림길(돌탑2기)→철계단 암릉 갈림길→우동리 천개마을 하산
통영시 광도면 우동 1길 천개마을회관을 지나 버스정류장이 출발지이다. 정면 우동저수지에서 내려오는 수로를 따라 돌아 200m진행한 뒤 작은 교량을 건너자 마자 왼쪽에 천개산 등산로가 열려 있다.
오른쪽에는 차량 굉음이 귓전을 때리는 통영 대전고속도로가 지나간다.
차량이 내는 굉음은 천개산 정상까지 멀어졌을 때를 제외하고는 산행 내내 귀를 울린다. 마을 사람들을 위해 방음벽이라도 세워줘야 할 것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끄럽다.
출발 30여분 만에 눈 위에 거대한 기암이 보인다. 투구바위라는 이름을 가졌다. 어찌 보면 대항해를 앞둔 배가 돛을 높이 올린 형상이다. 푸른하늘과 어울려 더욱 실감이 난다. 황매산 모산재 돛대바위를 닮았다.
투구바위를 사이에 두고 길은 두 갈래로 나눠진다.
오른쪽 방향은 갈라진 암벽을 타고 올라야한다. 로프가 있긴 해도 위험하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왼쪽길은 상대적으로 덜 위험하지만 옆으로 돌아가다가 마지막에 가슴보다 높은 바위가 앞을 가로막는다. 뒤에서 밀어 올려주고 위에서는 또 끌어줘야 한다.
이렇게 돌아 투구바위에 올라서면 반전이 일어난다. 주변의 모든 풍광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암반전망대가 나온다. 가깝게는 둥지의 알처럼 위치한 천개암이 눈에 들어온다. 천개산이 둥지라면 암자는 알자리다. 남쪽 통영시가지와 점점이 떠 있는 다도해, 북쪽 가야할 천개산의 마루금이 뚜렷이 드러난다.
드넓은 암반을 벗어나면 길은 소나무 숲속으로 꼬리를 감춘다.
삼나무가 우리나라에 심어진 것은 일제강점기인 1900년대 초의 일이다. 굽은 나무가 많은 우리나라 수종과는 달리 곧게 자라기 때문에 목재로 이용하기 위해 많이 심었다. 주로 경남이나 전남 등 해안지대에 자란다.
지면에서부터 기이하게 자라 가지가 여러갈래로 갈라진 소나무지대를 지나면 헬기장이 있는 능선에 올라선다. 이정표는 오른쪽 800m지점에 안정재, 2.4㎞지점에 안정사가 있음을 알려준다.
가야할 방향은 왼쪽 천개산쪽이다. 안정사는 대한불교법화종 총본산격으로 신라 천년고찰이며 원효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개암이 안정사 산중 암자이다. 안정사를 비롯한 천개암에는 고려시대불상과 조선시대 금송패 불경 등 1166점의 보물 등 수많은 성보문화재가 있었다. 그러나 중간에 도난을 당했다가 되찾은 뒤 문화재청에 보관 중 수년전 제자리로 돌아오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중 혜위등광불좌상은 천개암에 있던 국보급 보물이다. 금송패는 영조가 하사했는데 안정사 주변 소나무를 베지 못하게 하고 이를 어긴 사람을 벌할 수 있는 일종의 암행어사 신분 증명패다.
1시간 40분 만에 정상에 닿는다. 멀리 통영시가지와 더 멀리 물비늘이 반짝이는 바다에 뜬 섬들이 보인다. 실눈을 뜨고 그 섬 어디를 찾아본다.
/한산 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큰 칼 옆에차고 깊은 시름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달빛 아래 한가락 피리소리는 고독한 충무공의 전쟁에 대한 심회(心懷)를 자극했을 터이다. 지금 우리는 이 산에서 저 바다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살고 있다.
정상에서 내려서서 송전철탑 사이를 지난다. 바위가 갈라져 형성된 암굴은 섬뜩할 정도 깊다. 사슴이나 멧돼지 등이 빠진다면 탈출할 수 없을 만큼 깊고 음산한 굴이다.
길은 대당산으로 이어진다. 이 산에서 두번째 높은 산이지만 봉긋할 뿐 특징적이지는 않다. 누군가가 달아놓은 대당산 팻말은 땅바닥에 뒹굴었다.
이번에는 돌탑이 있는 갈림길이다. 오른쪽은 시루봉 도덕산으로 가는 길이고 정면은 취재팀의 진행방향이다. 이곳 어딘가에 둥지가 있는지 말똥가리 한마리가 인기척에 놀라 하늘로 솟구쳤다.
사실 이 등산로는 1년 전인 지난 214 회차 도덕산 산행 시 하산 길로 잡았던 코스이다. 등산로가 여러 개의 암반 위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곳곳에 설치된 철 계단을 타고 오르내려야한다. 그래서 거친 산행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출발 2시간 30분 만에 우뚝하게 솟은 암릉과 맞닥뜨린다. 천개산 정상보다 조형적이고 아름답다. 너무 가파른 탓에 철 계단이 놓여 있다.
경사도가 크기 때문에 조심해야한다. 고도를 높일수록 탁 트인 전망을 보여준다. 우동저수지를 비롯해 지나온 천개산 실루엣이 드러나고 푸른 남해의 모습까지 빈틈없이 보여준다.
이곳에서 길은 갈라진다. 오른쪽은 도덕산 산행 시 잡았던 하산길이고 왼쪽은 우동리 천개마을로 연결된다. 40여분정도 걸으면 천개마을에 닿을 수 있다. 휴식포함 5시간이 안 되는 산행이 끝나갈 즈음 고속도로를 마구 달리는 차량의 굉음이 여전히 거슬렸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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